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선하 Nov 28. 2024

벽을 넘어뜨리면 다리가 된다

도서관에서 한 달 살기 _출간일지

20241128목
#독립출판강연_일인출판의현실
#벽을넘어뜨리면다리가된다
#벽을타고넘어갈수도있다
#목마름이우물로이끈다

벽을 넘어뜨리면 다리가 된다

지금 내가 넘어뜨릴 수 없는 벽은 무엇일까?

오래전, 출판사 사장이 되고 싶었습니다.
학원 교재나 문집 제본 말고 인쇄한 내 책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매번 망설이고 고민만 하다가 시작은 하지도 못했습니다.
그 미련이 남아서 이제는 꼭 출판하자, 했습니다.
 
며칠전, 북페어전에서 강연을 들었습니다.
N년차 출판사 대표가 전하는 독립출판의 현실을 이는데 함께 간 친구가 저를  보네요.
이런 출판사는 망한다! 했는데 대표가 말하는 조건이 딱 저였거든요.

그러거나 말거나 웃었지만~
풍전등화,
이럴 때 써도 될까요?
아, 희망을 품기도 전에 절망, 시작도 하기 전에 다리에 힘이 풀리네요.
ㅋㅋㅋ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데 지금이라도 그만 둘까?
일단 칼을 뽑았으니 무라도 잘라야 하지 않나?
두 벽 틈에서 두 가지 마음이 일렁입니다.

독립출판, 정확히 말하면 <선하>는 일인이 운영하는 작은 출판입니다.

나 혼자 기획하고,
나 혼자 글을 쓰고,
나 혼자 편집하고,
나 혼자 수정 퇴고하고,
나 혼자 디자인하고,
나 혼자 홍보하고,
나 혼자 팔아야 하고,
그냥 나 혼자 다 합니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고,
무경험자라서 꼭 유경험자의 조언이 다는 아니라고,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고,
그냥 하고 싶은 거 하나씩 합니다.

혼독함공,
한때는 혼자 독하게 하고 함께 공유하는 실천가 doer답게 독고다이 정신으로 혼자였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힘내라고 응원하는 사람이 있고,
잘하라고 다그쳐주는 사람이 있고,
부럽다고 질투하는 사람까지 있으니,
지금 하는 일이 혼자 벌렸지만, 혼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나는 출판은 힘들다.
디자인을 못하니까, 가 이유였습니다.
디자인의 디자도 모르면서, 무슨 편집이고, 출판이 다 뭐냐? 했습니다.
저에게 출판사는 넘지 못하는 벽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벽을 꼭 무너뜨릴 필요는 없습니다. 벽을 넘어 다리를 만들고 그 다리를 걸어갈 수 없을지라도 저는 밧줄을 높은 벽에 걸고 벽을 타고 기어올라 강으로 뛰어내려 강을 건너려고 합니다.

숨이 차올라 허우적거려도 그냥 물 흐르는 방향을 따라 유유히 내가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겠습니다.

벽을 무너뜨리지 못할지라도, 담벼락에서 하늘만 쳐다볼지라도, 염려는 뒤에 두고 그림자라도 길게 늘여 벽을 넘어가 보겠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밀지 않아도 맞은편에서 당겨줄지도 모릅니다.

벽을 꼭 넘어뜨려서 다리를 만들고 강을 걸널 필요는 없습니다. 다리를 건너는 방법은 많이 있습니다. 하나하나 해보겠습니다.

저는 제 벽을 넘어뜨리고 다리를 만들어 강을 건넜을까요?
아니면, 담벼락을 타고 올라가 헤엄쳐 강을 건넜을까요?
그도 아니면, 반대편에서 누군가 담벼락을 당겼을까요?

제가 칼을 뽑으면 썩은 무라도 썰어야 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