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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샘물 Feb 26. 2021

#3 인터넷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게임 포털 노리누리

조샘물의 게임 팬사이트 운영 이야기

1.


난 노리누리 아스가르드(개발사: 넥슨코리아) 게임 팬사이트의 부운영자였다. 유저들의 공간을 가꾸고 지키는 관리자 역할과, 게임 정보를 공유하고 우리 유저들의 한맺힌 목소리를 기사화하고 게임 개발사의 입장을 확인하는 기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결과였다.


부운영자가 될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내가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었다. 답답한 사람이 해야지...

운영자는 이전 글에서 소개해드렸던 마케터 분이셨다. 본업인 마케팅 활동에 충실하느라 노리누리를 운영할 여유가 되지 않으셨다. 그래서 비록 무보수이지만 우리 유저들의 공간을 유지하고 싶어 맡게 되었다.


어쩌다보니 팬사이트 전체의 실질적 운영을 맡게 되었고, 스무 명 가량되는 관리자분들과 기자단분들의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노리누리 회사측과 유일하게 커뮤니케이션이 되던 마케터 분은 퇴사하게 되었고,

#2에서 서술한 바와 같이 노리누리 서비스는 아프리카TV(구 nowcom)으로 흡수되게 된다.


당시 아프리카TV는 온갖 게임 관련 개인 방송과 공식 방송이 대인기를 끌던 때였으며,

게이머라면 모를 수가 없는 플랫폼이라 흡수 당시 내심 노리누리 운영이 정상화될까 기대를 하게 되었다.

'이제 직원인 운영자가 들어오게 되고, 사이트 개편도 하고, 서버 튜닝도 하겠지?...'


그러나 내 생각은 큰 오산이었다.





2.


아직도 선명히 기억나는 그 날, 2008년 7월 11일....


노리누리 페이지 접근이 되지 않았다.

접근이 왜 안되는지 조차 연락할 사람이 없었다.


이틀이 지나고 사흘째 되던 날,

사업 양도를 받은 측에서 빠른 복구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나에게 밝혀왔다.


하지만 노력으론 되지 않았던 걸까. 결국 노리누리는 인터넷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황당했다.


아스가르드 팬사이트를 방문했던 수십만 유저들이 몇 년에 걸쳐 소중하게 꾸며놓은

수백만 건의 게시물 DB가 날아가고 우리가 함께 소통하던 공간이 사라졌다.


그 어떠한 공지도 없었다.


내 삶을 송두리째 잃어버린 기분이었다.


그렇지만 더 큰 문제는 공간의 상실로 인한 유저들의 혼란이었다.

당시 서비스 하락기에 접어든 아스가르드와 노리누리를 대체할만한 팬사이트가 있었던 상황도 아니어서

약 1만 명 가량의 유저들이 갈 곳을 잃은 상황이었다.


사이버 난민이 된 이들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우선적으로 마련하는게 시급했다.

이 분들이 일궈왔던 사회가 깨지지 않도록 유지해야 하는게

지금 당장 내가 해결해야 할 목표가 되어버린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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