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기록
고등학교 졸업식 때 내가 받을 수 있었던건 지금 어디에 뒀는지 기억도 없는 개근상 하나였다.
내가 학생이던 시절엔 공부 잘하는 상(상의 이름조차 기억이 안 나다니...), 품행상, 개근상이 전부였는데
공부 못하고, 품행에 신경 안 쓰고, 건강해서 결석 안하는 내가 받을 수 있는 상이 개근상이였다.
그 시절 학생들은 얼마나 성실한지 개근상은 거의 모든 학생들이 받았다.
개근을 왜 상으로 주는지 그 때나 지금이나 난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대학교 학생 시절엔 공부를 잘하면 장학금을 주고, 개근을 하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다.
대학원 학생 시절엔 학위 졸업식 때 논문을 많이 쓴 학생들에게 우수상을 주는 것을 구경했고,
학회에 가면 해양수산부 장관상이라든지, 우수 논문상, 우수 포스터상 등을 수상하는 것을 구경했다.
구경하면서 나는 그런 상들이 좀 의아했다.
연구자의 호기심이 연구인데 호기심이라는 것에 어떻게 등수를 매겨 상을 주는 것인지
나는 가늠이 잘 되지 않았다.
그런 생각을 가진 내가 해양학 공부를 시작한지 23년만에 우수논문상을 받았다.
내 논문이 국내 연구자들이 출판한 2022년 화학해양학 분야 논문들 중 우수하다고 평가 받았다.
쓰는동안 내가 감내해야 했던 꽤 지독했던 고독. 외로움. 불안. 나만 알지.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최선을 다했지.
그래서 이 성취와 성장은 누구의 도움 덕분이 아닌, 온전히 내 것으로 여기겠어.
라고 상을 받으면서 생각했고, 여전히 호기심에 어떻게 등수를 매기는 것인지 모른다.
한 달 뒤 내가 멘토로 맡고 있는 중학교 연구팀이 최우수 연구팀으로 선정되면서
그들을 지도한 나도 덤으로 멘토상을 받았다.
연구에 재능이 있는 중학생이 가져온 연구결과를 듣고 논의할 때마다, 나는 과학자로서 행복했다.
2023년은 수상의 해로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