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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니크 Jan 17. 2022

1인칭 토토

글을 쓰는 사람들 #1

전 직장 동료이자 함께 글을 쓰는 무쓸모임의 멤버인 토토는 내가 그를 보는 대부분의 순간 사람 좋게 웃으며 친절한 말투로 누군가에게 부탁을 하는 모습이었다. 셀럽의 옆에서 이런저런 일들을 챙기고 조율하는 담당자로서, 행사장 뒷편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스태프로서 역할을 할 뿐이었다. 하지만 글을 통해 만나는 토토의 유니버스 중심에는 다른 누구도 아닌 그 자신이 있다.


* 인터뷰 시리즈 '글을 쓰는 사람들'은 현재 글을 쓰는 일을 본업으로 하고 있지 않지만 꾸준히 글을 쓰는 사람들의 글에 대한 이야기를 담습니다. 인터뷰 본문에서 언급된 글들을 읽을 수 있도록 링크가 걸려있습니다.


토토님의 근황은 어떤가요? 요즘은 포카(토토의 반려견)랑 달리고 있어요. 굉장히 열심히. 포카가 다른 개한테 화를 많이 내요. 이사오면서 원래 불안정했던 게 더 심해졌는데 이런 경우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려주라고 하더라고요. 포카가 제일 좋아하는게 뛰는거거든요. 뛰다보니 지난 번에는 10km를 뛰었어요. (웃음)


뛰다가 다른 개를 보면 어떡해요? 뛸 때는 괜찮아요. 다른 개를 보면 보다가 다시 뛰고 이렇게.


달리기 말고 다른 하시는 건 없나요? 글쓰기를 하고 있습니다.


첫 글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에서 4년 만에 글을 쓴다고 했어요. 그동안 글을 쓰지 못했던 이유는요?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세월호도 있었고요. 또 글을 쓰지 않고도 행복하게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글을 써서 불행했다는 의미는 아니죠? 예전에는 서로 인질극 하는 느낌이었어요. 글에게 제가 인질이 되고, 제가 글을 인질로 잡고 이러면서. 원래 범죄자는 인질이 있어야 살 수 있잖아요. 이 글이 있어야만 내가 사는 거니까 얘를 (총으로) 쏠 수도 없고 계속 같이 있을수도 없고 그러다 보니 10년 넘게 같이 있었고 복잡한 마음이 컸어요.


토토는 글로 밥벌이를 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안 들어서 글 쓰는게 편해졌다고 했다. 자연스럽게 얼마 전 무쓸모임에서 8주 프로젝트로 진행했던 릴레이 소설이 화제로 올려졌다. 소설을 다시 쓸 수 있을지 몰랐던 토토는 막상 써보니 너무 재밌었고, 자신이 달라졌음을 느꼈다. 얼마 전 포카와 단거리 마라톤 대회에 나갔던 일화를 들려주었는데 그 이야기를 담은 글은 2주 후에 공개할 계획이란다. 그 동안 무쓸모임에서 봐온 토토의 글이 브런치 플랫폼에도 잘 맞을 것 같아 브런치 작가 등록을 권유해보았다.


브런치를 한다면 포카 트위터 계정에 블로그 글이 공유되었던 때와 비교도 되지 않게 더 많은 사람에게 글이 읽힐 수 있어요.  그 날 정말 놀랐어요. <겨털 사냥> 글 하나만 조회수가 400에 달했어요. 나머지는 다 1인데.


저는 토토님의 반응이 의외였어요.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에서 SNS에 글을 공유하는 게 아쉽다고 했는데 이렇게 좋아하다니. (웃음) 요즘에 막 조회수 봐요. 통계 보면서 오 이렇게 (휴대폰을 보여주며) 봐요. 23명이나 왔어요.


(글이 공유되고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는) 그 기쁨을 알게 되셨다면 브런치를 꼭 해보세요. SNS는 싸이월드 이후 해본 적이 없는데…


나중에 브런치 작가가 되서 퇴사할 수도 있잖아요. 책만 내도 먹고 살면서. 글로 밥 먹고 사는 건 이제 다시는 하지 않을 거예요. 최근 언니네 이발관의 이석원 씨에 대한 글 <꿈의 팝송>을 썼었어요. 좋은 음악을 했던 언니네 이발관이 왜 해체했을까 생각했는데요. 그 분이 팬들에게 마지막으로 썼던 글을 보면, 어떤 사람들은 음악을 하면서 너무 행복한데 자신은 음악을 밥벌이로만 하고 있어서 더 이상 속일 수 없다고 하셨어요. 이석원 씨의 마음이 비슷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일과 자신의 삶을 잘 분리하는 사람들은 그런 고민을 하지 않을텐데, 두 개가 너무 붙어 있으면 그런 것 같아요.


인터뷰를 진행한 상수 '이리카페'. 토토와 잘 어울리는 분위기다.

글을 쓰지 않다가 무쓸모임 합류 제안을 받고 다시 글을 쓰게 되었어요. 무쓸모임 제안을 승낙한 이유는요? 사실 누군가에게 “같이 글 써볼래요?” 제안을 처음 받아본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제안이 너무 신선했어요. 등단을 목표로 소설 스터디를 제안하는 거라면 안했을 텐데, 회장님(토토는 나를 회장님이라 부른다)이 얘기했잖아요. 그냥 일주일에 하나 쓰는 거고, 쓰는 건 꼭 지키되 어떤 주제의 글이라도 상관없고 심지어 세 줄만 써도 된다고. 그게 너무 고마웠어요. 안심이 됐고 시작할 수 있었어요.


제가 토토님의 글을 처음   회사 소식지 기사였는데,   봤던 글이랑 지금 글이랑 느낌이 많이 달라요.  글은 ‘회사글이니까요 (웃음)


무쓸모임 글을 처음 봤을  따뜻하고 몽글몽글했어요.  포카나 단골가게에 대해  글을 보면 소박한 느낌도 받았고요. 그런데 어느날 부터 글이 점점 달라지더라고요. 어떻게요?


그 전엔 중심부 주변을 맴돌았다면, 점점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었어요. 모임을 하면서 서로의 글을 보고 서로에 대해 알아가면서 그렇게 변한건지, 아니면 쓰다보니 하고 싶은 얘기에 점점 더 가까워진건지요. 이전에는 소설이나 다큐멘터리처럼 3인칭의 글만 썼으니 막상 내 얘기를 써본 적이 없구나 처음 느꼈고 익숙하지 않았어요. 글을 쓰는 게 오랫만이라 1인칭의 글을 쓰기가 어색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재밌었어요.


재밌기 시작한 지점은요? <Going Home> 썼을 때 부터요. 일을 하다가 난민 아이들을 만났고, 이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는데 제가 글을 쓰지 않았으니 안 쓰게 되더라고요. 처음에는 너무 어려웠어요.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겠고 보는 사람들도 너무 어려울 것 같아서 고민하다가 그냥 썼는데 쓰고 나니 후련했어요. 그 뒤 <1인칭의 세계> 글을 썼을 땐 정말 기뻤어요. 1인칭 글을 쓰는 게 이렇게 기쁜데 왜 나는 그동안 주인공으로 살아갈 생각을 못했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마지막으로 토토님이 글을 통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나 메시지가 있다면요. 제가 생각했던 슬픔에 대해서 쓰고 싶어요. <Going Home>도 <4월의 글쓰기>도 쓰고 나니까 내가 이걸 쓰기 위해 쓰고 있었구나. 내가 이런 감정이 있었고 써야 된다고 했던 것들인데 기회가, 의지가 없어서 쓰지 못하고 있다가 지금 쓸 수 있게 되었구나.


슬픔에 대해 쓰면서 토토님이 슬퍼지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는 슬픔이 이해같아요. 과학적으로 슬픔은 이성의 영역이래요. 우리는 배워야지만 상대의 슬픔을 이해할 수 있다는 거예요. 갑자기 직관적으로 느끼는 슬픔은 감성의 영역이겠지만 타인의 슬픔을 느끼는 건 이성의 영역에 가깝다는 거예요. 즉, 슬픔에 대해 쓰려면 다른 사람을 이해해야 하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것은 나를 이해하는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슬퍼지진 않을것 같아요. 쓰고나면 편해지지 않을까요.



토토는 이 인터뷰를 한 지 2년 뒤, 육아휴직을 하고 육아와 가사일을 하며 든 생각과 감정을 담은 글을 브런치에 연재했다. 그 글들을 묶어 2021년 여름, 책 <아내가 위한 식탁>을 냈다.


* 토토의 브런치: https://brunch.co.kr/@modernpicn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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