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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니크 Jan 27. 2022

쓰는 사람, 고로케

글을 쓰는 사람들 #2

고로케는 재미있는 사람이다. 우리가 직장동료로 처음 만났을 때 즈음 고로케는 굉장히 예의 바르고 깍듯했지만 가끔 툭툭 던지는 한마디가 너무 웃겼다. 내심 그와 함께하는 회의 시간이 기다려졌을 정도였다. 꽤 친해져 글쓰기 모임까지 같이 하고 있는 지금도 이 생각은 변함이 없다. 고로케는 일상에서 벌어진 일이나 느꼈던 감정을 매주 글로 풀어내는데, 글 속의 그가 유머러스한 현실 속 그의 모습과 겹쳐지며 가끔 피식할 때가 있다.

* 인터뷰 시리즈 '글을 쓰는 사람들'은 현재 글을 쓰는 일을 본업으로 하고 있지 않지만 꾸준히 글을 쓰는 사람들의 글에 대한 이야기를 담습니다. 인터뷰 본문에서 언급된 글들을 읽을 수 있도록 링크가 걸려있습니다.
고로케와 함께 글을 쓰는 무쓸모임 월 정기모임 후 걸어가는 뒷모습


요즘 책을 많이 읽는 것 같은데, 독서 좋아하시나요? 제가 영문과를 나왔는데 (그때는) 책을 안 읽으면 시험을 볼 수 없었어요. 그래서 책을 많이 읽게 되었는데 대학 졸업하니까 책을 읽을 기회가 별로 없더라고요. 회사에서 집이 멀거든요. 출퇴근 시간이 1시간 40분 정도 걸렸어요. 사람들을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쳐다보는 걸 좋아하는데 다 휴대폰만 보고 있는 거예요. 그런 모습이 싫었고, 회사를 하루 이틀 다닐 것도 아닌데 책을 읽자. 그래서 책을 읽기 시작했고, 지금도 거의 출퇴근 시간에 읽지 주말에 따로 읽는 건 드물어요.


책을 읽은 후 기록을 하게 된 이유가 있었나요? 첫 번째는 제 업무 중에서 광고 문구를 만들거나 랜딩 페이지를 기획하는 일이 있는데요. 거기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해서 기록을 하기 시작했어요. 결론적으로 아무런 도움이 안 돼요. 책의 내용을 그대로 쓸 수도 없을뿐더러 (제가 만드는 광고나 페이지랑) 관계가 없거든요.


두 번째는 누가 “너 이 책 읽었어?”라고 물어보면 읽었다고 대답은 했는데 내용이 기억 안 나는 거예요. 그래서 기록을 하기 시작했고요. 세 번째는 글 좀 쓴다 하는 사람들 글을 보면 인용을 많이 하더라고요. 예를 들어 ‘고로케가 쓴 00책에서는 이런 말을 했다’고 쓰려면, 어딘가에 기록을 해놔야 하잖아요. 그래서 저도 주제에 맞는 책의 내용을 갖다 쓰려고 기록을 시작했어요.


짧게 기록은 하지만 길게 서평을 쓰지는 않죠. 깜냥이 안되는 거 같아요. 예를 들어 책에 대해 전반적으로 서평을 쓰려면 그 책 내용을 빠삭하게 이해를 하고 어떤 점이 좋았고 아쉬웠으며 앞으로 이걸 어디에 활용할 수 있고 이렇게 해부하듯이 봐야 하는데 사실 저는 그렇게까지 많은 생각을 하면서 책을 읽지는 않거든요.


기록은 가능하나, 아직 긴 호흡의 글은 무리다. 맞아요. (지금은) 길게 쓰더라도 제가 쓰고 싶은 말을 쓰거든요. ‘이런 책을 돈 주고 사서 읽는 사람도 있다니 참’ 이런 식으로 막말을 쓰는데 이걸 서평으로 쓸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기록은 가능한데 아직까지는 서평은 힘들어요. 쓰고는 싶은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고로케의 수많은 취미 중 그림 그리기가 있잖아요. 그림 그리는 걸 원래 좋아했어요. 제가 생각하는 걸 그림을 그리거나 글로 써서 표현하는 걸 좋아했는데, 요즘 세상이 많이 변했잖아요. 회사원도 1인 기업이 될 수 있고, 개인이 브랜드가 될 수도 있고. 그래서 그림을 그려보자 생각했고, 또 제 화풍이 요즘 시대와 잘 맞아요. (웃음) 되게 성의 없어 보이면서도 성의 있어 보이는. 옛날이었음 무시당했을 텐데 요즘 트렌드와 묘하게 맞아떨어지더라고요.


원래 글에 그림을 넣지 않다가 요즘은 하나씩 넣고 있죠. 썸네일도 바꾸고요. 블로그가 하나의 기록이잖아요. 강박증이 있는 거 같아요. 블로그 메뉴를 이미지형으로 하면 썸네일 이미지가 나란히 뜨잖아요. 같은 포맷의 그림만 올라오는 게 보기가 좋더라고요.


사실 블로그 시작한 건 무쓸모임 글을 올릴 플랫폼이 필요했기 때문이었죠.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글을 쓰는 사람들' 시리즈 첫 인터뷰이이자 무쓸모임의 멤버인) 토토랑 비슷하네요. 네, 제가 토토의 야망을 이해하기 시작했어요. (웃음)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전에는 그냥 내 글을 올리는 공간, 플랫폼으로서만 생각했다면 지금은 글쓰기 공간을 가꾸려는 욕심이 생기는 것이군요. 요즘은 책도 쉽게 내잖아요. 제 글쓰기 선생님이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는 거예요. 소재만 있으면 돼요. 별 그지같은 소재도 책 내서 대박 날 수도 있는 건데.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누군가 내 블로그를 보고 ‘책을 한번 내보지 않겠나' 뭐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니에요?


고로케와 나는 2019년  ‘무쓸모임’이라는 글쓰기 모임을 만들었다. 일주일에 한 편씩, 3줄 이상의 글을 쓰면 마감으로 인정해주는 글쓰기 모임. 지금은 총 5명이 매주 1편의 글을 각자의 블로그에 올린다. 마감을 못한 사람이 있으면 모바일 메신저에서 현란한 이모티콘을 동원해 독려도 하고, 한 달에 한 번씩은 만나서 밥도 먹고 합평도 한다. (*코로나19 이후로는 줌 화상미팅으로 정기모임을 하고 있다.)


무쓸모임을 만들었잖아요. 지금까지 해온 소감이 어떠세요? 몸도 쓸수록 감각이 발달하고 음식도 먹어본 사람이 더 맛있는 걸 찾듯이 글도 쓸수록 애티튜드가 달라져요. 예전엔 닥치는 대로 썼다면 요즘은 소재를 조금 더 생각하게 돼요. 고민도 많아지고요. 그동안 일상에 대한 비슷한 글만 써왔는데 이제는 깊이 있는 글을 써볼까? 자료 조사가 필요한 그런 글을 써볼까? 이렇게요.

 

무쓸모임의 멤버 영입에 지대한 기여를 하고 있는데 나만의 인재영입 비법이 있다면? 어떤 사람이랑 5분만 대화하면 이 사람이 글을 쓰고 있구나 글을 좋아하는구나 느낄 수 있어요. 후릇(무쓸모임 멤버)도 그랬거든요. 후릇이랑 몇 번 이메일로 전화로 대화하고 찾아가서 얘기하다 보니 왠지 이 사람은 몰래 혼자 글을 쓰고 있을 것 같은 거예요. 글을 쓰자고 했을 때 이 사람이 싫어하진 않을 것 같았어요.


적중률이 높아요. 100%인데, 너무 신기하네요. 겉보기와 달리 진중한 내면이 느껴지는 사람이 있어요.  그런 사람들은 대화해보면 대충 느낌이 오잖아요.

 

무쓸모임을 시작할 때쯤부터 글쓰기 강의를 듣기 시작했었죠? 그냥 글을 써도 되는데 강의를 들어야겠다 생각한 이유는요? 뭔가 달라지는 게 있을까 싶기도 했고, 합평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궁금했어요. 무쓸모임 멤버들은 다 아는 사람들이라서 글을 막 깔 수는 없잖아요. “뭐 이따구로 썼어” 이렇게. (웃음) 내가 쓴 글을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궁금했어요.


글을 배우고 나니까 달라진 게 느껴졌나요. 수업이 끝나고 나서 글쓰기도 하나의 기술이라는 걸 느꼈어요. 예를 들어 영어로 작문을 할 때 학원에서 ‘첫 번째 문장에 이런 단어를 쓰지 말고, 같은 단어가 반복되면 글이 재미가 없다’ 이런 얘기를 되게 많이 들었거든요. 똑같은 거 같아요. 글쓰기 선생님도 그런 노하우를 많이 알려주셨어요.


글쓰기 강의 한참 들을 때 썼던 <소문에 대하여>를 보면 짜임새가 생겼더라고요. 매 수업마다 선생님이 짜임새를 많이 강조하셨어요. 문단마다 비슷한 양의 글이 있어야 한다. 글을 쓸 때 생각을 많이 하면서 쓰게 된 것 같아요. 수업에서 ‘처음에 얘기한 것과 마지막 얘기한 것이 연결이 되어야 한다’ 이 얘기를 세 번인가 하셨거든요. 처음과 끝이 연결이 되어야 전체 글이 읽었을 때 뭉텅이처럼 기억에 남는다.


쓸 수 있는 글의 종류는 다양한데 일상 글을 쓰는 이유는? 일상에 대한 글을 쓰는 게 깊이가 없는 건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할 때도 있는데…… 저는 이게 재밌어요. 평범한 일상인데 집중해서 보면 그 속에서 배울 점들이 하나씩 보이는 거예요. 그게 좋더라고요. 그건 나만이 경험한 거잖아요.


최근 브런치 작가가 되었잖아요. 브런치는 예전에 한번 시도했었어요. 작가신청했는데 탈락한 거예요. 어이가 없었어요. 그래서 때를 기다렸어요. ‘고로케의 쓰나마나’ 블로그에 콘텐츠가 쌓일 때를. 어느 날 블로그 메인을 봤는데 글이 꽤 쌓인 거예요. 이 정도면 될 거라는 자신감이 들어서 다시 신청을 했고, 됐죠.


앞으로 쓰고 싶은 글이 있다면? 재밌는 글을 쓰고 싶어요. 전혀 모르는 사람의 블로그를 보는데 ‘이 사람 뭐야?’ 싶은 웃긴 글 있잖아요. 저는 그런 글을 보면 글 쓴 사람이 궁금해서 만나보고 싶어요. ‘내가 고로케라는 사람을 본 적은 없지만 아는 것 같다'라는 느낌이 드는 글. 그렇게 되려면 많은 걸 공개해야겠지만, 공개하는 게 힘들어요.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도 과제겠네요. 그렇죠.


기회가 된다면 글 쓰는 걸 직업으로 하고 싶나요? 아니면 지금처럼 본업이 따로 있고 글은 다른 영역으로 남겨놓고 싶나요? 글 쓰는 직업. 기회만 된다면 하고 싶어요.


* 고로케의 브런치: https://brunch.co.kr/@eazy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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