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부산 수영 : 원룸
이 곳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지리적 장소에 있었다.
걸어서 10~15분 거리에
광안리해변과 센텀시티에 갈 수 있었다.
아침이라도 바다가 보고 싶으면,
걸어나가 바다를 보고,
시간이 되는 날은 콩나물국밥까지 든든히 먹고 돌아왔다.
밤이면, 바닷바람을 찾아서,
캔맥주를 들고 모래사장을 걷거나,
카페에서 멍하니 다리가 걸린 바다와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수영강이 있는 센텀시티 광경은
자전거를 타기도 좋고,
영화의 전당을 둘러볼수 있고,
백화점 쇼핑은 물론, 마트와 컨벤션센터까지 즐길수 있었다.
수영강변에 조성된 자전거길을 따라 가고,
잔디에서 돗자리펴고 도시락을 먹고,
가끔 펼쳐지는 공연도 볼 수 있다.
원룸이라는 것은 1인 세대가 살기 편하도록 설계된 공간이다.
방과 거실, 부엌, 옷장 등이 한데 엉켜
한 구획안에 구겨 넣고, 화장실과 현관을 적절히 배치하여
최대한의 원룸갯수를 뽑아낸 건물에 입주하는 것.
지하철, 버스 등이 가까우면,
선호도가 더 높아지며, 주차장이 있으면 더 좋다.
햇빛이 제대로 들어와주고, 환기가 잘 된다면 럭키.
대신에 월세가 오를 뿐.
엄마의 원하는 대로 고른 이 곳은
대체적으로 선호도가 좋고 럭키에 가깝고, 월세가 높았다.
월세를 내고나면 월급의 1/2이 사라지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열정페이를 받고 다니는 나에게 적금이란 없는 생활.
공간의 크기와 편리함은 돈과 비례한다.
손이 뻗어지는 반경, 몇 발자국 내에서
모든 생활이 가능했다.
먹고, 마시고, 보고, 자고, 쉬는 것.
타 원룸에 비해 시공자의 재량이었던 건지,
현관 신발장도 천장까지 꽉 짜여져 많은 양이 수납되었고
붙박이장도 화장실과 현관사이에 넉넉하게 있었다.
베란다는 빼내서 좁은 주방과 세탁공간을 제공했다.
남향과 동향이 있는 1호와 북향과 서향이 있는 2호에서
나는 북향과 서향을 선택했다.
화장실이 좀 더 넓었고,
서향과 북향으로 주택이 있어서, 시야를 가리는게 없었다.
오래된 주택 마당에 서있는 나무들은 내 창의 마당이 되었고,
새들의 소리를 아침마다 들을 수 있었다.
서향으로 햇살이 깊숙히 들어올땐 퇴근해서 들어와 집에서 뭉그적거리기도 좋았다.
태생적으로 집순이는 아니었던 까닭에
그 당시에는 남향이 중요하다고 생각해본적은 없었던 것 같다.
이사할때 확인해야 하는 집 근처 편의시설은
내게 있어 1번은 세탁소, 2번은 목욕탕이었다.
3번으로 시장이나 마트가 가까우면 더 좋고,
그리고 단골이 될 밥집, 술집.
근처에 오래된 목욕탕은 3천원이라는 가격에
작고 안락했다.
몸을 불리고 때를 밀고 마사지까지 해주고
뽀송뽀송 나른한 몸으로 나오면 끝.
집에서 한블럭인 세탁소와
내가 사는 건물 옆 1층에 위치한 마트.
이런건 탐험을 해야한다.
틈날때 동네를 어슬렁 거리면서
내가 사는 이 곳에 정을 붙이는 것이다.
골목을 돌아다니는 길고양이와 인사하고,
다른 건물에 고개내민 나무와 꽃,
지나는 골목의 표정들.
어느 집에 동네사람들이 자주 가는 지 확인된,
칼국수집, 돼지국밥집, 정식집을 거쳐
밤마실 때 보아둔 술집까지 테스트하고나면,
내 Home이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