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의 전염성에 관해서.
자살 기사가 하루 걸러 나온다.
문제있다.
자살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살 기사를 보도하지 않는 것이라 생각한다.
불과 몇 년 전 기사까지만해도 자살 방법도 알려주고 심지어 현장 사진까지 찍혀있곤 했다.
연예인의 죽음은 신문 1면에 보도되었고, 며칠 동안 온갖 기사가 인터넷과 신문에 도배되었다.
왜 죽었는지, 어디서 죽었는지, 어떤 방법으로 죽었는지. 이런 걸 굳이 대중들이 알아야 했을까?
사람들은 점점 더 죽은자의 히스토리에 빨려들어갔고, 그를 따르던 사람들은 그와 함께 하겠다며 자살시도를 하거나 실제로 자살을 하기도 했다.
베르테르효과라고 부르지만 이렇게 부르는 걸 별로 좋아하진 않는다.
과몰입러의 모방자살이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로 자살율의 상승은 기사를 쓴 언론사의 책임도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
몇 달 전 직장에서 자살사건이 발생했다. 처리하는 과정 중에 절대적으로 자제하는 것들이 있었다.
- 운구차가 건물을 돌지 않기
- 대규모 추모행사를 진행하지 않기
-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자신의 생각을 넣어서 해당 사건을 이야기 하지 않기
자살은 사회적으로 오픈되면 될수록 이상한 방향으로 퍼져나가는 악효과가 있다.
자해나 습관성 자살시도를 하는 사람들에게 강력한 결심으로 작용할 수 있고
우울한 기분을 자주 느끼는 사람들의 정신을 파고들어 충동적인 어떤 행동을 행하게 할 수도 있다.
직장 자살사건 이후 나는 아직도 자주 긴장을 한다. 최측근들을 지켜보며 혹시나 2차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하는데 조금만 덜 요란하게 지나갔더라면 이런 걱정을 안해도 되었을 거라는 생각 역시 안 들수가 없다.
자살이 사회적인 문제라고 말하지만 사회에서는 손을 놓고 있다.
오히려 힘들지만 씩씩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자살을 부추기는 것 같은 느낌.
정부에서 자살 소식을 보도하는 걸 법적으로 금지하기만 해도 사회가 하는 역할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언젠가부터 자살했다는 기사를 보면 인상부터 찌푸려진다.
이 기사로 인해, 2차 후폭풍을 경험할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지.
자살자로 인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뒷 수습을 위해 고생할지. 그저 눈물 뿐..
자살 기사가 보도되지 않는 사회가 오긴올까. 정말 별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