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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동학학당

"덕은 부드러움 속에 깃든 힘"

동학학당 제8강좌 _도덕경의 현학 제8강

by 소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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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형 선생(이화서원)이 이끄는 <동학학당 제5강좌 – 도덕경의 현학> 제8강이 8월 29일 열렸습니다. 이날 강의는 『도덕경』 '덕경편'(도덕경은 '도경편'과 '덕경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 시간으로 제38장부터 43장까지를 함께 읽으며 도와 덕, 그리고 인간 삶의 양면성을 통합하는 지혜를 설명했습니다.


이날 강의는 『덕경』의 서두인 “상덕부덕(上德不德)”에서 출발했습니다. 김재형 선생은 “도가도 비상도”로 시작하는 <도경>과 달리, <덕경>은 인간의 삶과 덕의 다양한 층위를 다룬다고 평가합니다. “<도경>이 세계와 삶을 열어주는 우주의 큰 그림이라면, <덕경>은 그 원리를 구체적 삶 속에서 어떻게 드러내는가를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상덕(上德)에서 상례(上禮)까지 ― 덕의 단계와 위험


김재형 선생님은 38장의 “상덕·하덕·인의·의·예” 구절을 풀이하며, 덕의 작용이 단계적으로 변질되는 과정을 설명합니다다. 상덕(上德)은 마치 어머니가 자녀를 돌보듯, 한 일이 있어도 내세우지 않고 자연스레 행하는 사람이며, 그다음 단계인 하덕(下德)과 상인(上仁) 자비와 사랑에서 출발하지만 ‘내가 한다’는 의식이 남아 있는 경지입니다. 그다음의 상의(上義)와 상례(上禮)는 정의와 예의를 앞세우지만, 여기서부터 폭력성과 강제성이 개입하기 시작한다고 말합니다다. 김재형 선생님은 “상덕에서 상례에 이르기까지 모두 좋은 사람들이지만, 상의(上義)부터는 분별과 폭력이 끼어든다”며 “이는 내면의 충성과 진실함(忠信)을 잃고 겉모습에 매이는 데서 비롯된다”고 지적합니다.


“하나”의 힘과 통합성


다음 39장에서는 “하늘은 하나를 얻어 맑아지고, 땅은 하나를 얻어 고요해진다”는 구절을 설명합니다. 김 선생은 “노자가 말한 ‘하나’는 통합성”이라며, 다양성이 어우러질 때 조화롭고 평화로운 세계가 가능하다고 강조합니다. 즉 음악을 예로 들며 “맑고 고운 소리만이 아니라 탁하고 어두운 소리까지 어우러져야 진정한 음악이 된다”고 비유합니다.


되돌아감과 약함 ― 도의 작용


40장은 “반자도지동(反者道之動), 약자도지용(弱者道之用)”으로 시작합니다. 김 선생은 이를 “세상 만물은 직선적 진보가 아니라 되돌아감과 약화 속에서 성숙한다는 동아시아적 순환관”이라고 해석했습니다. “강함이 아니라 부드러움이야말로 가장 강한 것을 품고 돌파한다는 노자의 사유가 담겨 있다”고 말했습니다.


상사·중사·하사 ― 도를 듣는 세 부류


41장에서는 도를 듣는 태도에 따라 상사·중사·하사로 구분하는 구절을 다뤘습니다. 상사(上士)는 도를 들으면 곧 실천에 옮깁니다. 중사(中士)는 옳고 그름을 저울질하며 머뭇거립니다. 하사(下士)는 도를 들으면, 도리어 그 도를 비웃습니다. 김 선생은 “노자는 도의 삶을 사는 이들이 비웃음을 받는 것이 오히려 당연하다며, 빛과 그림자가 함께하는 삶을 통합해야 한다고 가르친다”고 덧붙입니다.


음양의 역동성과 평화


42장과 43장에서는 “일생이, 이생삼, 삼생만물”로 요약되는 음양론과, 가장 부드러운 것이 가장 강한 것을 제압한다는 역설적 진리를 풀었습니다. 김 선생은 “만물은 음과 양의 역동성 속에서 생성된다. 지도자가 알아야 할 것은 이 끊임없는 호흡 같은 순환”이라며, 이를 “도가적 평화론”이라고 설명합니다.


강의 말미에 김 선생은 “『도덕경』은 단순한 교훈서가 아니라 영성의 책, 존재의 근원을 드러내는 시적 언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많은 주석이 오히려 감각을 가린다”며, 원문을 짧게 읽고 가슴에 새기는 공부 방식이 가장 도덕경에 걸맞은 공부법이라고 제안합니다. 참석자들은 ‘노자의 통합적 사유’, ‘덕을 실천하는 삶의 단계’, ‘영성과 평화의 사유’ 등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소감을 나눴다.


이날 강의는 『도덕경』을 단순한 철학 텍스트가 아니라, 삶의 모순과 양면성을 통합해내는 지혜의 보고로 읽어내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10강으로 종료되는 <도덕경의 현학> 강의는 2회차를 남겨 두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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