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는 말은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 저는 무서운 것이 많아 자주 숨을 몰아 쉽니다. 문득 떠오른 단어 하나 하나가 작지만 선명한 면도날이 되어 몸 안팎을 가르고 지납니다. 진짜가 아니란 걸 알지만 통증은 날카롭기만 합니다. 이 투명한 고통은 누구에게도 도움 받을 수 없어 혼자 견뎌야 합니다. 오늘도 몇 번이고 아무도 없는 곳을 찾아 주저앉았습니다. 숨을 몰아쉬며 괜찮다고 말합니다.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신통력을 잃은 주술사의 주문처럼, 아무리 되뇌어도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말을 무력하게 반복합니다. 차가워진 손 끝을 비비며, 말에 취해 고통을 잊으려 합니다. 그렇게 앓고 나면 저는 조금 더 흐릿한 존재가 됩니다. 당신은 저를 볼 수 있을까요. 매일 투명도를 0.1씩 늘리듯 몸이 점점 흐릿해집니다. 미미한 차이지만 지난주, 보름, 한 달 전과 비교하면 보이지 않던 몸 너머가 점점 선명하게 보이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렇게 제 몸이 흐릿해질 수록 너머의 무언가는 선명해집니다. 저조차 차이를 느낄 수 없게 점점 투명해지다 어느 날 홀연히 사라진다면, 그 증발을, 빈자리를 누가 알아줄까요. 누가 저를 기억할까요. 그러니 기록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누구도 기억해 주지 않기에 스스로를 남겨야 합니다. 의미 같은 건 포기한 지 오래입니다. 제 삶에 의미라니, 너무 염치 없지 않나요. 무의미함을 두려워하는 사람도 있지만 제게 너무 벅찬 이야기입니다. 당연한 걸 따졌다면 이미 견딜 수 없었을 겁니다.
어떤 주석도 붙지 않은 죽음과 주석이 필요 없는 죽음 사이에서 어느 쪽이 저에게 어울릴까요. 어제는 그런 하루였습니다.
2023.10.31.2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