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entlewomen Jun 05. 2018

제스키에르와 루이 비통

#notgoinganywhere. 이보다 로맨틱한 화답이 있을까요?

최근 루이 비통이 여성 컬렉션 아티스틱 디렉터인 니콜라 제스키에르 Nicolas Ghesquière 와 재계약이 성사되었음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제스키에르 역시 #notgoinganywhere 해시태그로 화답했고요. 이로써, 그가 자신의 브랜드를 론칭하기 위해 루이 비통을 떠날 것이라는 루머는 일단락을 짓게 되었죠. 


제스키에르가 루이 비통에 합류한 건 4년 전의 일입니다. 젊고 영리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자신의 거취를 옮기는 주기가 점점 짧아지는 추세입니다만, 루이 비통 하우스가 얼마나 자유롭게 일하게 해주는지를, 얼마나 많은 자신의 꿈들을 현실화해주는지를 4년 내내 힘주어 이야기했던 제스키에르이기에 간간히 들려오는 루머에도 내심 재계약을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애초에 루이 비통의 델핀 아르노 부회장이 그를 콜할 때 개인 브랜드 론칭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했고요.


2012년 발렌시아가를 떠날 때 일어난 법적 논쟁, 1년간의 공백기,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의문으로 지쳐 있을 때 자신에게 손을 내민 루이 비통을 그가 떠나는 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들과 일한다는 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 지난 경험으로 뼈저리게 느꼈을 테니까요.


"환영받고 지지받는다고 느껴지니까 모든 일이 아주 행복합니다. 루이 비통에서 나는 완전히 자유롭습니다. 아무도 내게 부담을 주지 않죠. 저는 모든 것을 훨씬 더 명확하고 훨씬 덜 복잡하게 말합니다. 당분간은 그저 이 순간을 만끽하고 싶어요." 


관계를 지속할 수 있게 하는 건 상처주지 않을 거란 서로에 대한 믿음이라는 걸, 제스키에르와 루이 비통의 재계약을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한 것 같습니다. 


지, 그렇다면 오늘은 이들의 재계약을 두 팔 벌려 환영하며! 니콜라 제스키에르가 루이 비통에 합류한 후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를 짚어 볼까 합니다. 특히, 왜 사람들이 그를 '패션 천재'라 칭하는지 뚜렷한 이유를 알 수 없었다면 이번 글을 참고하시기를! 



쁘띠드 말 Petit Malle 의 탄생 

아무래도 수장이 바뀐 브랜드의 첫 쇼는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습니다. 니콜라 제스키에르의 루이 비통 데뷔 컬렉션이었던 2014 가을/겨울 컬렉션의 오프닝 룩과 함께 등장한 쁘띠드 말 백은 그야말로 빅 히트를 쳤습니다. 예로부터 루이 비통의 상징과도 같은 전통 하드 케이스 트렁크를 '빅 말'이라 불러왔는데, 제스키에르는 이 커다란 트렁크 디자인을 평소 클러치 백으로 들 수 있는 '쁘띠' 사이즈로 선보인 거죠. 그가 루이 비통에 합류한 뒤 가장 먼저 제안한 아이디어였다고 전해집니다. 그만큼 애착이 크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이 다양하게 변주한 쁘띠드 말 백을 여러 버전으로 선보이고 있고요! 



루이 비통 2018 크루즈 컬렉션이 열렸던 교토의 미호 뮤지엄 

크루즈 컬렉션의 시작

'여행'이라는 키워드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인 루이 비통이 니콜라 제스키에르 영입 이전에 크루즈 컬렉션 쇼를 단 한 번도 선보이지 않았던 것이 좀 의아하긴 합니다. 물론 크루즈 컬렉션의 영향력이 최근에 이르러 더 강해진 추세이기도 하지만, 제스키에르가 한 인터뷰에서 밝힌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6개월이란 시간은 짧다면 짧고 길다면 아주 길죠. 시즌 컬렉션 외에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수 있기에 저로서는 신이 납니다. 또 컬렉션 의상을 입었을 때 실제 모습, 원하는 스타일링, 이런 것들을 자세히 묘사하고 싶을 때 패션쇼만큼 효과적인 수단은 없어요. 그래서 크루즈 컬렉션을 시작하게 됐죠." 


루이 비통 크루즈 컬렉션의 특징은 해당 도시의 풍광 뿐만 아니라 쇼장으로 선택한 건축물의 압도적인 아우라가 더해져 완성된다는 것입니다. 모나코 왕궁에서 첫 크루즈 컬렉션을 선보인 제스키에르는 팜스프링스, 리오 데 자네이로, 교토를 차례로 선택했습니다.


얼마 전 휴양도시로 유명한 니스에서 조금 떨어진 생 폴 드 방스 Saint-Paul-Vence 에 위치한 매그 재단 미술관에서 베일을 벗은 다섯 번째 크루즈 컬렉션은 어땠을까요? 개인적으로 루이 비통 크루즈 컬렉션 순위를 꼽는다면 저는 이번에 열린 생 폴 드 방스 2019 컬렉션을 마음 속 1번으로 꼽겠습니다. 



시리즈 캠페인

애니 레보비츠 Annie Leibovitz, 유르겐 텔러 Juergen Teller, 브루스 웨버 Bruce Weber.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이 3명의 사진가를 한날한시, 다른 도시에서 촬영을 진행하게 한 흥미로운 컨셉트의 작업을 시작으로 니콜라 제스키에르는 자신의 광고 캠페인을 '시리즈 Series'란 타이틀에 숫자를 붙여 소개해왔습니다.


16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루이 비통 하우스를 자신이 어떻게 재해석했는지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동일한 타이틀의 전시를 여러 나라에서 개최하기도 했죠. 그의 야심찬 비전을 담은 이 릴레이 전시는 로스앤젤레스, 베이징, 로마, 서울, 런던, 싱가폴 등의 여러 도시들로 이어졌습니다. 시리즈 넘버는 벌써 '8'까지 왔고요.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왜 패션을 '쓰고' 싶은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