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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lhea Oct 23. 2016

The real game of love

달혜의 연애 시즌2/ 마음의 준비 없이 시작된 관계

얼떨결에 시작된 내 연애는 시작부터 간단하지 않았다.    



처음 그만하자는 말을 내뱉어 놓고 다시 관계를 되돌려 놓기 위해 무작정 집 앞에 찾아서 기다렸고 다행히 그 남자는 나를 다시 받아주었다. 그리고 다시 안아주었다.    




나는 너무 혼란스러웠고 지금 느끼는 감정이 기분이 나쁘지 않았지만 어디선가 계속 웅크려 있는 불안함은 쉽게 떨쳐낼 수 없었다.      




사소한 위기가 계속 왔다 갔다 했고 그러던 도중 11월 초쯤 자의반 타의반으로 나는 몸을 허락하게 됐다.  



   

경험이 없던 건 아니었지만 거의 첫 경험이었고 아직 어두운 새벽에 택시를 타고 돌아오는 길은 너무 몽롱하고 쓸쓸하고 무서웠다.    


 

그리고 그 날 몸살이 났고 밤새 앓았다..    




남자한테 내 몸을 준다는 건 항상 치욕스러운 일이었고 기쁘지 않은 일이었고 뭔가 지는 기분이 들었다. 정복감을 느끼게 해주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내가 이 여자를 드디어 가졌어!'라는 정복감과 성취감을 절대 누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여자는 남자의 위치 아래로 가야만 하고 절대적 복종을 약속당하는 것 같아 그런 기분이 너무 싫었다.     


첫날밤은 아무 생각도 없었고 이 놈 역시 다른 남자들과 다를 것 없이 한 번 가졌으니 이제 마음 놓고 승자의 정복감을 마음껏 누리겠지 라는 생각에 몸살이 났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예전처럼 그런 시간을 보낸 뒤에 내가 잠수를 타거나 연락을 하지 않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그러던 도중 무릎 통증이 점점 더 심해져 결국 체육관을 나오게 되었고 덩달아 기연 역시 나를 따라 헬스장에 등록을 하게 됐다.  




처음 연애 감정이 생긴 것도 아찔한 썸을 탔던 곳도 체육관이었는데 둘만 빠져나오게 되어 뭔가 죄책감마저 들었고 모두가 나를 손가락질할 것만 같았다.    


   

그리고 결국 체육관은 12월쯤 문을 닫았다고 한다.       

뭔가 아쉽고 허전하다..    



많은 시간을 보낸 건 아니었지만 우리의 추억이 기억이 없어지는 것 같아 그냥 쓸쓸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 회사에서 두 번째 사건이 벌어지게 된다.      



업무 때문에 친하게 지내던 남자 사원이 하나 있었는데 연애 상담을 해준답시고 만났는데 어느새 사적인 만남을 가지면서 얘기도 하고 고민도 털어놓는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내 입장에서는 이 녀석이 그냥 일반적인 남자 사람 친구 플러스 술친구였지만 상황은 점점 더 복잡하게 되었고 오는 남자도 가는 남자도 막지 않는 주의의 내 깜찍하고도 못된 버릇은 결국 큰 사단을 내게 되었다.      


 

나는 만나는 사람이 있어도 그 사람이 내 개인적인 생활이나 사적인 영역에 침범하는 것을 절대 허락하지 않았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고 나 또한 그 사람의 사생활이나 개인적인 비밀은 지켜주려고 노력하는 편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어느 정도의 선을 넘거나 만나는 사람에게 부끄러울 만한 짓은 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떳떳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김없이 그날도 나는 평범하게 친구를 만나 저녁 식사를 하고 영화를 보고 있는 거였다. 그런데 기연이한테 연락이 왔고 두 사람을 마주치게 하고 싶지 않아 이리저리 핑계를 대다 결국 집 앞 지하철 역에서 맞닥뜨리게 되었다.       




나는 최대한 당황하지 않고 두 사람을 소개했고 기연이는 크게 화를 내며 가버렸다.    




   

나의 가장 큰 첫 번째 실수는 바로 이 날,      




'저 남자가 내 남자야'라고 말하지 않은 것이다.     


 

이런 크고 작은 사건들은 나중에 하나 둘 쌓여 마지막 그 순간까지 나를 아프게 만들었다.     


  

맞은 사람은 기억하고 때린 사람은 기억 못 한다 그랬었나.    




아니. 상처를 준 사람은 반드시 기억한다. 그리고 후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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