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책장에는 읽지 않은 책들이 있다. 읽지 않았거나, 읽다가 중단한 책도 있다. 우연히 책장에서 읽지 않은 책 ‘공중그네’가 눈에 띄었다. 선물을 받았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 ‘소설’이어서 읽지 않았다. 무슨 내용인지 궁금해서 책을 집어들고 표지를 넘겼는데, 아뿔사!! 이게 뭐지? ‘몇 줄의 메모’가 있었다.
2010년 꽤 오래전에 '일'로 엮인 지인이 선물한 책이다. 나는 10여년이 넘도록 2가지를 잘못 알고 있었다. 이 책을 선물한 사람을 다른 사람으로 기억하고 있었고, 이 안에 있었던 메모가 기억나지 않는다. 생각했다. '왜 나에게 이책을 선물'했을까? 그래서 읽어보기로 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책은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정형돈에게 차태현이 선물했다고도 한다.
책의 '목차'가 정말 심플하다
고슴도치
공중그네
장인의 가발
3루수
여류작가
목차를 넘기니, 프롤로그도 없이 바로 첫째 챕터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 책은 신경정신과 의사 ‘이라부 이치로’의 '유쾌하고, 엉뚱하고, 황당한 심리치료' 이야기이다. 더 솔직히 얘기하면 몸과 마음이 지쳐 힘든 '나와 너, 사람들의 민낯'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각자의 삶에는 '각자의 가벼움과 무거움'의 것들이 있다. 모두에게 상대적이다. 완벽주의자는 있지만 '완벽한 사람은 없고, 겉으로 보여도 속까지 그런 사람'은 없었던 것이다.
부족한것 없어보이는 사람도 누군가에게 말하지 못하는 '속사정'은 하나씩 있다고 한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가벼워 보였던 것, 하잖던 것, 사소한 것까지 누군가에게는 '아픔'이다.
서커스단 공중그네 플라이어 '고헤이'의 고민
‘고헤이’는 토박이 서커스 단원이다. 입단한 지 10년, '공중그네 플라이어'가 된 지 7년이다. 고헤이는 부모가 서커스 단원이라 태어나면서 단체 생활을 했다. 서커스단은 1년 중 40주는 순회공연으로, 단원들 간의 결속력은 강해서 서커스단 아이들은 모두 형제자매나 마찬가지이고, ‘마음을 터놓는 평생 친구’였다. 그런데, 요즘은 서커스 조직 전체가 현대화되었고, 개인주의화 되었다. ‘고헤이’는 최근 3년 동안 최고의 자리를 지키면서 ‘리더’이다. 리더인 고헤이에게 문제가 생겼다.
‘고헤이’는 감정 컨트롤이 안되고 부쩍 예민해졌으며 공중그네 연기에서 계속해서 '떨어지는 실수'까지 하게 되었다. 프로의 자존심 문제도 걸려 있다. 고헤이는 그네를 타고, 받쳐주는 동료 ‘우치다’가 함께 연기한다. 고헤이는 우치다를 탓한다. ‘모두가 고의적인 동료의 행동과 남의 탓’이다. '고헤이'는 다른 누군가의 얘기를 들어보려 하지 않았고, 경계심이 지나치게 강했다. ‘뭐든 받아들이는 넓은 마음’이 그에게는 부족했다.
'고헤이'의 마음은 왜 그럴까? 왜 그렇게 되었을까?
고헤이는 서커스단 생활로 전학에 전학이 이어지는 생활이다. 새 친구가 생겨도 2개월만에 이별해야 했다. 슬픔을 견디는게 싫어서 그때부터 ‘벽’을 쌓기 시작했다. 방어 본능도 강해졌다. 서커스단이라는 이유로 싸움을 걸어오고 이상하게 쳐다보면 앞장서서 앙갚음을 하러 갔다. 동료의식이 강해진 반면, ‘외부에 대한 경계심’은 더욱 커졌다.
고헤이가 공중그네 연기에서 실수를 유발한 원인은 누구에게 있었을까?
고헤이? 아니면 함께하는 동료? 고헤이는 촬영된 본인의 공중그네 모습을 보고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본인의 허리가 굽어졌고 스윙도 작아진 것이 문제였던 것이다. 남의 탓만 했다. 잘 알지 못하는 상대에게 무의식적으로 거부만 보이는 것뿐이었다.
1군 3루수 '신이치'의 고민
‘신이치’는 올스타 고정 멤버로 잘나가는 '프로 3루수'이다. 고등학교, 대학교에서도 늘 스타 선수였고, 줄곧 평탄한 길을 걸어왔다. 신이치는 누구나 동경해 마다 않는 연봉, 가지고 싶었던 차, 가족 남 부러울게 없다. 이런 그가 원인불명의 오른쪽 어깨 통증을 이유로 1군에서 빠진다. 사실은 3루 포지션에 가서 서기만 해도 ‘불안’하고 ‘숨을 쉴수가 없다’. 더 두려운건 '누군가 알아챌까봐' 그게 더 무서웠다.
원인은 따로 있었다. ‘스즈키’라는 선수 때문이다. 꽃미남으로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3루수였다. 실력과는 상관없는 면으로 인기를 끄는 것에 대한 분노, 대대적으로 그를 선전하는 구단에 대한 불만이 원인이었다.
신이치는 ‘질투’를 하고 있었고, 더 솔직하게는 ‘두려운’것이었다
여류작가 '호시야마 아이코'의 민낯
'호시야마'는 '작가'이다. 28살에 작가로 데뷔했고, 8년째 활동중이다. 잡지 컬럼니스트에서 소설가로 전환했고, 소설과 에세이를 30여권을 출판했다. 이 작가는 집필의 스트레스로 ‘심인성 구토증’을 겪고 있다.
구토증은 ‘울컥’한 일이 생기면 실제로 토하는 거니까, 화가 나는 원인을 확실히 밝혀내면 되는데 원인은 있었다. 작가 5년차에 집필한 2천매가 넘는 대작의 폭망이다. 전문가들에게는 호평을 받아도, 장사로 연결되지 않는 냉혹한 현실에 상처를 입었다. 지금도 일을 하는게 괴롭다. 아이코의 마음속에 깊이 박힌 가시다.
“호시야마 브랜드라는 간판을 내리는 거야. 그럼 홀가분해질 텐데”
토해내야 할 감정들은 토해내야 한다
'이노 세이지'의 고민
‘이노 세이지’는 ‘선단공포증’을 앓고 있는 야쿠자이다. 선단공포증은 뾰족한 걸 보기만 해도 몸이 뻣뻣하게 굳고, 땀이 바작바작 배어 나오는 병이다. 선단공포증은 ‘강한 척’ 하지만 예민하고 소심함에서 비롯된 신호이다.
왜 그랬을까? 왜 강한척 했을까? 세이지의 인생은 ‘고슴도치’ 그 자체였다. 열두 살 때부터 어깨에 힘을 넣고 다니기 시작했고, 이날 이때까지 상대를 위협하며 살아왔다. 고등학교 시절, 정학을 먹어 더 이상 나팔바지를 입고 활개 칠 수 없게 되었을 때는 마치 발가벗겨진 것처럼 마음이 허전했다.
지은이 : 오쿠다 히데오, 4회에 걸쳐 문학상 후보에 올랐고, [공중그네]로 제131회 나오키상을 수상했다.
출판일 : 초판 2005년, 개정 2010년
몇 편의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주말순삭을 해버렸다.
책장에서 먼지 쌓인 채로, 영원히 읽히지 않을 책이었을 '공중그네'
이 책의 주인공 모두가 나였다.
이 책에 나오는 5명의 주인공처럼, 가면을 쓰고 살아가며 아파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이 책이 위로가 될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번은 꼭 읽어보기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