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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허튼 상념

인생과 이벤트

by OTXP

인생 경로 위에는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 싶은 이벤트가 상시 대기하고 있지만, 그 이벤트가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는 알기 어렵다.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더라도, 막상 그 일이 닥치고 보면 속수무책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하게 된다. 인생사에 관해 초연한 태도를 견지할 수 있는 수련 과정을 겪지 않고서야, 나 같은 범부는 이런 종류의 이벤트 앞에서 초연하기는 어렵다. 예측된다고 해서 가능성을 셈하고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고통스러운 이벤트이기에, 언젠가 생기고 말 그 일, 그리고 이전보다 더 가깝게 닥쳐오고 있는 그 일 앞에 사람은 무력하게 서 있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인생이라는 시간의 흐름표 위에서 그 일, 그 이벤트는 결국에는 일어나고 말 것이고, 나는 그것이 던지는 모든 충격과 여파를 오롯이 내 몸과 혼으로 다 받아내야 할 것이며, 또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는가 싶을 정도로 지나가 버린 기억 속의 옛일로 남게 될 것이다.

인생은 결국 이런 이벤트들이 얼기설기 어설프게 엮여 있는 조악한 조합물 같은 것이며, 그 인생을 버티게 하고 새롭게 닥쳐올 새로운 이벤트를 받아낼 힘은 오직 이벤트의 세례 속에서 씻김을 받고 새 힘을 얻는 영혼에게만 있겠지. 정신 똑바로 차리고, 쓰든 달든, 이벤트의 충격과 여파 안에서 하나라도 건질 태세를 유지할 수밖에 달리 무엇을 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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