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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작가 Jan 06. 2016

#37 내가되기(2/3)

나는 누구인가?

스펙 쌓기는 잘 되지 않았다. 공인 영어 점수 만들기, 봉사활동, 해외 경험, 전문 자격증 취득, 학점 세탁 등 할 것이 무궁무진했다.  그동안 나는 무엇을 했는가 싶을 정도로 대학생이자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으로서는 0점에 가까웠다. 


우선 가장 도전하기 쉬운 봉사활동부터 지원해보았다. 운 좋게 뽑힌 벽화 그리기 봉사활동에 나갔다. 어떤 사람들은 몇 년 동안 벽화 그리기 봉사활동만 했다고 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아무것도 없던 벽에 예쁜 벽화를 그리는 일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했다. 아마 그 친구는 그 친구의 속을 스스로  들여다본 것이 틀림없을 것이다.


한 여름 뜨거운 태양 아래서 벽화를 그리는 일은 쉽지 않았다. 나는 점점 봉사활동이 나가기 싫어졌다. 후반에는  이리저리 핑계를 대가며 봉사활동을 나가지 않았다. 아마 이 봉사활동이 나의 기준점을 밖에다 둬서 실패한 첫 번째 경험인 것 같다.


그때는 몰랐다. 그저 봉사활동이 나랑 안 맞는다라고 생각했다. 학점 세탁은 어렵지 않았다. 예전에 들은 과목들을 재수강하거나 점수를 잘 따는 수업들로만 채워서 들었다. 바닥을 치던 내 학점은 정상권으로 되돌아 왔다. 이 과정에서 학과 수석도 하는 행운도 맛보았지만 나에겐 큰 의미가 없었다. 속으로는 끊임없이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생각이 있었다.


공인 영어 점수 획득과 전문 자격증 취득이 다음 과제였다. 친구 3명과 함께 영어 학원을 다녔다. 우리는 모두 영어 점수가 필요했고, 열심히 하려고 했다. 하지만 간절함에서 차이가 있었다. 공부를 열심히 했던 친구 2명은 취직에 대한 열의가 대단했다. 4명 다 학원을 빠지지 않고 열심히 다닌 것처럼 보였지만 2명만 원하는 점수를 획득했다. 물론 나는 아니었다. 영어를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푸는 요령과 시간을 단축하는 스킬을 가르치는 공인 영어 시험은 나에게 흥미를 주지 못했다.


원하는 점수를 얻지 못해 좌절했을 때부터 나는 내 안의 나를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정말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난 뭘 하고 싶을까?’ 등을 생각했다. 나는 해외를 나가서 많은 것을 경험하고 싶었다. 하지만 집안 사정 등 여건이 안 된다는 생각이 앞서 실천도 해보지 않고 머릿속에서 정리하고 말았다. 생각만 하던 중 해외로 봉사활동을 가는 프로그램들을 알게 되었다. 주변 지인들도 몇 명 다녀왔었다. 그 친구들에게 정보를 얻어 지원했다. 하지만 서류전형도 통과하지 못한 채 여러 군데의 해외 봉사활동에서 탈락하게 된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서류를 심사하는 사람들도 내가 봉사활동이 먼저가 아니라 해외가 먼저였다는 것을 알고 있었을지 모른다.


모든 것이 꼬여갈 때쯤 나는 다시 내가 아닌 주변으로 눈을 돌렸다. 내심 불안했기 때문이다. 아직 내 마음도 잘 모르겠으니 주변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지가 궁금했다. 경영학과였던 나의 주변 선, 후배들은 금융업에 취업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친구들이 취득하는 금융자격증이 있었다. AFPK라는 CFP(재무설계)의 입문 단계 정도 되는 자격증이다. 지정된 학원에서 일정 시간 이상 강의를 이수하고, 시험에 응해서 2과목 모두 과락이 없이 합격 점수가 넘으면 합격인 시험이었다.


AFPK 시험도 내가 정말 원해서  했다기보다는 이 자격증이라도 취득해놓으면 선배, 동기들처럼 은행, 보험, 증권 등 어디든 금융사에 지원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었다. 여름 방학 2개월 동안 왕복 3시간 거리인 집과 학교를 통학하면서 공부했다. 내가 필요하다 생각해서 간절함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따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공부하다 보니 어쩔 때는 내용이 눈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을 때도 있었다.


사랑스러운 후배들

2달이 지나고 시험 전 날이 되었다. 마지막 정리를 하려고 자려는데 후배들이 술에 잔뜩 취해 우리 집으로 놀러 온 것이 아닌가? 우리 집에서 자고 가도 되겠냐고 했다. 내일이 시험이었지만 방법이 없기에 후배들을 재웠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자는 후배들을 뒤로한 채 시험장으로 갔다. 모의고사에서는 합격선을 왔다 갔다 하기에 불안했지만 잘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으로 시험에 임했다. 시험이  시작되고 시험지를 받자마자 나는 눈 앞이 캄캄해졌다. 생각보다 문제는 어려워서 내가 공부한 방식으로는 부족했던 것이다.


시험을 마치고 시험장을 나오는데 햇살은 왜 그리도 밝던지 정말 최선을 다했는가에 대한 나에 대한 의문도 들고, 부끄럽기도 했다. 몇 주가 지나고 시험 결과가 발표 났다. 결과적으로 나는 부분 합격하였다. 1과목은 합격이고, 2과목에서 과락이 나왔다. 두 과목 합쳐서 평균 몇 점 이상이면 붙는 시험인데 과락이 나오면 평균 이상 나와도 시험 자체는 탈락이다.


나는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정말 시험을 준비하는 동안 최선을 다했는가를 돌아보기도 했고, 본격적으로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내 마음속에는 아직까지도 해외를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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