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회고 때에도 시간이 너무 빨리 가서 무섭다고 했는데 올해도 똑같은 심정이다. 시간이 너무 빨리 흐른다. 시간의 힘은 아무도 막을 수가 없다...!
나는 작년까지 해외 서비스를 담당하다가 올해 초부터 다시 코어 서비스로 돌아왔다.
올해는 정말로 좋은 동료들을 많이 만났다. 거의 올해의 테마는 "좋은 동료와 파티를 결성하다!"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계속 같이 일하던 동료들은 새로운 풀스택팀에서 만날 수 있었던 것도 정말 좋았지만, 새로 만난 동료들도 다 정말 좋은 동료들이라 일하면서 배운 것도 많고 즐거웠다!
나는 하루에 1/3 이상 일을 해야 한다면 고통스럽게 일하지는 말자 주의이다.
의미 없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하고, 조직원들 사이에 상처 주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루의 1/3을 의미 없이 서로에게 고통만 주어야 한다면 그것은 굉장히.. 정말 인생에 있어서 커다란 비극과 고통이다.
그리고 일을 한 기간이 길어질수록 무엇보다 나의 커리어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나는 다음에도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인가" 라는 것을 배웠다. 회사라는 하나의 조직 안에서 동료는 협업해야 하는 사람들이지 상처 입힐거나 착취(?)해야 하는 존재가 아니다. 어차피 다 같이 월급받아서 하는 일인데... 존중하면서 일을 하는 것이 생산성도 더 좋다.
현재 재직 중인 회사를 다닌지 이제 3년 반 정도 되었다. 그러나 동료들과 스터디를 하고 친밀한 관계의 동료가 기하급수적으로 많아진 건 올해가 처음이다. 회사 동료들과 하는 스터디는 하고 있는 일과 실제로 맞닿아 있어서 그 부분이 재밌었다. 배운 것을 어떻게 활용할까 함께 고민할 수 있는 것이 즐거웠다. 그리고 해외에 있는 동료들도 많은데 한국으로 리로케이션하는 동료들도 생기면서 비로소 얼굴을 보게 된 동료들도 생겼다. 이제까지는 해외펜팔 하는 느낌도 있었는데 실제로 만나게 되니 신기했다. 아니, 당신 정말 실존하는 사람이었군요 이런 느낌!
분석가들끼리 하는 스터디도 진행했는데 이것도 재밌었다. 업무 하면서 겪는 고충도 이야기 하고 데이터 품질이나 인과추론에 대해서도 공부하고.. 혼자라면 읽기 귀찮은 책들을 억지로라도 읽을 수 있었다.
책은 109권 정도 읽었다. 별 일이 없다면 일 년에 100~110권 정도 읽는 게 내 페이스 같다.
올해 읽었던 책 중 정말 이건 남들에게도 추천하고 싶다! 하는 책들을 고르자면 아래와 같다.
1. 주의력 연습
뇌과학자가 쓴 주의력에 대한 책이다. 나는 이 책이 왜 많이 안 팔렸나 의아하다. <도둑맞은 집중력>보다 훨씬 내용이 좋은데.. 주의력에 관해 책을 읽어야 한다면 나는 이 책 한 권을 읽겠다.
2. 큇(Quit)
인간은 왜 잘못된 판단을 수정하지 못하나에 대한 책이다. 왜 주식, 비트코인을 손절하지 못하는가? 와도 이어진다. 굉장히 재밌게 읽었다.
3. 마인(MINE)
소유권이란 무엇인가? 소유권은 결국 일종의 세계관이라고 할 수 있다. 소유권을 어떻게 설정하는지는 설정한 주체의 이권이 반영된다는 책이다. 물성이 아닌 디지털 시대의 소유권도 다루고 있어서 흥미로웠다.
4. 기브 앤 테이크(GIVE AND TAKE)
"다음에도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어야겠다 결심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준 책. 이기적인 사람이 성공할 것 같지만 사실 기버(이타적인 사람)가 성공한다는 내용이다. 납득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투자의 관점으로 보면 타당한 이야기다. 여러 종목에 투자해야 투자 성공 확률이 높은 것처럼, 따지지 말고 여러 사람을 도와주다 보면 그 사람도 나를 도와준다.
5. 삼체
올해 제일 재밌게 읽은 소설. 처음에는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으로> 같은 소설인 줄 알았는데, 그건 미끼였다. 풍부한 상상력 덕분에 재밌게 읽은 책. 남편도 따라 읽고 굉장히 만족해했다.
6. 훅(HOOKED)
제품을 만들 때 사용자의 습관을 형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책. 그렇다면 사용자에게 습관이 되는 서비스는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해 다룬다. Amplitude에서 발간하는 pdf는 이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올해 건강관리는 잘 하지 못했다... 사실 상 망했다. 라운드 숄더가 심해지고 어깨가 아파서 어쩔 수 없이 운동을 하게 되었는데 아주 정기적으로는 하지 못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즐겁게 운동을 할 수 있는지 아직은 모르겠다. 그리고 다양한 알러지 질환에 걸렸다..... 나이가 들어가기 때문일까? 알러지에 좀 더 민감해지는 것 같다.
올해의 가장 기쁜 소식은 우리집 막둥이가 생겼다는 것이다. "순"이라고 하는 이름의 삼색 고양이다. 아직 1살도 안 된 아기이다. 나쁜 사람에게 학대를 당해 다리가 부러졌는데, 착한 분이 구조해주었고 내가 입양했다. 순이는 다리 수술이 잘 되어서 이제는 잘 뛰어다닌다! 안아주면 눈을 그윽하게 뜨는데 어찌나 귀여운지... 이제 우리집은 고양이만 4마리가 되었다.... 이제 더 이상의 동물 입양은 그만!
나와 고양이 4마리를 돌봐주는 남편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