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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찬선 Apr 14. 2021

우리집 여섯살 꼬맹이의 미디어 생활 회고록(2)

'뉴본 촬영'에서부터 '카카오톡'에 이르기까지

아이의 미디어 생활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거슬러 올라가다 보니, 아이와 처음 만났던 날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됐다. 제왕절개로 출산한 나는, 아이를 '사진'으로 처음 만났다. 갓 태어난 아이는 빨갛고 쭈글쭈글했다. 남편은 아이를 안아보지도 못하고, 급하게 카메라를 꺼내 사진을 몇 장 찍은 뒤 아이를 신생아실로 보내야 했다고 했다. 병실로 옮긴 뒤에도 꼬박 하루 동안은 사진과 동영상으로 아이를 만났다. 그러다 다음 날, 힘을 내서 신생아실로 내려갔을 때- 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핸드폰 카메라를 또 열었다. 그러니까 아이의 첫 미디어 경험은 '사진을 찍히는 것'이었다. 86년생인 나의 첫 사진이 생후 100일쯤의 것이었다면,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미디어를 경험한 것이다.

이후로도 아이는 계속해서 카메라 렌즈 앞에 배치됐다. 하루라도 놓치면 큰일 날세라 매일같이 사진과 동영상을 찍은 탓이다. 그랬던 아이가 처음으로 화면을 통해 무엇인가를 봤다면 아마도 할머니, 할아버지와의 영상통화가 아니었을까. 직선거리로도 370km나 떨어져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는 아이를 그렇게밖에 만날 수 없었으니까. 음악을 듣고, 책을 보여주기 시작한 것도 그때쯤이다.


'미디어'를 영상 콘텐츠로 한정 짓지 않고 책, 음악, 사진 등등의 매체로 확장시키니 아이의 미디어 경험은 결코 적지 않았다. (꼼꼼하게 기록할래야 기록하기 어려운, 정말이지 방대한 양이었다) 그래도- 엄마의 입장에서 아이의 중요한 미디어 경험을 시간 순서대로 적어보려고 노력했다. 어쩌면 이 연대기(?)가 앞으로의 글들에 나침반이 되어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 1살(0개월-), 매일매일 사진과 동영상 찍힘

:: 1살(2개월-), 동요+클래식 듣기 / 할머니, 할아버지와 영상통화 / 그림책 보기

:: 1살(3개월), 첫 유아용 전집을 구입

:: 2살(11개월), 키즈카페, 전시회 등에서 미디어아트를 경험

:: 2살(12개월-), 기관 생활을 시작하면서 TV로 유아용 영상 콘텐츠를 시청(핑크퐁, 뽀로로)

:: 2살(15-16개월 무렵), 영상 중독 증상을 보임(새벽에 일어나 텔레비전 리모컨을 가지고 옴)

:: 2살(18개월), 핑크퐁 뮤지컬 관람(아이의 첫 무대 경험)

:: 2살(18개월 전후), 영상 콘텐츠를 끊고, 책과 음악, 바깥놀이에 집중

:: 3살, 외국어 중심의 영상 콘텐츠 시청(슈퍼심플송, 마더구스, 전집에 포함된 DVD 등등) / 외출 시 유튜브 키즈 활용

:: 4살, 오래된 아이패드(아이패드 2)를 아이용으로 내어줌(인터렉티브 디지털 콘텐츠 경험/카메라 활용)

:: 5살, 태블릿 업그레이드(기관에서 사용하는 영어 프로그램을 가정 연계 활용) / 넷플릭스 시청 / 줌을 활용한 온라인 수업 경험 / 닌텐도 '모여봐요 동물의 숲' 시작 / TV 뉴스 시청

:: 6살(61개월), 카카오톡 계정 생성



책을 좋아하는 엄마라, 아이에게 좋은 책을 많이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하지만 영화를 좋아하면서도, 아이가 하루 종일 <겨울 왕국>만 볼 때는 '저걸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생각했더랬다. 지난 만 5년간 아이를 키우면서, 수도 없이 아이의 미디어 경험과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해 고민했다. 그 가운데 내 생각이 바뀌기도 했고, 어느 순간부터 미디어 경험에 '열린 태도'를 취하게 되기도 했다. 물론 정답은 없다. 집집마다 교육관, 가치관이 다를 것이고- 그에 따라 아이의 미디어 경험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어떤 선택을 하든 간에 아이의 미디어 경험,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고민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부모가 아이의 미디어 경험에 아무리 부정적인 생각을 안고있다한들, 아이들의 삶에서 미디어를 떼어놓기는 어렵다. 게다가 1986년생인 나와 2016년생인 아이의 미디어 경험은 그 시작부터가 다르다. 30대가 생각하는 유튜브와 여섯 살이 생각하는 유튜브는 그 개념 자체가 본질적으로 다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시선을 낮춰- 아이에게 미디어가 어떻게 보일지 고민해야 한다. 또 부모로서, 아이의 미디어 경험을 어떻게 가이드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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