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작가 Nov 20. 2015

#29 포기 말기(1/3)

인생은 C

프랑스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


‘삶은 b와 d사이에 있는 c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그 뜻을 보니 Birth(탄생)과 Death(죽음) 사이에 Choice(선택)란 말이다. 이렇게 삶을 압축해서 잘 설명한 문구가 있을까? 우리는 선택의 삶을 살고 있다. 아마 선택의 시작은  갓난아기일 때부터 시작할지 모른다. 말은 배우지 않았지만 원하는 것을 위해 울기 시작한다. 배고픈 줄 알고 젖병을 물리면 다시 운다. 난 배고프지 않다는 뜻이다. 그래서 재워주면 잠을 잔다. 능동적인 선택은 아니지만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선택하는 힘은 본능적으로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커가면서 선택은 필수적인 것이 된다. 우리는 매 순간 끊임없이 선택하고, 선택에 따른 권리와 의무를 가지면서 살아간다. 하지만 선택을 남에게 미루고 권리만 누리고, 의무는 회피하는 경향이 있는 20대들도 간혹 보인다. 이것은 자기 삶에 대한 모욕이다. 나 아닌 다른 누가 한 선택에 의해 내 삶이  좌지우지된다면 그 삶은 살아도 산 것이 아니다.


무엇을 하고자 결정해서 선택하고, 꾸준히 하려고 노력한다 해도 계속해서 찾아오는 유혹은 뿌리치기 힘들다. ‘오늘 한 번인데 뭐 어때?’, ‘내일부터 해야지’ 이런 마음이 들면서 처음에 가졌던 의지와 열정에 반하는 행동들을 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며칠을 연속으로 못하게 되면 나는 이 일과 맞지 않는다고 성급한 결정을 내리곤 다시 새로운 미지의 세계를 찾아 떠나기도 한다.


이유 없는, 정당하지 않은 포기는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허무함과 허탈함만이 나를 괴롭힐 뿐이다. 자신이 원하는 바, 이루고자 하는 일이 있다면 포기하지 않아야 한다. 기간이 생각보다 길어지고, 생각지 못한 일들이 발생한다 해도 그 일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가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것이 걸어가기의 두 번째 포인트인 ‘포기 말기’다.


나는 자기합리화로 인해 포기한 일이 많다. 어릴 때 일들이지만 때때로 그런 모습이 후회되기도 한다. 그 모습 속에는 내 선택에 의한 것이 아니라 부모님, 선생님, 친구들의 권유로 택한 것들도 있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포기하기가 너무 쉽다. 책임은 그들에게 떠넘겨 버리면 나의 마음은 가볍기 때문이다. 나의 부족이나 결함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고민할 시간도 없이 청춘의 시간이 산산조각 나버린다.


지금도 음악에 소질이 없는 나는 초등학교 시절 피아노 학원을 다녔다. 소질이 없어도 관심이 있고, 하고 싶으면 노력 여하에 따라 내가 원하는 수준까지 피아노를 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관심이 없던 나에게 어머니는 자신이 하는 가게 위에 있던 피아노 학원에 나를 맡겼다. 나는 울고 불며 피아노 학원에 가기 싫다고 했지만 어머니의 회유와 피아노 선생님의 노력을 피아노 학원을 다녔었다.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하니 잦은 결석은 물론이고, 학원에 가서도 제대로 연습도 하지 않았다. 어렴풋이 생각나는  그때의 나는 정말 철부지 초등학생이었다. 결국 피아노 학원은 우리 집이 다른 동네로 이사 오면서 그만 다니게 되었다.


그때는 선택과 꾸준하기의 의미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 그런 삶은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이어졌다. 내가 느꼈던 우리 부모님의 교육철학은 자유와 방임 그리고 책임이었던 것 같다. 따로 공부하라는 말씀은 하시지 않으셨고, 내가 필요할 때 말씀드리면 학원을 보내주셨다. 나는 친구들이 필요한 학원들 다니면 따라 다녔다. 중학교 때는 보습학원을 고등학교 때는 단과반을 다니면서 공부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28 꾸준하기(2/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