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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와 노트가 보는 ‘AI 시대에도 살아남는 콘텐츠’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

by 엄지용

1. 네이버프리미엄콘텐츠 크리에이터 자격으로 네이버가 주최하는 토크 세션에 초청받았다. 네이버 콘텐츠 사업을 이끄는 이일구 콘텐츠 서비스 부문장, 네이버가 최근 20억 엔을 투자한 오리지널 콘텐츠 플랫폼 노트(note)의 가토 사다아키 대표, 네이버 블로그 크리에이터 나의시선 님, 노트 크리에이터 기시다 나미 님의 대화가 이어졌다. 그중에서 AI 시대에도 살아남는 콘텐츠에 대한 주제가 인상적이어서 기록한다.


2. 두 명의 크리에이터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전하는 블로거다. 평범한 회사원이었던 기시다 나미 님은 우울증으로 휴직을 하면서, 가족의 일상을 노트 블로그에 적었다. 그에게는 태어날 때부터 다운증후군이 있던 동생이 있었고, 다리가 불편하여 휠체어를 타야 하는 어머니가 있었고, 치매를 앓고 있는 할머니가 있었다. 아버지는 그가 중학생이었을 때 갑작스럽게 돌아가셨다.


3. 그는 “남들이 보기에 굉장히 힘들었을 것이라 느끼는데, 나에게는 굉장히 즐거운 경험이었고 자랑스러운 가족”이라며 “나에 대한 자신감은 없었지만 독특한 우리 가족 이야기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어 글을 썼고, 후원이 이어졌고, 글이 모여 책이 됐고, 유명 방송사에서 드라마로 제작됐다”고 전했다.


4. 17년째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나의시선 님은 원래 아이리버에서 일하던 제품 기획자였다. 제품에 대한 경험과 시각을 공유하고 싶어서 블로그를 시작했고, 매일 일기를 쓰듯 그의 일상을 사진과 글로 공유했다. 시작은 제품 리뷰였지만, 지금은 그의 일상과 취향을 나누는 즐거움이 훨씬 크다고 했다.


5. 그는 커피 컵을 구매했던 에피소드를 공유했다. 처음 집에서 커피를 내려 마시기 위해 1,000개의 컵을 샀는데, 깜빡하고 뚜껑을 사지 않았다. 보니까 뚜껑은 500개씩만 판매해서 그걸 구매했는데, 먼저 구매한 컵과 크기가 들어맞지 않았다. 그는 ‘그때 반품을 했어야 했는데...’라 회고하며, 새로 산 뚜껑에 맞는 컵을 또 샀고, 또 그에 맞는 뚜껑을 사는 과정을 반복했다고 전했다. 그러다 보니 집에는 3,000개의 컵이 쌓였고, 그걸 다 쓰는데 2년이 걸렸다. 그는 그 과정을 생중계하듯 블로그에 올렸고, 독자들은 이 소소한 이야기를 너무 좋아했다고 했다.(다만 이걸 보는 아내는 굉장히 화를 냈다고)


6. 세션 사회를 맡은 최소현 네이버 Creative&Experience 부문장은 “누구나 좋아할 뻔한 이야기가 아니라 나만의 이야기를 꺼냈을 때 공명이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되고 있는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를 꺼냈다. 이 드라마의 시작은 작가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블로그에 남긴 것이었다. 그것이 책으로 나왔고, 웹툰이 됐고, 드라마까지 제작돼 전 세계로 알려졌다. 개인의 기록이 대중화된 사례다.


7. 이일구 부문장은 “AI 시대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고, 사람만이 빚어낼 수 있는 오리지널리티”라며 “네이버의 보상 체계도 거기 맞춰져 있다”고 강조했다. AI가 만든 글을 AI가 학습하면 모델에 문제가 생긴다는 연구 결과도 있는 만큼, LLM이 등장하기 이전에 나온, 진짜 사람이 썼다고 확신할 수 있는 글의 가치는 앞으로 훨씬 높아진다는 것이다.


8. 가토 사다아키 대표도 이에 공감했다. 그에 따르면 연결과 커뮤니티, 그리고 창작의 기쁨,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중요하다. 창작자는 이런 것에 집중하면서, AI는 글을 좀 더 편하게 쓰는 도구로 활용하길 조언했다. AI와 창작자가 공존하는 미래다.


9. 네이버와 노트 모두 “AI 시대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창작자 생태계”라는 데 공감했다. 특히 창작자가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보상 체계’를 만들어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전업으로 일하는 분이라면 생계를 유지할 만큼의 보상이 필요하고, 취미 생활로 글을 쓰는 사람에게도 충분히 동기부여가 될 만한 보상이 필요하다고 했다. 콘텐츠의 가치에 공명하는 사람들을 모으고, 이것이 창작자의 보상으로 연결되는 구조를 만드는 것. 그것이 플랫폼의 역할이라 강조했다.


10.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The most personal is the most creative). 영화감독 마틴 스코세이지의 말이다. 봉준호 감독이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이 말을 인용하면서 유명해졌다. 우리 창작자들이 나아갈 길도 이와 같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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