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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청년 Aug 12. 2024

혼자 하는 운동은 수련이다.

아침마다 나는 체육관에서 홀로 도를 닦는다.

앞에 글에서 밝혔 듯 혼자 근력 운동을 한 지 6개월 차다.

PT와 병행한 것까지 포함하면 무려 8개월 차다.

여전히 지금도 나는 처음 시작했을 때와 같은 마음으로 너무 재미나다.

재미가 왜 줄어들지 않는지 도통 모르겠다. 일단 고~


렛풀다운, 프런트 렛풀다운, 시티드 로우, 하이로우, 숄더 프레스,

고블릿 스쾃, 런지, 힙어브덕션, 힙어덕션이 내가 주로 하는 운동이다.

최근 들어 상하체 2분 할로 운동을 하고 있다.

이렇게 운동을 하게 된 게 헬창들이 그렇게 하니깐? 이 아니다.


그전에는 풀업 하나를 하는 게 올해 목표이다 보니 위에 열거된 모든 상체운동을 다 했고,  

거기에 하체운동은 남은 시간 봐서 하나 정도 하거나 아예 안 했다.


운동을 보통 1시간 정도 하는데 저걸 다 하려니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자꾸 휴식시간도 짧게 가지게 되고 그게 몸을 힘들게 하고,  

힘들다 보니 운동할 때 신장성 수축이라는 바른 자세를 무시하고, 그립을 빨리 당기고 빨리 놓기만 반복했다.

게다가 배가 고프다. 빨리 집이든 책상으로 도망치고 싶었다.

이런 조급함과 성급함 처음 아닌데...... 뭐였지?


책을 읽을 때 목표한 100권 읽기에 급급해 대충 읽고 100권 채웠네 좋아하던 과거의 나와 지금 내가 같구나.

그 100권 중에 제대로 내용이 기억나는 게 있길 하나, 마음에 와닿아서 나를 변화시킨 문장이 있길 하나. 남는 게 없으니 시간만 때운 꼴이라고 얼마나 후회하고 절망했던가? 저는 무엇을 하면 보상이 반드시 주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거든요.  


지금의 나는 책을 천천히 읽고 좋은 문장은 필사도 하고, 좋은 책은 몇 번이고 다시 읽는다. 읽은 책 수는 몇 권이지만, 마음속에 남아 있는 문장은 얼마나 많은가? 그 남은 문장들이 지금 내 삶을 얼마나 충만하게 만들고 있는지 알면서 또 서둘렀다.


나의 어리석은 과거를 다행히 기억해 냈고, 반복하지 않고자 이분할을 시작했다.


1시간 동안 상체만 하면 되니깐 이거 얼른 하고 다음 운동해야지 하는 마음이 사라졌고, 그 빈 공간에 신장성 수축해야지 하는 마음이 채워져 운동을 천천히 그리고 바르게 하게 됐다. 내 체력 한도 내에서 운동을 천천히 하게 되니 그 전에 하던 횟수를 절대 채울 수 없다. 하지만, 몸은 전보다 땀이 더 나고, 힘들어서 체육관에서 돌아와 컴퓨터 앞에서 그릭요거트(단백질)를 먹고, 멍 때리며 한 30분 정도 쉬어야만 한다. 그래도 이렇게 운동하는 게 횟수와 세트, 종류를 채울 때보다 만족도가 더 높다.


빨리 당기고 놓는 쉬운 방법을 알지만, 그걸 선택하지 않고 어려운 길을, 바른 길을 가겠다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데도 묵묵히 하는 나 멋있어 어떡해??? 꺄악~

내게 이런 모습도 있구나. 나도 이렇게 할 수 있었구나. 하며 나 자신에게 매일 아침 반한다.

요즘 나 차암, 기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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