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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남에게 들려준 적 없이 간직만 하던 곡들을 가지고 공모전에까지 나가게 되었습니다. 갑작스럽고 당황스러웠지만, 빼고 싶은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모임에 들어온 이유가 남들에게 제 음악을 들려주고 싶어서였으니, 주저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우선은 공모전을 함께 준비할 팀원들에게 제 곡들을 들려줘야 했습니다. 문제는 자작곡들을 제대로 된 음원으로 만든 것도 아니고 악보가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우선 팀원들에게 조금 준비를 하고 내일 저녁에 들려주겠다 말했습니다. 아이폰 음성 메모에 녹음한 것을 그대로 들려줄지, 아니면 새롭게 녹음을 해서 들려줄지, 결정할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팀원들에게 들려줄 수 있을지를 정하기 위해, 제 자신에게 제 곡을 들려줘야 했습니다. 스스로에게 곡을 들려준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궁금하실 것 같습니다. 자작곡은 저의 머릿속에서 나온 곡이니 제가 가장 먼저 알게 된 곡입니다. 하지만 그 이후 주기적으로 부르지는 않았으니 자주 듣는 기성곡만큼이나 익숙한 곡은 아닌 셈입니다. 더구나 제 것을 타인에게 들려줄 때는 더 신중해지는 법입니다. 그렇게 저는 음성 메모 앱을 켜고, 한참 과거 날짜의 기록들을 찬찬히 들어보기 시작했습니다.
제대로 된 장비로 녹음한 것이 아니라 그저 아이폰 녹음 기능을 통해 기록했을 뿐이라 걱정했는데, 제 목소리와 기타 스트럼은 하나의 곡처럼 들렸습니다. 아마추어인 제 입장에서는 딱히 거슬리는 부분이 없어서, 다시 녹음은 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팀원들에게 들려주었을 때 어떤 반응이 돌아올지는 확신이 없었습니다. 남에게 들려준 거라곤 정말 친한 친구에게 두어 번 들려준 것이 전부였고, 그때마다 적당히 괜찮다는 반응만이 돌아왔을 뿐입니다. 제가 쓴 곡들이 정말 세상에 나온 곡들보다 괜찮다면, 어떻게든 노래를 낼 수 있게 되지 않았을까, 남들이 들었을 때 그저 그런 수준이지만 개인의 창작물이기 때문에 당사자 앞에서는 적당히 좋은 노래라고 해주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약속한 다음날 저녁, 직접 쓴 세 곡을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 업로드했습니다. 처음으로 느끼는 떨림이었습니다. 잘 모르는 이들에게 제 노래를 들려주는 건 태어나서 처음이었기 때문입니다. 두 팀원의 답이 오기 전까지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만, 그 시간 동안 심장이 계속 두근거렸던 것 같습니다.
긴장의 시간을 끝마쳐준 대답은 정말 잘 들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단순히 잘 들었다는 대답뿐 아니라, 그들은 제 곡들에 대해 감상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처음 올린 곡은 어떤 분위기인 것 같다. 두 번째 곡은 이 부분이 특별히 좋았다. 그리고 각자 어떤 곡이 제일 좋았는지까지. 음악이 좋아 모인 이들에게 자작곡이라는 존재만으로도 흥미를 끌기 충분했는데, 듣기에도 썩 나쁘지 않아 여러 코멘트를 해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 창작물을 칭찬하며 조목조목 감상을 들려주는 광경인데, 낯이 간지러워 혼났습니다. 창작에 대한 칭찬에 의연해지고, 지나치게 겸손하지 않는 것, 속된 말로 고장 나버리지 않는 것이 프로의 애티튜드가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