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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디아 Feb 25. 2019

[임신일기 #9] 태아 보험! 국민신문고에 신고하다

우체국 무배당자녀지킴이보험. 결국 태아 보험에 들기로 결정하다.

태아 보험에 대한 나의 깊은 고민은 이전 일기에 상세히 기록했다. 관심이 있는 분들은 이전 일기를 보시기를 바란다. 


지금 돌이켜보면 선택 특약 문제뿐만 아니라 주 계약을 위한 월 납입료도 문제가 많은데 함께 민원을 넣지 않은 것이 아쉽다. 우체국 무배당자녀지킴이보험의 월 납입금은 40,900원(주 계약 25,600원, 선천이상 특약 1,500원, 신생아 보장 특약 5,400원, 산모보장 특약 8,400원)이다. 2018년 7월까지는 우체국 무배당꿈나무보험이라는 상품으로 월 납입금이 21,500원이었다가 2018년 8월에 변경되었다. 주 계약 내용은 아이가 태어나고 난 다음에 보장받는 내용이다. 암, 뇌출혈, 중대질병 진단, 장해, 입원, 수술, 골절 및 깁스 등 각종 일상생활 위험까지 포괄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주 계약 내용인데 태아일 때는 이 보장 내용이 필요 없다. 하지만 태아를 위한 특약을 선택해 보험에 가입하면 월 25,600원씩 괜히 내야 하는 것이다. 태아 보험은 22주 전에 들어야 하는 것이니 대략 20주 차에 보험을 들었다고 가정하면, 대략 128,000원(25,600원 x 5개월)을 이유 없이 그냥 내게 된다. 


이 문제는 우체국 보험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보험사의 태아보험에 해당된다. (거의라고 표현한 것은 내가 모든 보험사의 상품을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월 납입금 10만 원 내외의 태아 종합보험은 주 계약 관련 월 납입금이 더 크니 가입자가 부담해야 할 부당한 납입료가 수십만 원을 넘을 것이다. 이미 금융위원회에서 심각성을 파악하고 있고, 2018년 초에 태아가 산모의 뱃속에 있는 기간 동안 냈던 어린이 보험료를 환급하는 방안을 마련해 제출하라고 지시했다.(기사 - [단독] 금감원 “임신 중 냈던 어린이보험료 돌려줘라”.) 하지만 이후에 어떤 방안이 마련되었는지 모르겠다. 어쨌든 국내에는 태아를 위한 특약과 산모가 출산 중 생길 수 있는 위험에 대한 보장만 선택할 수 있는 보험은 없다. 





2018.12.28

우체국을 방문하고 돌아오자마자 우체국 보험에 대해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창구를 찾았다. 우체국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소속기관인 우정사업본부 소속이다. 대한민국의 국가행정조직 산하 기관에서 설계한 보험의 문제이기에 민원 제기를 결심했다. 국민들이 좀 더 저렴하게 합리적으로 혜택을 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국가 기관에서 설계한 보험이라면 이런 모습이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고 상품은 우체국 무배당자녀지킴이보험이었다. 


주된 민원의 내용은

태아를 위한 특약 보험료가 개편 전보다 10배 넘게 늘어났다. (1,500원 -> 15,300원)

세 가지 의무 선택 고정부가 인데 선택 특약으로 표기한 것은 잘못되었으니 수정하라.

선택 특약을 선택할 수 없으니 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도록 상품을 개선해 달라.


아래는 민원 신청 내용을 스크린샷으로 남긴 것이다. 월 납입료 문제에 대해 함께 민원을 제기하지 않은 것이 아쉬움으로 많이 남는다.




2018.01.07

약 열흘 후, 우정사업본부로부터 답변을 받았다. 


우정사업본부 답변 내용 요약

우체국 자녀지킴이보험 특약은 태아, 산모를 동시에 보장하기 위해 부득이 고정부가 되도록 설계되었으나 고객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측면을 고려하여 관련부서에서 개선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된다.

특약 고정부가에 대한 검토를 진행하고 있고 2019년도 6월 경 변경 예정이다.


이후에 추가 문의를 위해 보험개발심사과 민원 담당자에게 메일을 보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혹시 우체국 자녀지킴이보험에 관심이 있는 분들은 2019년 6월 이후에 변경될 내용에 관심을 가지시기를 바란다. 




임신 주차가 늘어나면 보험사마다 요구하는 서류가 추가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기형아 검사를 할 시기가 지나면, 검사 결과를 제출하라고 한다. 태아가 기형아 고위험군으로 진단을 받으면 보험 가입을 거절한다. 그래서 보험사들은 임신 초기에 태아 보험을 가입하라고 권유한다. 다행히 우리 귤이는 2차 기형아 검사까지 저 위험군으로 진단을 받았다. 


태아 보험을 들까 말까 고민이 많았지만 결국은 들기로 결정했다. 임신 22주 전에 가입을 하면 되므로 지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딱 그 주수에 맞춰서 가입을 하려고 한다. 내가 아무리 신경을 써도 아이가 어떻게 태어날지 장담할 수 없고, 혹시라도 아이가 건강하지 않게 태어날 경우 보험 가입을 거절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최소한의 보험을 들기로 마음먹었기에 우체국 자녀지킴이 보험에 태아 특약을 선택해 가입할 것이다. 임신 22주 전에 가입해야 하기에 특약 고정부가 사항이 개선되기 전에 가입해야 하는 것이 아쉽다. 5주간 태아 보험으로 골머리를 앓았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는다. 물론 아직 가입 전이긴 하지만. 


결정하고 나니 홀가분하다. 보험에 대해 잘 모르지만 나름대로 꼼꼼히 찾아보며 결정했다. 내가 뭔가 잘못해서 혹시라도 우리 아이가 잘못되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먹을 것, 보는 것, 듣는 것 모두 조심하고 있다. 미세한 몸의 변화도 놓치지 않으려고 신경을 쓰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엄마의 편안한 심리 상태라는데, 부당함이나 납득이 가지 않는 일을 지나치지 못하는 내 성격은 어찌할 수 없나 보다. 아무것도 달라진 것은 없지만 국민 신문고에 신고를 하고, 답변을 듣고 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우리 귤이가 조금 더 합리적이고 정의로운 세상에서 살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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