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entlewomen Jul 06. 2018

6월의 파리

약 1백여일 만에 다시 파리를 찾았다.

약 1백여일 만에 다시 파리를 찾았다. 당분간 장거리 비행은 마다할 생각이었지만, 그렇게 되었다.


6월의 파리는 밝았다. 달이 떴고, 밤 10시를 넘겼는데도 하늘이 밝았다. 무엇보다 활기가 넘쳤다. 도시 곳곳에서 버스킹이 벌어졌다. 평일인데도 공휴일처럼 사람들이 붐볐고, 구글 맵으로 확인했을 땐 분명히 영업해야 하는 레스토랑이 죄다 문을 닫았다. 하루를 마칠 즈음이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 6월 21일은 프랑스의 음악 축제가 열리는 날이고, 그날은 공휴일이라는 사실을. 


왠지 어색했다. 나에게 파리는 왠지 센티멘털해지는 도시였는데, 내가 몰랐던 얼굴을 새롭게 발견한 기분이랄까. 그간의 여정을 곱씹어보니 초여름의 파리는 처음이었다. 하루, 24시간을 그 어느 때보다 길게 보내는 기분으로 꽉꽉 채워 다녔다.



이른 아침부터 캐스팅 콜을 다녀온 태은이 납작복숭아와 체리를 잔뜩 사왔다. 뷰티 루틴 영상을 촬영하던 우리는 환호성을 질렀다. 생긴 모양 때문에 '도넛 복숭아'로도 불리는 납작복숭아는 말캉말캉하고 당도가 높아서 유럽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원산지는 중국 남부 지역이라는데, 관리가 쉽지 않아서 국내에 본격적으로 들여와 재배하진 않는 모양이다. 여름에 유럽 혹은 대만 여행을 갈 일이 있으시거든 꼭 한 번 드셔 보시라. 꿀맛이다.


파리지앵은 삶을 삶답게 하기 위해 꽃이 꼭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단다. 파스타를 삶고 토마토 소스가 난무한 식탁 위에, 햇빛 좋은 날 무심히 연 낡은 창과 하늘의 여백에, 일상을 채우는 사소한 자리에 언제나 꽃이 있었다. <부케 드 파리>, 정미영 




작가의 이전글 게으른 완벽주의자의 특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