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저물어 간다. 지난 한 해 동안, 우리는 저마다 위대했다. 우리에게는 심장의 존재를 느끼게 해 준 매 순간이 있었다. 지금 머리 위로 구름이 지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던, 혹은 까치가 우는 소리를 듣게 해 준 순간들이 있었다. 지난 한 해, 내게도 그런 순간들이 많았다. 미루나무 우듬지를 스치는 바람 소리를 듣던 순간이나 이마에서 후두둑 떨어져 내 그림자를 적시던 땀방울을 바라보던 순간 등등. 짧았던 그 순간들 덕분에 올 한 해를 나는 오랫동안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지지 않는다는 말_김연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