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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lhea Jul 19. 2016

웨딩 사진 대신 바디 프로필 사진

웨딩촬영 대신 바디 프로필 찍는 30대인  평범해지고 싶은 여자..


이번 주를 기점으로 가장 친한 친구들은 전부 시집을 가게 되었다. 


원래 결혼식을 잘 안 가는 나지만 사랑하는 친구의 한 번뿐인 결혼식이기에 기꺼이 2시간 반을 달려 결혼식에 참석하고 왔다. 


가기 전부터 친구들은 혼자 오냐는 둥 벌써부터 말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내 나이가 서른이 넘었으니까 말이다


전부 다 애기들 같고 중학생 같은데 전부 결혼을 하고 어떤 친구는 애기가 벌써 셋이고..


새삼 세월의 무서움을 느끼게 된다. 


난 아무것도 변한 것 같지 않은데, 여전히 학창 시절 그때 인 것만 같은데..


나를 제외한 세상 모든 것이 변한 느낌이 들었다, 불과 작년까지는


어렸을 때는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했고 나이가 드니 안 하는 게 아니고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 어떨 때는 화도 나고 자존심도 상하고 박탈감도 느꼈던 나였다. 


결혼을 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 불확실했기 때문이다..


차라리 내가 싱글이 었다면 이런 상대적 박탈감은 느끼지 않았어도 될 터였다.


친구들이 하나 둘 씩 결혼하고 가정을 꾸릴 무렵 나는 잘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우고 프리랜서를 하기 시작했고 작년부터 시작했으니 올해가 가장 불안정하고 일도 잘 안 풀리고 여러 가지로 나한테는 힘든 시기이기도 했다. 



결혼

어렸을 적 가정환경 탓인지 내가 약간은 남다른 생각을 가지고 살아서인지 나에게는 무관한 단어이자 내 인생에 끼어들 필요 없는 그런 개념이었다. 


난 무엇보다 결혼에 관련된 일련의 문화나 전통, 관습, 사람들의 행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돈을 적게 쓴다고 해도 결혼식과 신혼여행으로 드는 비용은 천 만원 남짓, 그리고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날이고 한 번뿐이 없는 날인데 우르르 몰려와서는 뻔하디 뻔한 주례사님의 말을 듣고 끝나면 또 으레 사진을 찍고 사진 촬영이 종료되면 식당에 가서 밥을 먹고... 



결혼 준비도 업체를 끼고 모든 상담이나 절차가 이루어진다.


물론 이런 게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내가 만약 결혼을 하게 된다면 적어도 이렇게 틀에 박히고 관습적인 결혼식 은하고 싶지 않았다.


다행히 젊은 사람들의 기특한 생각과 몇몇 연예인들의 사례로 결혼식 문화를 축소하는 것도 하나의 일부가 되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아직도 한국의 결혼식은 그러하다.


아무튼 결혼에 대한 나의 부정적인 생각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육아와 관련된 여성의 심리적 , 육체적 고통과 부담부터 시작하여 생판 모르고 살았던 시댁 부모님과 그 가족들 이과 연 잘 한 가족으로 살 수 있을지에 대한 불확실성, 안 좋은 사례들을 보며 결혼은 나에게 이젠 정말 실질적으로 더 먼 세계가 되어 가고 있었다.


그리고 언제부턴가는 '남들은 저렇게 그냥 평범하게 결혼해서 평범한 인생을 살고 있는데 왜 나는 그렇게 못할까(안 할까? 가 아닌..)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내 인생 송두리째 회의감마저 들었다.


더 최악 인 것은 이런 생각이 내가 선택하고 하고 있는 일에마저 점점 침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내 자부심을 지켜주고 있는 것은 바로 내 일인데.. 이것마저 없으면 내 인생은 뭐가 되는 걸까


30년 인생 처음으로 나 자신이 너무 보잘 것 없고 한심하게 느껴져서 눈물이 나왔다.


그리고 2016년이 되면서 나는 이런 생각을 하나 둘 씩 내려놓기로 결심한다. 


쓸데없는 이런 생각이 더 이상 내 삶을 좀먹게 내버려둘 수 없었던 거다


그리고 2016년 절반이 지난 지금 내 인생은 얼마나 많이 바뀌었나 뒤 돌아봤을 때


그다지 큰 변화는 없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열심히 노력했고 시도했고 고군분투했고 끊임없이 고민했으며 힘들어했고 생각하려 애썼다. 



그리고 내가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것에 올인하기로 했다. 바로 나의 일..


비록 잘 풀리지는 않았지만 큰 프로젝트 몇 개를 했고 첫 시도도 어설펐지만 그럭저럭 잘 마무리되었다. 


나도 연약한 인간이고 여자인지라


친구들과 수다 떨고 쇼핑 다니면서가 아니라 일을 통해서 단지 위로받고 싶었다.


맞아.. 나는 위로받고 싶었던 거다.


불안한 서른하나, 그럴듯해 보이지만 아직 서툰 서른 하나. 난 이렇게 나 자신을 인정하려고 애썼다.


그리고 하나씩 내려놓고 나는 그렇게 완벽하게 될 수 없음을 서서히 인정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친구들이 필요하고 좋은 사람들이 필요하며 가족이 필요하며 조력자가 필요한 것이다..


언제나 개썅마이웨이를 외쳤던 나에게 이제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는 도덕 교과서의 말이 이제야 새삼 마음에 와 닿는다. 난 그런 나이가 되었나 보다.


이제는 친한 친구의 이쁜 결혼식을 보며 웃을 수 있고 또 더 나아가 친구에게 웨딩 이벤트 장난을 치면 안 되겠느냐고 우스갯소리도 해보며 식당 밥이 맛없네 맛있네 남자친구와 같이 시식회도 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기고 있다.


더 나이 들면 안 이쁠 것 같아 웨딩드레스도 입어봐야겠다는 나의 무의미한 조바심도 이제는 점점 희미해져 간다. 


물론 나중에 엄마랑 같이 리마인드 웨딩은 한번 해볼 생각이다.


이제 정말 싱글은 친구가 얼마 안 남은 것 같다. 녀석들, 전부 왈가닥이어서 저래서 시집이나 가겠냐 했는데 어느샌가 어여쁜 숙녀가 되어 다 제짝을 만나 행복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나는 곧 있을 바디 프로필 촬영에 전력을 다할 예정이다. 


내가 언제까지 운동을 계속 열심히 해서 건강한 몸을 유지할지도 모르는 일이고 이력서도 한 번 업그레이드해야 하기 때문에 이래저래 핑계를 삼아 촬영을 하려고 한다. 


어떻게 보면 내 욕심일지도 모르고 대리만족일 수도 있다.


"욕심이어도 괜찮고 대리만족이어도 괜찮아."


그냥 다르게 사는 것임을 인정하면 마음이 훨씬 가벼워진다.


누구의 인생이 옳다 아니다 라는 기준이 없기에


친구들의 인생도 나의 인생도 다 가치 있는 삶인 것이다. 



이렇게 하나 둘 씩 늦게 배워가며 나 자신의 모자람을 인정하며 나는 조금씩 어른이 돼가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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