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임신 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디아 May 07. 2019

[임신일기 #14] 산후조리원

가는 것이 좋을까? 어디가 좋을까?

정말 오랜만에 글을 적는다. 11주 차 일기까지 짧게 스크랩해둔 일기를 옮겨 적다가 너무나 오랫동안 포스팅을 하지 못했다. 이 번에는 산후조리원 이야기를 적어 볼까 한다. 


산후 조리원은 우리나라에서 유독 잘 알려진 시스템이라고 한다. 다른 나라의 대다수 산모들은 출산 후 병원에서 퇴원하면 집으로 돌아가 몸조리를 하고 아이를 키우며 시간을 보낸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난다. 사실이 어떤지 꼼꼼히 확인해 보지 않았지만, 35년 전 우리나라만 해도 엄마가 나를 낳고 퇴원하자마자 바로 친정으로 가 외할머니의 도움을 받으며 산후조리를 했다고 하니 산후조리원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은 듯하다.


출산 후 몸조리를 한다는 것. 과연 얼마나 조리를 해야 내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있을까? 나의 출산 과정은 얼마나 험난할까? 모유수유를 원활하게 하기까지 아주 힘든 시기를 버텨야 한다는데, 그동안 오로와 산후풍, 산후 우울증의 늪에 빠져 제대로 몸을 회복을 못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온갖 걱정과 염려가 밀려왔다.


일단 주변 지인들의 사례를 기억해냈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가까운 지인 및 친척 중 출산을 한 사람은 4명이다. 그리 가깝지는 않지만 SNS 상에서 연을 이어가는 사람들까지 합하면 대략 10명 내외가 아이를 낳았다. 그중 100%가 산후조리원을 이용했다. 오? 이제는 출산+산후조리원 한 묶음으로 사람들이 인식을 하게 된 것일까?


만약 조리원을 가지 았는다면 어떤 선택지가 있을까? 1. 엄마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2. 집으로 출퇴근하는 산후도우미를 고용한다. 3. 혼자 열심히 버텨 본다. 3번은 정말 택도 없을 것 같고, 언제든 발 벗고 나서서 챙겨주실 엄마임이 분명하니 조리원 대신 뭔가를 선택한다면 2번이 유일한 대안 같다. 아무래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처음 겪는 일들을 배워나가면 훨씬 도움이 될 것 같기는 했다. 조리원을 가지 않는다면 산모들이 보통 ‘이모님’으로 부르는 산후조리도우미 분을 고용하게 될 것이다.


여기까지 생각을 하고 나니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출산 후 극 초반에 집에서 정말 온전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을까? 앞서 언급했듯이 지인 100%가 산후조리원을 가는 지경이니, 뭔가 이유가 있을터. 친한 친구에게 산후조리원을 가는 것이 좋겠냐고 물었다. 그 친구는 단 한마디로 확고한 의견을 전했다.


“조리원이 천국이야!”


반짝이는 눈으로 조리원에서의 행복한 시간을 떠올리던 친구는 잠시나마 행복해 보였다. 그 친구는 요새 아이를 보느라 제대로 밥도 챙겨 먹지 못한다고 했다. 조리원에 있을 때는 2~3시간에 한 번씩 수유를 하고 오더라도 기운을 차릴 수 있을 만큼 식사와 간식을 잘 챙겨줘서 좋았다고. 족욕이나 좌욕 등 회복에 도움이 되는 여러 가지를 활용할 수 있는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최고는 잘 챙겨 먹을 수 있고 누워서 쉴 수 있는 시간이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럼 어떤 조리원으로 가는 게 좋을까?

병원을 선택할 때 첫 번째 기준은 집에서 얼마나 가까운 가였다. 그다음은 지나치게 의학의 힘을 빌리지도 과하게 자연주의 출산을 강조하지도 않은 적당한 병원이었다. 그럼 조리원을 선택할 때 기준은? 역시나 1) 집에서 가까운 곳. 출산을 하고 2) 병원에서 이동이 편한 곳. 머무는 동안 3) 위생적이고 초보 엄마인 내가 4) 뭔가 배울 거리가 있는 곳. 5) 아이의 상태를 잘 파악하고 위험할 때 바로 대처할 수 있는 곳. 이런 곳을 찾아야겠다. 


내가 다니는 산부인과 건물에 조리원이 있어 상담을 받았다. 본격적으로 상담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조리원에서 내가 이용할 수 있는 방을 보여줬다. 마침 내가 상담을 받던 날 오전에 퇴원한 산모가 있어서 방이 하나 비어 있었다. 보통은 방이 모두 차 있기 때문에 사진으로만 설명을 한다고 하는데 운이 좋았다. 방마다 개인 화장실과 샤워실이 있고 빛이 잘 드는 창이 있는 아늑한 곳이었다. 모두 1인실로 구성되어 있다고 했다.  


이 병원에서 출산을 할 경우 조리원 이용비용이 조금 더 저렴했다. 그리고 하루에 최소 한 번 소아과 의사 선생님이 회진을 해 신생아 상태를 파악하고 필요에 따라 치료도 하신다고 한다. 출산을 한 병원과 조리원이 다른 경우, 아이를 낳고 나서 퇴원일에 맞춰서 조리원에 입원 통보도 해야 하고 짐을 챙겨서 이동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런데, 병원과 연계된 조리원이라서 내가 출산을 하면 산부인과에서 조리원에 통보를 하기 때문에 별도로 신경 쓸 일이 없었다. 아이를 낳고 외부 환경에 바로 노출되면 아무래도 약해진 면역력 때문에 병치레를 하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 이 조리원을 선택하면 전용 통로를 통해 분만실에서 바로 조리원으로 이동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조리원에서 자랑스럽게 강조하는 것은 2주 머무는 동안 모유수유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도록 교육하고 산모의 가슴 관리를 해준다는 것이었다.


여기까지 듣고 결정했다. 1인실이다 보니 역시 가격은 비쌌다. 조리원 이용은 오롯이 나를 위한 투자비용이었다. 예상했던 가격보다 비싸서 망설여졌지만 산후조리원을 계약했다. 곁에 조용히 듣고 있던 신랑도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쉬고 회복에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고 했다. 분만 회복실에서 조리원까지 이동도 편하고 집에서 가깝고, 의사의 도움을 받으며 전문적으로 아이를 케어할 수 있는 곳이니 안심이다. 게다가 산전 마사지, 산후마사지, 모유수유/신생아 케어 교육, 산모 건강관리에 도움되는 서비스까지 가격에 포함이니 금상첨화. 여러 곳 알아보지 않아 가격 흥정도, 비교도 하지 못했지만 마음은 편했다. 한 건물에 다 붙어 있으니 얼마나 편할까. 그냥 그렇게 정해버렸다.


계약은 임신 11주 차에 했다. 총금액의 10%를 계약금으로 지불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계약금은 무통장입금으로만 받는다고 했다. 현금영수증 처리를 했다. 다행히 탈세 등을 위한 우회 조치는 아닌 것 같았다. 취소할 때 환불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인가? ^^ 여하튼.


휴. 정말 시작이구나. 아이를 만난다는 것. 새로운 것을 배울 때 마냥 설레고 신나던 감정과는 조금 다르다. 내 몸이 우리 아이를 키울 수 있을 만큼 건강해야 할 텐데. 아이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는 다정한 엄마가 돼야 할 텐데. 걱정과 두려움이 밀려올 때도 있다. 그래도 이렇게 또 하나를 준비하면서 배운다. 


귤아! 엄마 산후조리원 끊었다. 엄마가 모유수유 쭉쭉해줄 수 있게 건강해야 할 텐데!! 후후. 곧 만나자!





매거진의 이전글 [임신일기 #13] 11주차 0일째 - 1차 기형아검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