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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utterfly Jun 21. 2016

따뜻한 말 한마디

thank you for your concern

2013년 여름, 취업준비에 한창이던 시기.

최종면접을 보기 위해 서울로 향했다.

면접관들의 질문공세가 이어졌고 준비했던대로 차근차근 대답을 해 나가던 차에, 한 면접관이 내게 물었다.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을 때가 언제였나요?"


'나는 왜 갑자기 그 때가 떠올랐을까?'


어느 회사에서나 할 수 있는 질문이고, 이에 대한 대답으로는 힘들었던 경험을 어떻게 극복했는지를 이야기 해야하는 것임을 이제서야 알지만... 그 당시에 처음 취업면접이라는 것을 경험했던 나는 미처 준비하지 못했던 부분이었고, 정말 인생에서 힘들었던 때를 생각하며 대답했다.


"어릴 때 처음 발레를 접한 이후로 발레리나가 되겠다는 꿈을 꾸며 매일 연습에 매진했습니다. 같이 발레를 하는 친구들, 선배들보다 더 많이, 더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었습니다. 학교를 마치고 학원에 가면 계속해서 동작을 연습했고 집에서 쉴 때면 발레 공연 영상들을 보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어요. 아마 제가 살아온 삶의 장면 중에서 가장 열정적으로, 열심히 살았던 순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런데 많은 체육 분야의 친구들이 그러하듯이 저도 부상으로 인해 발레를 몇 달간 쉬었고 그 이후로 다시 할 수 없게 되었어요. 그 때 가장 절망적이었고 힘든 순간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리숙하게도, 힘든 시절을 이야기 하면서 나도 모르게 정말 그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힘든 감정이 올라와 면접을 보는 그 장소에서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랬을까...'라고 자책하게 되지만, 그땐 왜 그렇게 눈물이 났는지. (취업면접이라는 것을 처음 보는 초짜의 귀여운(?) 실수 정도라고 생각하고 싶다...)

내가 울음을 터뜨리는 순간 면접관들 모두 당황했고, 그 뒤는 어떻게 마무리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면접을 모두 끝내고 나오는 길, 떠오르는 생각은 단 한가지.

'망했다!'


면접을 끝내고 나의 멘토이신 교수님께 전화를 드렸다. 면접에서 어떤 질문들을 했고 나는 어떻게 대답했으며, 결론적으로 어떻게 면접을 망치게 되었는지.

교수님은 나의 이야기를 다 들으시고 난 후, 결과는 나와봐야 아는 것이라며 수고 많았다고 해주셨다.


처음 지원서를 작성할 때부터 많은 신경을 써주셨던 교수님.

바쁘신 시간을 할애하여 내가 서툴게 작성한 자기소개서를 찬찬히 보시며 수정해주시고, 누구보다도 정성스럽게 추천서를 작성해주셨던 교수님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좋은 결과로 응원에 보답해드리고자 했으나, 망쳐버린 면접 이야기만 들려드리게 되어 죄송할 따름이었다.


그렇게 울적한 기분으로 기차를 타고 내려오는 길, 나에게 문자가 하나 왔다.





따뜻한 말 한마디.

이 따뜻한 말 한마디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면접을 망치고, 스스로 많은 자책감에 휩싸여 울적했던 그 순간. 교수님께서 보내주신 이 따뜻한 문자에 하루종일 나를 감싸고 있던 부정적인 감정들이 모두 풀렸다.

모든 것들이 내가 계획하는 대로만 흘러가는 것도 아님을. 그리고 내가 언제든, 어디서든 스스로 빛나는 존재임을 알아주고, 그것을 나에게 깨닫도록 해주는 사람이 곁에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지.


물론, 반전은 없었다.

나는 최종면접에서 떨어졌고 다시 취업준비를 시작해야 했다.

하지만 난 그 따뜻한 한마디에 다시 힘을 낼 수 있었고, 이후 다른 곳에 합격하여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






매일 다른 삶의 장면을 만들어가고 있는 많은 사람들,

그냥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수 많은 찰나의 순간들,

그속에서 지금 나부터 그 누군가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로 존재의 위로를 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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