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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찬선 Apr 23. 2021

엄마는 유튜브 보면서, 나는 왜 안돼?

'어린이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이유

교육학의 세부 학문(?) 안에 '교육공학'이라는 개념이 있다. 인문, 사회학의 범주에 속한 '교육'과 이성적이고 실천적인 '공학'의 만남은 이 논의가 시작된 1970년 이래 여전히 낯선 것으로 물음표들을 남긴다. 교육에 시청각 자료가 적극적으로 활용되면서 나타난 논의지만, 사실 시청각 자료는 1900년 이후 지속적으로 교육에 활용되어 왔다. 슬라이드, 사진, 무성영화 필름 등 시각 자료를 활용하는 것이 교육에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청각 교육은 금세 한계에 직면하게 된다. 매체를 활용하는 것이 전체 수업 과정의 요소로 흡수되지 못하고 하나의 보조물로 남게 되는 상황이 잦아진 것이다. (매체가 학습자들에게 낯설고 신기한 시기에는, 매체 자체에 집중하느라 내용을 흘려버리는 경우도 많았고) 따라서 매체를 포함한 전체 수업의 요소를 설계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대두되었는데, 이때 등장한 개념이 '교육공학'이다. (빠밤!)


새로운 것을 가르칠 때, 글로만 설명하는 것보다는 옆에서 조곤조곤 설명해주면 더 빨리 이해되고, 거기에 시각자료(그림이나 사진)가 더해지면 당연히 더 받아들이기 쉬울 것이다. 그러니까 교육공학에서는 '어떤 것'을 '어떻게' 가르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지 고민하는 학문인 것이다. 그런데, 가르치는 사람에게도 낯선 매체가 등장한다면?


아이에게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익숙한 환경이지만, 내게는 새롭게 받아들여야 했던 환경, 인터넷. 그리고 그로부터 파생된 넷플릭스나 유튜브 같은 동영상 플랫폼, 스마트폰을 필두로 한 디지털 기기들, 각종 애플리케이션들까지. 86년생인 내게 이러한 디지털 환경이 낯설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태어날 때부터 존재하던 환경은 확실히 아니었다. (나의 첫 온라인 경험은 PC통신이었다고요...) 그러니까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내게는 여섯 살 때 넷플릭스로 영상 콘텐츠를 보고, 태블릿으로 이북을 봤던 기억이 없으므로.


오늘날 가정에서의 디지털 미디어 활용이 극단적인 차이를 보이는 것도 이 때문 아닐까, 생각된다. 어떤 부모는 영상 콘텐츠와 디지털 미디어 콘텐츠를 최대한 제한하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전자의 경우 이러한 매체들이 유아의 성장을 방해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 영상을 보느라 유아기 발달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활동들을 할 시간이 없어지고, 이것이 뇌 발달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고 하니 아이에게 보여줄 수 없는 것이다. (반면 디지털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가정에서는 '이걸로 배우는 게 얼마나 많은데'라고 말한다.)

이 문제에 있어 정답은 없다만,

적어도 부모의 일상에 '검색'이 있다면, 아이의 일상에서도 '검색'을 지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앞으로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영상 콘텐츠나 디지털 미디어 콘텐츠가 아이들에게 유해하냐, 아니냐의 논의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 아이들이 이 새롭고도 익숙한 매체들을 건강하게 받아들이고, 활용할 수 있게 될까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터넷 없는 무인도로 갈 것이 아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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