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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작가 Nov 19. 2015

#28 꾸준하기(2/2)

엉덩이로 글을 쓴다

불을 붙이는데는 시간이 걸리지만 은은하게 오래 타는 장작

나는 매일 아침 2시간씩 글을 쓰는 일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다. 나의 워킹홀리데이 경험담을 써내려 가기 시작했다. 1년 8개월간의 생활은 A4 몇 장으로는 부족했다. 매일 같이 쓴 글은 글자 크기 10에 A4용지 3장을 꽉 채운 에피소드가 40여 개나 나왔다.


그 글을 다 쓰고 이 글을 책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 때쯤 나는 내 몸으로 익힌 꾸준하기의 위대함에 대해서 느낄 수 있었다. 우리가 인지하고 있지 않지만 우리는 끊임없이 숨을 쉬고 있다. 숨을 쉬지 않으면 죽기 때문이다. 죽을 수도 있는 행위를 우리는 의식하면서 행동하지 않는다. 그저 자연스럽게 할 뿐이다. 공장에 있는 컨베이어 벨트는 전원을 끄지 않는 이상 똑같은 속도로 돌아간다. 그 말은 꾸준히 일을 해나가야 하는 것이다. 힘들어도, 지겨워도 말이다.


생계를 위한 일, 하기 싫은 일은 그렇게 억지로라도 하게 되는데 내가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꾸준히 하는 것이 얼마나 쉬운 일인가? 이런 생각을 하다가도 막상 실천해 보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분명 좋아하지 않는 일, 억지로 해야 하는 일과 다르게 내가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하는 것은 꾸준히 할 수 있는 충분한 이유를 우리에게 준다.


많은 글쟁이들, 최고의 작가라 칭송받는 사람들이 글을 잘 쓰는 비법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나오는 이야기가 ‘엉덩이로 글을 쓴다.’는 것이다. 무슨 뚱딴지같은 말인지  의아해할 수도 있겠다. 글은 어떤 영감이나, 유별난 단어가 생각날 때만 쓰는 특별한 것이 아니라 책상에 앉아 흰 종이와 연필을 들고 있을 때(흰 화면과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려놓고 있을 때) 비로소 좋은 글이 나온다는 것이다.


생각이나 고민만으로는 글이 써지지 않는다. 직접 앉아서 이렇게, 저렇게 써보면서 고치기도 하고, 전부를 다시 쓰기도 하는 것이 글쓰기다. 그러려면 오래 일정 시간 오래 앉아 있어야 하고, 꾸준히 해야 한다.


유명한 소설가는 글로  출근한다고 했다. 회사 생활을 하듯 자신은 하루에 8시간 동안 글쓰기 한다고 했다. 처음 그 말을 접했을 때 나는 조금 비효율적인 느낌을 받기도 했다. 글을 쓰다 보면 잘 풀리지 않을 때는 머릿속이 정말 워드 프로그램 첫 화면처럼 새하얗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일같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나는 그 말이 조금은 이해가 간다. 아무리 글이 써지지 않는다 해도, 자신이 원하는 좋은 글이 나오지 않는다 해도 엉덩이를 붙이고, 무엇이라도 토해내듯 써 내려가다 보면 글이 글을 써내려 가는 것이지 내가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미디어의 발달로 어린 나이에 큰 성공과 부를 누리는 이야기를 많이 접하고, 어리고, 잘생긴 연예인들이 TV를 누비고 다니는 모습을 보면 그 뒷면에 있는 노력의 시간들을 보기 쉽지 않다. 그저 운이 좋아서, 특별한 집안에서 태어났겠지라고 남의 성공을 쉽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의 성공 이면에는 수년간의 연습생 시절이 있었다. 매일같이 춤, 노래, 연기를 연습하는 시간들이 있었던 것이다. 땀과 눈물로 범벅된 시간들이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그 노력의 시간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어떤 노력을 어떻게 했는지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화려한 불꽃놀이는 금방 끝나지만 은은한 촛불은  오래간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꾸준하기’는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것에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일이다. 쉽게 생각되지만 쉽지 않고, 필요하다는 것을 알면서 실천하기 어려운 것이 꾸준하기다. 꾸준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나침반이 잘 작동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정확한 방향 없이는 꾸준하기는 허공에 삽질하는 것이다. 나의 성을 쌓기 위한 흙을 퍼 나르기는커녕 그저 고생만 하는 것이다.


미국 16대 대통령이었던 아브라함 링컨의 말로 꾸준하기를 마친다.

“나는 천천히 걸어가는 사람이다. 그러나 뒤로는 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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