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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entlewomen May 11. 2018

나는 왜 패션을 '쓰고' 싶은가

셀러브리티가 입은 옷 정보나 스타일링 팁 말고, 진짜 패션계의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은 없을까? 

"요즘 누가 글을 읽어? 게다가 패션에 대한 글을?" 


잡지사에 다닐 때 '패션 피처 fashion features'에 관심이 있다고 말을 꺼내면 동료들의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에디터도 결국은 월급쟁이인지라 회사가 나에게 원하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고, 트래픽을 견인할만한 컨텐츠 중심으로 기획안을 냈고, 내가 하고 싶었던 건 차일피일 미뤘고, 그러다보니 퇴사를 했고. 하하. 결국 다 핑계다. 


글 쓰는 사람들을 좋아한다는 패션 디자이너 하이더 아커만 Haider Ackermann 은 자신의 컬렉션을 책의 문단에 비유했다. 한 문단을 읽고 나면 다음 문단이 읽고 싶어지는, 너무 재미있어서 손을 뗄 수 없는 책과 같다고. 패션에 대한 생각의 전환이 일어난 계기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하이더 아커만이 2014년 보그 코리아와 나눈 인터뷰 한대목의 영향이 컸다. '혹시 패션계에서 이해할 수 없거나 싫어하는 게 있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Photographed by Gay Philip, Vogue, October 2009
패션계보다 패션계에 대한 시선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전세계 어디든 <9시 뉴스> 앵커는 세계의 폭력, 실업 같은 중요한 주제들은 심각하게 다루다가 패션에 대해 얘기할 땐 활짝 미소를 짓죠. 패션이 진지하지 않은 분야인 것처럼. 우리가 파티나 다니며 마약이나 하는 사람인 듯 취급하는 게 아주 기분 나쁩니다.

저는 패션이 엄청난 노동이라고 생각해요. 여기에 모든 열정을 쏟아 붓는 사람들, 옷감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인 아주 진지한 비즈니스죠. 많은 고민과 장인 정신이 담겨 있어요. 언론은 여전히 존 갈리아노에 대해 최악의 순간만 떠들어 대고, 천재적 재능으로 세상에서 가장 멋진 옷들을 만들어낸 것에 대해선 함구하죠. 그걸 지켜보는 건 고통스러운 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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