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에피소드 3. 트러플은 악마의 버섯이다
1480년경 베네치아에서 출간된 작자 미상의 처방록 Tacuinum Sanitatis에는 그 시대를 대변할 재미있는 '건강 리스트' 삽화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송로버섯을 땅에서 캐는 삽화가 있다. 이 그림을 자세히 보면 혹시 이거 감자 아니야? 하며 의심할 수 있는데, 그때에는 아직 라틴아메리카에서 감자가 수입되지 않았기 때문에 감자라고는 할 수 없다.
이 그림에서는 농부가 무작정 땅에서 서양 송로버섯(tubera)을 바구니에 주워 담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역시 삽화는 이해하기 쉽게 그렸기 때문에 단순하게 보이는데, 해석하자면 떡갈나무 아래의 땅(terra)에서 나는 서양 송로버섯이 난다는 의미로 그려진 듯하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그리 쉽지 않다. 다른 버섯처럼 눈으로 쉽게 볼 수 없는 함정이 있기 때문에 땅에서 막 주워 담을 수는 없다. 잘 훈련된 개나 돼지가 아니면 땅속 어딘가에 있는 그 검은 버섯을 찾아내기가 아주 어려운 일이다.
그 처방록의 내용을 살펴보자
Tubera Turtufule: 차가운 속성, 2도 정도의 습한 환경, 달걀형 버섯을 최우선으로 함, 사용법: 모든 맛을 흡수하고 성 촉진에 도움을 준다. 독성: 멜랑콜릭한 한마디로 우울한 환자들에게는 좋지 않음. 독성을 없애는 방법: 후추(그때 이태리 사람들은 후추에 미쳐있었다. 라틴 아메리카에서 파프리카가 들어오지 않았다면 지금 후추 파스타가 대표 음식이 될 뻔했다는 개인적 견해......), 기름, 소금과 함께 복용.
그 당시 지로라모 사보나롤라(Girolamo Savonarola, 1452-1492)라는 사람은 신의 두려움을 사지 말라며 소비자들에게 서양 송로버섯의 해악성을 공포했다. 그런데 이런 험악한 분위기 속에서 소비자 중 가장 강력한 권력을 가진이가 한 명 있었으니...... 바로 스페인 하티바(Jativa) 출신의 알렉한드로 교황(Alejandro: 1431-1503)이었다.
그는 보르하(Borja) 가문 출신으로 당시의 모든 이권을 잡고 발렌시아 일대, 보르하 가문이 통치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 도왔다. 마치 박근혜 덕분에 최태민 외 순실이 가족이 비권실세로 떠오른 것처럼. 아무튼 세상의 권력이란 권력은 다 누렸던 보르하 집안 출신 교황은 역시 대단한 미식가였는지 '땅에서 나는 검은 덩어리를 천국의 파란 하늘보다 사랑했다'라고 한다.
그런데 옛날에만 교황이 트러플을 먹은 게 아니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몇년 전, 유럽에서 교황을 위한 송로버섯 증정이 있었다는 사실. 2010년 경매 때 이탈리아 사업가 안토니오 베르톨로트가 흰 서양 송로버섯 세 덩어리를 경매에서 1억 6200만 원에 낙찰, 교황께 갖다 바쳤다는 일화가 지금까지 전해져 온다.
우와~! 몇 억의 그 서양 송로버섯을 어찌 먹었을까? 한 입만 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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