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연구소 돌봄학사전24-25
[돌봄연구소: 돌봄학사전24-25 - 고독사]
1.
"외신이 한국의 ‘고독사’에 대해 조명하며 한국 사회의 ‘관계 지향성’이 한국인이 외로움을 느끼는 주요 요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한국인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기를 정의하는 성향이 크기 때문에 자신이 타인에게 가치 없다고 느낄 때 외로움을 느낀다는 것이다. (중략) 최근 발표된 보건복지부의 통계에 따르면 연간 고독사로 인한 사망자 수는 2021년 3378명, 2022년 3559명, 지난해 3661명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매체는 특히 한국 사람들이 고독에 취약한 배경에 대해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특히 한국 사회가 ‘관계 지향적’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안수정 명지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일부 문화권에서는 외로움을 ‘관계가 충족되지 않을 때 일어나는 느낌’으로 간주한다”며 “한국에서는 자신이 충분히 가치가 없다고 여길 때 외로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2. 이것은 돌봄철학에 관련한 가장 첨예한(시급한, 현재적인, 기초적인) 문제를 반영한다. 돌봄이란 '모심=돌봄'이라는 논리(필자가 여러 번 쓴, 지금도 쓰고 있는) 맥락에서 볼 때, 인간 존재가 관계적, 상호의존적 존재라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그런데, 한국인의 '고독사' 비율이 높은 것은 "지나치게 관계 지향적"이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기를 정의하는 성향이 크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말하자면, 독립성 또는 자존감이 떨어진다는 말로도 이해할 수 있겠다.
3. 그러나 이 말을 '관계 의존성'에서 벗어나거나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기를 정의하는 성향'을 길러야 한다는 쪽으로 이해해서는 안 될 것이다. 한국사회가 그만큼 인간 생존(존재, 생존, 생활)의 근본이며 핵심 조건인 '관계성'이 왜곡되고, 망각되고, 파괴되어 있음을 반증하는 말로 이해하는 것이 바르다(옳다). '관계가 충족되지 않'아서, 그것이 '고독'으로 이어지는 것이 문제다. '고독'이 문제라는 말이 아니다. 고독은 고독대로 건전한 것이다. 고독 속에서 인간은 창조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고 한다. '군중 속의 고독'도 문제일 수 있거니와, "관계의 불충족이 고독으로 이어짐"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내가 '관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음'에 대한 확신, 믿음, 체감을 잃어버리게 되는 경우에 한해서다. 위의 기사는 한국사회가 바로 그러한 경우에 대대적으로 노출되고 있음을 말해 준다. 동학(수운 최제우)에서는 이를 '각자위심'의 상태로 정의하였다. 각자위심이란 내가 전체의 일부임을 망각하고, 혹은 알면서도 무시하고 나 홀로의 삶을 지향함 혹은 '홀로임'으로 내몰리는 상황을 말한다.
4. 당연한 귀결이지만, 이 문제(고독사 증가)의 해결 방안은 '관계 의존성, 지향성'의 약화가 아니라 '관계 의존성의 자주적 인식'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이것이 동학에서 수련을 통해 한울님 모심을 깨닫고자 하는 이유이다. 그 깨달음은 내 안에 한울님이 있다는 것을 포함하여, 내가 이렇게 살아 있음이, 무궁한 한울님들의 돌봄 속에서임을 인식하는 것, 그리하여 감격과 감사와 감응을 만끽하게 되는, "성령 충만!"을 느끼게 되는, 살아갈 힘,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만끽하며, "좋을시고, 좋을시고, 이내 신명 좋을시고!"를 노래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