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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도 Apr 16. 2017

이별을 이해하라고?

상에는 이해가 안 되는 일들이 너무 많다. 모든 상황과 관계가 이해관계 아래에서만 이루어진다면 정답과 오답이 뚜렷할 테고 선택의 순간에 확신을 가질 수 있겠으나, 그렇지 못한 경우가 다반사다.

오늘인지 어제인지, 브런치 알림이 한번 울렸다. 지난날 내가 썼던 글에 라이 킷이 하나 추가되었다는...

사실 이별 이후에 내가 썼던 글에 대해 전혀 신경을 쓰지 못했다. 평생 사랑하리라 자신하던 내 모습이 담긴 과거의 글이 무색해졌다. 시간을 거슬러 되짚어 보니 그 글을 쓴 지 얼마 되지 않아 그와 이별했다. 이별의 사유를 정확히 언급하기엔 조심스러우나 제일 먼저 내세웠던 이유는 상황이었다. 그는 받는 사랑보다 주는 사랑에 행복감을 더 느끼는 사람이었고, 자신의 행복을 유치하기 위한 방식들은 결국 그를 지치게 했다. 미안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던 그는 결국 마지막에도 미안하다는 말로 끝을 맺었다.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다. 사랑하는데 왜 이별을 해야 하는 건지. 하지만 나는 이 생각을 타인과의 대화에서 절대 내뱉지 않았다.

그는 너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
너무 뻔한 거 아니니?

그럴 수도 있겠다. 눈에서 멀어지니 마음에서 멀어진다고 했던가. 그와 연애하는 기간 동안 데이트 다운 데이트를 몇 번 해보지 못했으니 점점 현실감이 떨어졌을 것이고, 마음에서 우러나왔던 초기의 행동과는 달리 의무감에 행해져야 하는 순간들이 계속되다 보니 결국은 사랑이 아니라는 결말을 냈을 것이다.

하지만, 이별을 경험한 모든 사람들은 다 알지 않을까, 연애기간 동안 그와 가장 가까웠던 사람은 나였고 내가 그를 가장 잘 아는 것이 맞다. 애정은 줄어들었을지언정 우리의 연애가 끝이 나야한다는 대답을 내리기엔 그마저도 부족한 이유임에 분명했다.


헤어짐을 선고받은 지 2개월가량의 시간, 약 60일, 잠을 자고, 조카의 재롱에 행복해하고, 친구들과 즐겁게 수다를 떨고, 근무에 열과 성을 다하고 밥 먹는 순간 중 그가 생각나지 않았던 가끔. 그 시간들을 하루에 약 12시간으로 어림잡는다면 나머지 12시간 * 60일 = 720시간은 그에 대한 생각으로 흘렀고 앞으로 언제까지 연장될지 모르는 시간들이다. 

10000시간의 법칙이라는 말이 있다. 한 분야에 10000시간을 투자하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고 한다. 설마 내가 하루도 견디기 힘든 이 아픔의 전문가가 되지는 않겠지. 간절히 바라본다.


되지도 않는 이해를 억지로 할 필요가 없다. 내가 지금 집중해야 하는 것은 그의 안부를 확인할 수 있었던 그의 연락 부재에 무덤덤해지는 것, 그리고 나보다 자신의 인생과 커리어가 더 중요했던 그처럼 나 역시도 똑 부러진 신여성의 자태를 지니고 내 인생을 윤택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더 고민해보는 것, 그리고 실현에 옮기는 것.

스치듯이 지나가는 봄 앞에서 더이상은 우울해지지 말것. 나에게도 휴식을 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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