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림프절 전이 가능성 예측, 2차 수술 줄인다
암을 극복한 사람에게 가장 두려운 일은 아무래도 ‘암 재발’입니다. 유방암은 암 세포가 서서히 성장합니다. 10년이 지나서도 완치됐다고 안심하기 어렵습니다. 재발한 유방암은 치료가 더 까다롭습니다. 다행히 최근 국내 연구진이 암 재발 가능성을 손쉽게 예측할 수 있는 분석법을 발표했습니다. 이전보다 간편하게 암을 예측할 수 있어 유방암 환자가 불필요하게 림프절을 잘라내는 검사나 수술을 받지 않도록 돕습니다.
[병원 리포트] 중앙대병원 유방외과 김민균 교수팀
최근 국내 연구진이 암 재발 위험을 높이는 유방암의 림프절 전이 가능성을 예측해 불필요한 수술을 줄이는 방법을 개발해 이목을 끌고 있다. 유방암은 재발하면 치료가 어렵다. 유방암은 겨드랑이로 연결되는 림프절에 암세포가 얼마나 침범했느냐에 따라 암 재발 가능성이 커진다.
과거에는 간이 조직검사에서 림프절 전이가 발견되면 암이 재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20~40개에 이르는 겨드랑이 림프절을 광범위하게 제거했다. 겨드랑이 림프절은 유방에서 싹튼 암세포가 다른 신체기관으로 퍼지는 출입문이다. 최근 림프절 전이 개수가 3개 이하라면 암 재발·생존율에 차이가 없는 것으로 밝혀지면서 림프절 전이 여부를 보다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중앙대병원 유방외과 김민균 교수 연구팀은 유방암 림프절 전이 가능성을 수치화해 분석하는 ‘유방암 림프절 전이 예측 노모그램’을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암 조직을 침습적 시술로 떼어내 림프절 전이 여부를 파악하는 조직검사와 달리 수술 전 임상 자료 데이터만으로 림프절 전이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
연구팀은 2006년 1월부터 2010년 12월 사이에 유방암 수술을 받은 환자 1917명을 대상으로 유방암 수술 전 임상 자료와 수술 후 정밀 조직검사 결과를 비교·분석했다. 구체적으로 유방암 환자의 ▶나이 ▶겨드랑이 초음파 ▶흉부CT(컴퓨터단층촬영) ▶PET(양전자단층촬영) ▶종양의 크기 등 다양한 변수를 조합해 유방암 림프절 전이 발생 위험도를 점수화해 계산했다.
수술 전 임상 데이터 분석해 수치화
예컨대 유방암은 나이가 젊을수록 림프절 전이 가능성이 커 위험도 점수가 높아진다. 반면에 암 덩어리의 크기는 겨드랑이 림프절 침범 위험과는 크게 상관이 없다. 연구팀은 이런 식으로 림프절 전이 위험성이 높은 요소를 파악해 점수를 더했다. 총점 200점을 기준으로 123점 이상이면 유방암 림프절 전이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했다.
노모그램의 예측 정확성을 점검하기 위해 추가로 진행한 연구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초기 유방암 환자 512명을 대상으로 유방암의 림프절 전이 가능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대상자의 88.3%는 림프절 전이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이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밀 조직검사에서 겨드랑이 림프절을 제거하는 수술이 필요한 환자는 1.6%에 불과했다.
기존에는 유방암 수술 도중에 간이 조직검사(동결절편 조직검사)를 진행해 림프절 전이 여부를 확인한다. 문제는 간이 조직검사의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따라서 불필요하게 유방암 수술 시 겨드랑이 림프절을 제거하거나 별도로 2차 수술을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있었다. 실제 유방암 환자의 약 10~20%는 정밀 조직검사 후 뒤늦게 림프절 전이가 발견돼 2차 수술을 받는다. 김민균 교수는 “비교적 간단한 정보로 유방암 림프절 전이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게 됐다”며 “불필요한 유방암 2차 수술을 줄여 유방암 환자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대한암학회 국제영문학술지(Cancer Research and Treatment) 최신호에 실렸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