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도선염. 나는 편도선염이 꼭 코감기와 함께 오는데 침을 삼킬 때마다 목이 아프고 코가 맹맹하고 귀가 멍멍한 것을 보니 이번에도 편도선염이 베프 코감기와 함께 온 것이 분명하다.
"편도가 부은 것 같아. 일주일+알파 각이다"
"병원 가 봐"
"일요일이야. 여는 병원 없어"
"주말진료 하는 소아과 있지 않나? 어른도 진료보러 오던데"
"기침감기는 소아과가도 괜찮던데 나는 편도선염이랑 코감기는 이비인후과 약 먹어야 낫더라. 내일 출근하고 부장한테 얘기해서 병원 잠깐 다녀오지 뭐"
"애한테 옮았나보다. (핸드폰 만지작만지작) 일요일 진료하는 이비인후과 있다. 차로 한 20분 정도? 갔다와"
"가도 되나..."
일요일 오전은 아이와 문화센터 체육수업을 가는 날이다. 아이가 꽤 좋아하는 수업이다. 아빠랑 오는 아이들도 많던데 우리 아이는 엄마랑 가는걸 좋아한다. 남편 말로는 남편이랑 갔을땐 즐거워하지 않는다고 수업을 그만하면 어떠냐고 하는데...나랑 갈땐 그야말로 날아다닌다. 뛰는거니 나는거니;;; 수업을 듣고 가면 진료를 못 보고 진료를 보자면 수업을 못 가는 상황.
"수업 나랑 가지 뭐. 다녀와"
출근할때도, 수업을 들을 때도 늘 엄마를 따라간다는 아이었다. "회사 갔다 올게"하면 "나도 회사갈거야!", "학교가서 수업 듣고 올게"하면 "나도 학교갈거야!"하며...아빠랑 수업가는 것 싫다고 할 것 같은데...어쩌지?
"엄마, 병원가서 주사 맞고 올거야"
"엄마 병원갔다와~"(헐...이 반응 뭐임. 쏘쿨)
"병원 같이 갈래?"
"병원 안 가. 엄마 병원갔다와. 아빠랑 놀거야"
"엄마랑 병원 같이 안 갈거야?"
"엄마랑 병원 안 가! 엄마 혼자 병원가!"
혼자???!!!!! 으흐흐흐. 행여나 입으로 웃음이 삐져나갈까, 남편이 이 마음을 알아챌까 허벅지를 꼬집으며 슬픈 어투로 말했다.
"사랑이랑 같이 병원가고 싶은데 너어어어어무 아쉽다. 엄마 병원가서 크으으은 주사 엉덩이에 맞고 올게. 아빠랑 수업 잘 갖다 와"
"(끄덕끄덕+손 빠빠이)"
남편 손에 외출가방(물, 물티슈, 티슈, 손수건, 아이 주전부리류 등이 담긴 외출용 가방)를 쥐어주곤 차를 몰고 나왔는데. 침 삼킬 때마다 목은 여전히 아프고 콧물이 코 속을 가득채워 머리까지 띵한데...이 상쾌한 기분 무엇ㅎㅎ(함께 수업을 가지 못해서 아이에게) 미안한데 신나고 (아빠랑 잘 놀까) 걱정되면서도 해방감 느껴지는 이 양가적인 감정이란.
일요일 진료하는 몇 안 되는 병원이어서인가 대기환자 20명인데...소아과 상황이라면 한숨부터 나올 것이 분명한데...홀로 찾은 병원에서 마주하니 또 다른 기분일세. 으흐흐흐. 다만 주말에 홀로 병원을 올 수 있는 상황(나 대신 아이를 봐줄 누군가가 있음)과 주말에 병원을 와야할 정도로 아프지 않으면 주말에 홀로 온전히 있을수 있을 가능성은 없단 사실을 새삼 인지하니 헛웃음이 나온다.
아프지만 신나고 행복한 아이러니라니. 아이가 없었다면 모를 이 다층적인 행복이란. 역시 인생은 예측할수 없어서 너무 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