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7시 서울 지하철 5호선 영등포시장역. 일터에서 나오기 전까지 매일 이곳에 섰었다. 1년여 만에 다시 영등포시장역이다. 평일이 아닌 주말, 7시가 아닌 8시, 출근길이 아닌 나들이길이란 점이 달라졌지만 잠이 다 깨지 않아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퀭한 얼굴로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내 모습이 익숙해 웃음이 났다.
익숙함엔 웃음이 났지만 생경함엔 왜인지 슬픔이 밀려왔다. 이틀에 한 번 꼴로 들러서 물을 샀던 편의점은 문을 닫았다. 간판도, 집기도 없이 깨끗하게 정돈된 상가 공실을 보니 꽤 오래 전 문을 닫은 것 같았다. 매일 지하철역으로 걷던길 마주했던 한 통신사 대리점은 속옷 땡처리 임시매장으로 변해있었다.
생경한 풍경들 속에서 아빠의, 엄마의, 삼촌의 긴 한숨이 새어나오는것 같았다. 한두해가 아닌 꽤 긴 시간동안 그 길목을 지키던 이들에게 길다면 길지만 짧다면 짧은 그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생긴 것일지. 겨우 몸뚱이 하나 건사해야 하는 내가 일을 손에 놓을때와 비교할 수 없는 막막함이 밀려왔을 사장님들의 한숨이 귓가를 맴도는 것 같았다.
생경해진 풍경만큼이나 나도 많이 변했다. 어떻게 살아야할지는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겠지만 어떻게 살고싶지 않은지에 대해서는 조금은 명확해진 것 같다. 더 일하고 더 벌고 더 쓰기보단 덜 일하고 덜 벌고 덜 쓰고 싶다고. 더 좋은 아파트, 더 큰 자동차를 가진 삶보다 더 많은 시간을 사랑할 수 있는 삶이면 좋을것 같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