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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씨 Apr 16. 2018

센스 있는 편안함.

깨끗하고 깔끔하게만 입어도 반은 간다.

난 클래식한 옷을 사랑한다. 바지도 워낙 두꺼운 내 다리의 실루엣을 적나라하게 들어내는 바지들 보다 약간 낙낙한 느낌의 바지를 좋아하고, 맨투맨보단 니트를, 운동화보단 구두를 좋아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매일 셔츠에 재킷을 걸치고 구두를 신고 나가진 않는다.


자유로운 복장의 회사 덕분에 아침에 늦잠을 잤을 경우 맨투맨에 조거 팬츠나 청바지를 입고 러닝화를 신고 나가거나, 주말에 동네 앞 카페를 갈 때면 간단하게 입고 나간다. 하지만 캐주얼하게 입을 때에도 집에서 널브러져있던 티셔츠가 아닌, 잘 접혀있던 티셔츠를 입고 나가는 편이 더 좋은 법.


 이번엔 편안하게 입더라도 센스 있어 보이는 방법을 다루려고 한다.


포인트는 나의 오늘을 대변하는 것이다.

포인트는 자신이 꾸미고 나왔을 때보다 편안하게 입고 나왔을 때 더 중요한 법이다. 무난함이 내 몸을 휘감고 있을 때, 그 사이에서 튀어나와 '오늘의 나'를 대변해주는 아이템이 되는 것이니까. 또, 편안하게 걸친 옷들 사이의 포인트는 그날의 내가 평상시에도 '센스'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 내가 맨투맨에 청바지 입고 포인트를 뭘 걸칠지 한 시간을 고민했든, 보이는 거 그냥 걸치고 나왔든, 그걸 알 고 있는 사람은 나 혼자 뿐이니까.


클래식한 옷의 한계와는 다르게, 내가 캐주얼하게 옷을 걸쳤을 경우 포인트의 한계치는 없어진다. 저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은 화려한 패치의 모자, 멋들어진 자수가 박힌 티셔츠, 선명한 네온 색상의 운동화 혹은 부모님이 보시면 맘에 안 들어할 찢어친 청바지까지. 그날 하루 내가 걸칠 수 있는 모든 것이 포인트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 편안하게 하고 나갈 때도 간단하게 하나의 포인트를 설정해보자. 어렵다면 지난 '포인트'글을 참조하거나 혹은 단순한 아이템 하나부터 시작해보자. 내가 무채색 계열의 무지 맨투맨만 갖고 있다면 밝은 색상의 모자 혹은 찢어진 청바지, 밝은 색상의 컨버스도 충분히 그날 나의 포인트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꼭 기억하자, 포인트는 다수의 휘황찬란함이 아닌 소수의 확실함에서 뿜어져 나온다는 것을.

 다 다른 곳에 포인트를 주었지만, 결국엔 똑같다. 그날의 내 옷에 포인트가 있다는 것.(사진 출처: @ekthecollin)



편안한, 하지만 어울리는.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익숙한 사진 하나 보고 가자.

어디서부터 고쳐야 할까...(사진 출처 : 웃긴대학)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시작되어서 한동안 '피임룩'으로 유명했던 사진이다. 사진 속 당사자에겐 정말 죄송하지만, 정말 '총체적 난국'이라는 표현을 여기에 써야 하는 것이 아닐까. 내가 편안하게 느끼는 옷을 입는 것과 센스가 담긴 포인트를 걸치는 것, 모두 중요하지만 그 모든 것이 '어울리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위쪽 사진을 다시 한번 차근차근 살펴보자.

휴양지에서 볼 법한 프린팅 티셔츠.

팔은 단정하지만 앞섬은 풀어헤친, 통일되어 있지 않은 애매한 셔츠 상태.

상의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칙칙한 색상을 지닌 애매한 길이의 카고 바지.

발목을 덮는 길이의 회색 스포츠 양말.

어글리 슈즈.

전체적으로 어울리는 구석이 하나도 없다. 정말 '아무 옷 대잔치'라고 해도 될 것 같다. 그나마 어울린다고 한다면 양말과 신발 정도 일까.


옷은 각자만의 무게와 느낌을 갖고 있다내가 걸친 옷들의 무게와 느낌이 통일되어 있을 때, 나를 보는 사람들의 머릿속에 '괜찮은데?'를 심어줄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봄과 여름엔 매장에 가볍고 시원한 느낌의 옷들이 가득한 것이고, 가을과 겨울엔 따듯하고 묵직한 느낌의 옷들이 가득한 것이다. 옷을 걸치는 사람에게 계절에 어울리는 느낌을 가져다줘야 하니까.


사진 속 남자의 문제는 이것이다. 걸치고 있는 모든 아이템 각자의 느낌이 너무나도 충만하다는 것. 이 때문에 보고 있는 우리가 정확히 뭐가 이상한지 모르겠더라도 '저거 웃기네'라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만약에 사진 속 남성이, 

밝은 색의 셔츠가 아닌 티셔츠가 보이지 않게 무채색의 아노락 혹은 바람막이를 입었다면?

애매한 길이의 카고 바지가 아닌 약간 투박한 면바지를 입었다면?

단순 회색 스포츠 양말이 아닌 보카시 면의 양말을 신었다면?

걸치고 있는 아이템 세 개만 바꿔도 사진 속 남성의 옷은 '피임룩'이 아닌 '아웃도어룩'이 될 수도 있다.

(신발은 트렌드에 맞춘 어글리 슈즈라고 우겨보자. 물론 바꾸면 더 좋지만.)


편안한 느낌의 아웃도어룩, 괜시리 어울린다. 위에랑 비슷한 조합인데도(사진 출처: @najd90_3_5)


편안한 옷일수록 더 잘 '어우러질 수 있는' 옷을 입어야 한다. 무난한 옷이라도 괜찮다. 아니, 되려 무난한 옷을 걸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무난하게 옷을 입는다면, 포인트는 내가 무엇을 걸치던 확실하게 눈에 뜨일 테니까.


한 가지 더, 너무나 기본적이지만 꼭 기억해야 하는 것.나와 어울리는 옷을 입자. 내가 걸치고 있는 모든 옷이 서로가 어울리더라도, 막상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면 그건 헛수고나 다름없다. 윗 사진의 주인공(@najd90_3_5)처럼 멋진 수염이 없는 사람이 남성적인 매력이 가득한 옷을 입을 경우 사진의 주인공이 뿜는 매력이 반도 뿜어내지 못할 것이다. 어울림이란 옷과 옷사이에도 있어야 하지만, 옷을 입는 사람과 옷 사이에도 꼭 있어야 하는 것임을 기억하자.



편안한 게 깔끔하지 않다는 건 아니다.

맨투맨을 자주 입는 친구를 볼 때마다 안타까운 점이 있다. 다름 아닌, 사정없이 구겨지고 약간의 빨래 덜 말린 듯한 시큼한 냄새까지 배어있는 그 옷의 상태. 휴일에 집 앞에 단순하게 카페에 가기 위해서, 혹은 동네 친구들과 토요일 밤에 치킨에 맥주를 한잔 하기 위해 대충 입었다고 한들 '깔끔하지 못한'옷은 앞선 포인트로 보여준 센스를 덮어 버릴 정도의 치명적인 문제다.


편안함은 더러움 혹은 정돈되어 있지 않음의 동의어가 아니다. 같은 옷이라도 깔끔하게 접혀있다가 입는 옷과, 구석에 던져져 있다가 주워서 입는 옷은 차이가 크고 향기가 솔솔 풍기는 옷과 시큼털털한 냄새가 풍기는 옷의 차이는 정말 다르다. 

이런 깔끔하지 못한 구겨짐은 피하자

옷을 입고 나서, 다시 서랍에 넣을 때.

탈취제를 뿌려서 하루 혹은 반나절 정도 걸어놓고

평평한 곳에서 최대한 펼쳐놓은 후에 개어서 넣자.

외출 후의 피곤함과 귀찮음으로 대충 접어서 던져 놓는다면, 십중팔구 다음번 입을 때 구겨짐과 냄새가 나를 맞이할 것이다. 그리고 그 옷의 상태는 나의 '센스'있는 모습보단, '게으른' 모습을 더 강조할 것이다.

 

빨래를 자주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자주 옷을 빨 경우 옷의 수명이 빨리 단다는 단점이 있다. 좋지 못한 재질의 면을 사용한 맨투맨 후드티 같은 경우 한번 세탁 후에 다시는 입고 외출하지 못할 상황이 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니 빨래를 너무 자주 해서 아끼는 내 옷을 상하게 하기보단, 귀가 후 탈취 후 건조를 해주자.


위의 정보를 요약하자면

포인트는 언제나 중요하다. 캐주얼 차림일 경우 포인트를 잡기는 더욱 쉽다. 그러니 꼭! 포인트를 잡자.

옷과 옷의 어울림, 나와 옷의 어울림을 꼭 생각하자.

깔끔하게. 편안함이 더러움의 동의어는 아니다.

이렇게 될 것이다.


이번 글은 어떤 옷을 입느냐보다 어떤 방법으로 입느냐에 대해서만 적었다. 실질적으로 캐주얼한 옷의 경우 그 범위가 너무나도 넓고 다양해서, 하나의 옷을 중심으로 코디법을 나열해도 백과사전 수준의 글을 써야 겨우 담을 정도일 것이다.  또, 언제나 이야기 하지만 개개인에게 어울리는 옷은 다 다르다. 위에서도 언급했던 것처럼 다른 누군가가 입었다고 해서 그 옷을 입은 내가 그 사람과 같은 매력을 내뿜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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