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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평화 Oct 11. 2023

'집값 연속 상승'과 '상승세 둔화'가 같은말이라고?

경제기사만 읽어서는 제대로 된 돈공부가 어려운 이유

내 아들 손이 친구 뺨에 맞았다.

극단적인 선택을 한 대전 초등학교 교사와 관련해 가해자로 지목된 학부모가 '잘못된 내용을 바로잡겠다'는 취지로 올린 입장문 중 화제(?)가 된 내용 중 일부다. 학부모 A씨는 자녀의 틱장애 증상의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 아이가 교장실에 갔었다고 소개하며 "같은 반 친구와 놀다가 손이 친구 뺨에 맞았고, 선생님이 제 아이와 뺨을 맞은 친구를 반 아이들 앞에 서게 해 사과하라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입장문 공개 이후 글을 읽는 누리꾼들의 항의가 쇄도했고, 글은 게시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삭제됐다. 하지만 '아들이 친구의 뺨을 때렸다'는 사실이 '아들의 손이 친구의 뺨에 맞았다'로 설명된 부분은 '자의적인 해석의 끝판왕'으로 앞으로도 꽤 오랜 시간 동안 회자될 희대의 표현으로 남을 것 같다.


특정 상황이나 현상에 대해 '뺨에 맞은 손'처럼 극단적인 해석이 붙는 경우는 일반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개개인이 세상만사에 참여해 그 전후사정을 속속들이 파악할 수는 없는 법. 나조차 대부분의 경우 본질 자체보다는 해석에 의존한다. 하지만 어떤 내용을 제대로 알고자 한다면 접근가능한 정보 중에서는 가장 덜 가공된 데이터를 보는 것이 가장 왜곡될 가능성이 적지 않는가에 대한 물음이 경제기사 이면에 있는 정보에 대한 궁금증이 생기게 된 이유다.

위의 3개의 기사를 보자. 첫 번째 기사 제목은 '서울 아파트값이 20주 연속 오르고 있다'는 정보를 담고 있다. 두번째 기사는 같은 내용을 전하면서도 매수심리가 3주 연속 하락하고 있다는 내용을 함께 전하고 있다. 마지막 기사는 최근 20주간 서울 아파트값의 향방(계속 올랐는지, 계속 내렸는지, 혹은 오르다가 내리다가를 했는지 등)에 대한 정보는 없고 '상승세가 둔화됐다'는 내용을 전하고 있다. 기사 제목에 사용된 표현들은 중립적인 표현에 가깝지만 '연속 상승'과 '둔화'는 그 뉘앙스가 사뭇다르다. 3개 기사는 모두 10월 6일 오후에 출고된 기사인데 같은 시점이라도 기사의 바탕이 된 취재 내용이 다르다면 당연히 기사는 다를 수 밖에 없다.


재미있는 것은 3개 기사 모두 하나의 자료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자료에는 3개 기사 제목이 담지 못하는 더 많은 정보가 담겨있다. 해당 자료를 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5월 셋째주 이후 20주 연속 주간 변동률이 '플러스'를 기록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 그러니까 전주와 비교한 집값은 전주와 같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전주에 서울 아파트값은 0.10% 올랐는데 그 다음주에 0.10%가 다시 오른 것이다. 서울 아파트 변동률은 전주와 같은 수준이었지만 같은 기간 경기와 인천은 변동률이 커졌다. 다만 인천은 변동률이 커졌음에도 서울의 아파트 변동률보다 낮았다. 


모든 정리 자료가 그렇지만 기사 역시 모든 정보를 담을 수 없다. 여러 정보 중 더 중요하다고 기자가, 언론사가 판단하는 자료가 취사 선택되고 선택된 자료에 대한 해석이 담긴다. 같은 내용을 담은 한 두개의 기사만 읽어서는 기사가 작성된 자료, 기사보다는 본질에 가까운 현실을 읽는데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글에서 소개되는 기사는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조사한 짧은 자료를 바탕으로 한 기사를 갖고 온 것이지만 방대한 분량의 보고서나 정책 발표 자료를 바탕으로 한 기사의 경우 기사 간 담긴 정보는 달라질 수 밖에 없다. 


혹자는 여러개의 기사를 함께 보면서 기사간 담은 정보의 차이를 채우기도 한다. 이 역시 영리한 돈공부 방법이다. 하지만 해설본이나 요약본이 고전 원문의 깊이를, 이를 통해 주는 인사이트를 대체할 수 없는 것처럼 문학이나 사회과학서가 아닌 기사 역시 기사가 작성된 바탕 자료의 내용을 모두 담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상당한 정보는 경제기사를 통해서 습득하지만 깊이 알고자 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기사가 작성된 원문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이를 직접 확인해서 공부하고 있다. 


그래, 니 잘났고
그 자료가 뭔데?
어디서 찾아보는데?

그것까지 다 쓰면 오늘 제 업무를 못하므로(이미 글 수정하느라;;) 다음 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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