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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몬선생 Feb 03. 2020

불가피한 희생?!

영화 "죄많은 소녀" : 우리는 진정 무엇을 원하는가?

 KBS의 독립영화관이라는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경우가 가끔 있다. 늦은 밤 시간이다 보니 잠이 들기도 하고, 중간에 TV를 끄고 잠을 청하는 경우도 있다. 1월 초에 방영된 영화 "죄 많은 소녀"를 보고서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고, IPTV로 영화를 찬찬히 다시 돌려보았다.




 영화는 영희가 교실 앞에서 반 친구들에게 수화로 이야기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영희와 경민, 한솔은 서로 친한 여학생들이었다. 어느 날, 경민은 무슨 이유에서 인지 자살을 하고, 그 날 같이 어울렸던 영희는 경민의 자살에 대한 추궁을 받게 된다. 경민이 죽기 전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이 영희였고, 영희와 같이 어울렸었기 때문에 주변 사람은 영희가 경민의 죽음과 연관이 있다고 암묵적 결론을 내린다. 영희와 경민의 키스 장면이 담긴 CCTV로 겁을 주고 다그치는 형사, 자살 사안을 보기 좋게 수습하고, 영희의 잘못으로 돌리는 담임교사, 경민이를 이상한 아이로 취급하다가 경민의 죽음 뒤 영희에게 폭력을 가하는 같은 반 아이들, 자신의 일로 경민이에게 소홀했고, 영희가 경민의 죽음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믿는 경민의 엄마. 모두 말하지 않지만, 그들의 행동과 눈빛은 영희가 경민을 죽음으로 이끌었다는 추측에 동의하고, 이미 사실로 받아들였다.


 결국, 이들의 태도로 영희는 경민의 장례식장에서 락스를 마시고 자살기도를 하게 된다. 영화는 극적으로 살아난 영희가 다시 학교로 돌아가서 자신의 죽음을 완성하겠다는 수화를 반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는 장면으로 돌아간다. 경민의 엄마는 영희에게 경민의 죽음에 대해서 끊임없이 추궁하고, 반 아이들은 경민을 욕했다는 또 다른 아이들 데려와 영희 앞에 세운다. 또한, 담임교사에 대한 나쁜 글을 올림으로서 영희에 대한 자신들의 죄책감을 벗으려 한다.




 영화에서 영희는 가장 힘든 상황 속에 놓여 있다. 상식적으로 한 사람이 자살하면, 그와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가장 큰 충격을 받는다. 경민의 부모보다는 영희가 심리적, 정서적으로 경민과 가장 밀접한 것으로 표현되었고, 이는 경민의 부모 간의 대화나 영희와 경민 엄마의 대화로   있다. 그럼에도 왜 모두가 영희에게 경민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일까? 말로는 영희에게 경민의 죽음에 대한 사실을 묻고 있지만, 그 태도와 행동은 영희에게 경민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었다.

 

 그 이유는 책 <팩트풀니스>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인간에게는 안 좋은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한 명확하고 단순한 이유를 찾으려는 본능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비난 본능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떤 사건이 누군가에 의해서 발생했다고 믿고 싶고, 이를 예측하고 판단 가능하기를 바란다. 그래야 세상의 불확실성이 감소하고, 자신들의 혼란과 두려움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보면 가정형편이 어렵고, 어두운 성격의 영희가 경민의 죽음에 책임을 있다고 판단을 내리는 것이 엄마, 담임교사, 친구들에게는 자연스럽고, 자신들의 죄책감과 혼란, 두려움을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난 본능은 영희를 자살로 몰아넣어 또 다른 희생양을 발생시킨다. 결국, 그들이 정말 밝히고자 했던 경민의 자살에 대한 이유나 내용은 파악하지 못하였다.


 비난 본능은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는 능력을 방해하게 된다. 문제의 본질에 대한 눈을 가리고, 그 해결책을 찾으려고 하다 보니 비난하기 쉬운 악당만을 찾게 된다. 이는 반대로 좋을 일이 일어났을 때는 영웅을 찾는 행위로 나타나게 된다.


 대표적인 예로 세월호 사건이 있다. 2014년 4월 16일 진도 인근 해상에서 제주로 향하던 세월호가 침몰하게 되고, 전체 탑승객 476명 중 304명이 사망, 실종하게 되는 사건이다. 이 사건에서 발생하는 문제의 본질은 재난에 대응하는 사회 시스템 부재와 정부 각 기관의 대응 미숙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본질이 드러나기까지는 꽤 긴 시간이 걸린다. 시스템 전체에 대한 점검과 평가가 있어야 하고, 그 과정에 오류를 찾아내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단기간에 문제를 정리하고자 한다. 본질을 파악하고 받아들이기보다는 희생양을 찾게 된다. 사고 선박과 관련된 사람들, 그리고 본질을 끊임없이 해결하기를 바라는 유족들이 희생양이 된다. 그들에게 죄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의 본질은 아닌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사건 초기에 세월호 사건이 언급될 때마다 비난의 대상이 되었다. 


 또 다른 예는 최근에 발생하여 큰 피해를 입히고 있는 우한 폐렴, 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박쥐가 가지고 있는 바이러스 중 하나인데, 중국 우한에서 발생하게 되었고, 2주간의 잠복기를 거쳐 폐렴 증상이 발현되면서 사람을 죽음까지 이르게 하는 바이러스이다. 수인성 전염병이고, 사람 간의 전염이 빠르게 이루어지는 것, 잠복기 중에서 전염이 되는 것이 이 바이러스의 큰 위험성이다. 이러한 전염은 중국의 방역시스템이 허술한 문제와 전통적인 중국의 보신문화가 발생시킨 문제이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병 초기에 사람들은 중국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나 잠복기에 외부활동을 한 피해자들에 대해서 비난의 화살을 돌렸다. 이 사람들도 사실은 피해자이지만, 결국 비난 본능의 희생양이 되어 가해자 취급을 받게 된 것이다.




책 <팩트풀니스>에서는 '세계를 정말로 바꾸고 싶다면, 누군가의 면상을 갈기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부터 이해해야 한다.'라고 이야기한다. 사회 속에서 수많은 문제와 갈등을 접하게 된다. 그때마다 비난 본능을 바탕으로 희생양을 찾는다면, 그 순간 명확한 해결책을 찾았다고 착각할 수 있다. 그리고 또 다른 희생양이 발생하게 될 것이고, 그 희생양이 본인 자신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악당을 찾기보다는 원인을 찾고, 영웅을 찾기보다는 시스템을 찾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회의 문제가 특출 난 개인에 의해서 발생되거나 해결된다면, 그 사회의 안정성은 크게 떨어지게 된다. 합리적이고 명확한 사회 시스템의 구축이 사회를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들이 사회 전체를 전망할 수 있는 안목, 언론을 가려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 그래야 우리가 희생양이 되지 않는 사회를 구축하고,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사실을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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