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
나는 보통 우울할 때는 아래의 세 가지 일을 한다.
1. 잠이 오는 차를 마시며 조금 울다 일찍 잠들기
2. 좋아하는 음악들을 들으며 술 마시기
3. 햇볕을 쬐며 책을 읽기
그리고 기분이 좋을 때 하는 일 중 세 가지만 꼽아보자면
1. 가구를 옮기며 구석구석 청소하기
2. 집에서, 밖에서 숨차도록 격하게 운동하기
3. 햇볕을 쬐며 책을 읽기... 정도?
고로, 책 읽기는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항상 하는 일이라는 걸 문득 깨달았다. 어제는 너무 우울해서 책을 읽었는데, 오늘은 너무 행복해서 책을 읽었다. 나는 1-2달에 한 번씩 책을 구입하는 편이다. 서점에 가는 것도 좋아하고, 책을 사는 행위도 좋아한다. 물론 읽고 싶은 책을 사거나 특정 작가를 좋아하거나 다독왕은 절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사고 집으로 가져와 책꽂이에 꽂아두는 걸 자주 하는 편이다. 12월에는 시집을 두 권 샀고, 1월에는 시집을 한 권 선물 받았다. 그리고 2월에는 프롬의 새 서적이 나와서 그것과 함께 추천받은 소설도 한 권 샀다.
나에게 책은 마지막 남은 아날로그다.
전자기기가 고장 나는 순간 취미가 사라져 버리는 세상에 사는 요즘, 인생에서 마지막까지 남아있을 취미.
책 읽는 걸 좋아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누군가의 생각이 함축된 잘 정리된 글을 읽다 보면 자연스레 잠시 자아를 잃게 되는데 그 상황에 빠지는 걸 편안하게 느끼는 것 같다고 해야 하나? 책을 읽는 사람들 중 이런 걸 좋아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까?
평소 나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그리고 그 결말이 결코 긍정적이지 않은 사람들에게 나를 잠깐 잊어버리게 해 주는 도구는 참 매력적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 요즘에 가장 선호하는 책은 인문/철학서적 쪽에 가깝다. 시집을 좋아했는데 이제는 시집도 시큰둥하고, 남의 삶을 들여다보는 자서전은 정말이지 싫어하고 소소한 일상을 담은 에세이는 극혐에 이르렀다. 누가 보면 인문/철학 책을 정말 많이 읽는 것 같지만, 나는 요즘 프롬 서적만 중독된 듯 읽고 있다. 이번에도 새 신보가 나왔길래 재빠르게 구매했다. 최근 무엇을 사며 1초라도 망설이지 않은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빠르게 결제를 했다.
'우리는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가'
사실 이 글은 이 책을 홍보하는 글과도 같다. 아니 그냥 프롬의 찬양글이다.
난 힘들거나 슬플 때도 프롬의 서적을 읽고, 행복하고 기쁠 때도 프롬의 서적을 읽는다.
한 사람의 인생과 사상을 책을 읽음으로써 내 것으로 가져올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행운이다.
감정 기복이 심할 때 책을 읽는 건 꽤 도움이 된다. 잠시나마 밀려오는 감정에서 도망갈 수 있으니까.
그렇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어야 하는 상황이라면 당장의 독서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책이 한 권 두 권 내 것이 될수록 누군가에게 쉽게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되니까.
김영하 작가의 말처럼. 일단 사라. 사고, 나중에 거기서 골라서 읽자.
아무거나 산다고 해도 결국 자기 무의식이 골라주는 책을 살 테니 나중에 들여다봐도 그 책을 산 것에 대해 후회는 없을 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