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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ㅇㅅㅅㅇ Oct 11. 2023

그저 그런, 가면

나에게 하는 말(20231011)


집을 나서는 내가 갑자기 낯설게 느껴져서, 나도 모르게 얼굴을 만졌어. 오늘따라 마스크가 없으니까 어색하더라. 참 어색한 어색함이야. 어이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어. 


가끔, 마스크가 그리워. 감염에 대한 안도보다, 마스크로 내 얼굴과 표정을 가릴 수 있었거든. 작은 마스크에 나를 숨기고 싶었는지도 몰라. 마스크 따위에 나를 숨길 수 있다고 착각했던 거 같기도 하고.


생각해보면 우리는 가면으로 나를 숨기고 싶어 하는 거 같아. 나 아닌 척 하고 싶은 걸까? 나답지 못한 것 같아 비겁해보이기도 하지만, 사실 그게 편할 때가 있어. 심지어 그게 진짜 나인 양 살고 싶기도 하고, 그래서 가면을 더 화려하고, 수려하게 꾸미고 싶기도 해.


그런데 진짜 가꾸어야 할 것은 '가면'이 아니야. 그속에 있는 '나'야. 사실 나를 가꾸는 것은 가면을 꾸미는 것보다 어려워. 그것은 보이는 것도, 누가 알아봐주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야. 그저 더 성장하고, 성숙하고, 나다운 내가 될 뿐이지. 


놀랍게도 이렇게 '나'를 가꾸어 가는 사람은 비로소 상대방의 가면 너머 '너'를 마주할 수 있어. 더 나은 나를 위한 애씀을 알아볼 수 있어.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고,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인지 알아볼 수 있다는 거야. 그래서 받았을 상처와 고단함을 내 것인양 안아줄 수 있어. 


그럼에도 가면 속 내가 초라해보이고, 별거 없어 보일 때가 있어.


그야말로 큰 착각이야. 속이는 거야. 속지마. 가면은 그저 나에게 씌워졌을 때, 의미가 있어. 가면 자체로 의미를 갖지 못해. 동경하는 사람들이 많아 가치 있어보일 뿐이야. 사람들의 기호와 필요에 따라 바뀌는 게 가면이야. 흔하디 흔한 가면에 비해, '나'는 고유해. '나'라는 우주는 가면으로 가릴 수 없어. '나'라는 인생은 가면으로 설명할 수 없어. 가면은 그저 가면일 뿐이야. 대수롭지 않은, 특별하지도 않은 가면일 뿐이야. 


오늘, 가면 속 민낯을 마주한다면, 그저 그런 가면 말고, 나에게 관심을 가져본다면 어떨까? 그냥 오늘의 고단함을 위로해 보는 거야. 사는 동안 나에게 난상처들을 매만져 보는 거야. 민낯의 내가 어색하더라도, 괜찮아 보일 때까지 바라봐주고, 다독여 보는 거야. 


가면쓰기 답답하지 않아? 코로나도 끝났는데, 그만 가면 벗어보는 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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