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를 가본 건 아니지만 군대의 내리갈굼에 대한 이야기는 살면서 종종 들을 수 있었다. 요즘엔 그래도 군대 문화가 많이 좋아졌다고 하는데, 우리 아빠나 삼촌들 때엔 말그대로 사람을 줘패는 게 아무렇지 않았던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사람한테 해끼치는 거 싫어하고, 학교에서 잘 어울리지 못하는 친구들 보면 뒤에서라도 한번은 챙겨줘야 마음이 편했던 나로썬 '나도 당했으니 너도 당해보라'는 그 심보가 이해되지 않았다.(내가 엄청 좋은 사람이라는 얘기는 아님) 그런데 내가 곧 이 팀을 떠나 다른 팀으로 이동해야 할 때가 다가오니, '어디 인수인계 한번 개판으로 해놓고 가봐?'라는 심보가 쑥 올라오는 것이 아닌가. 후임자도 나처럼 고생했으면 하는 꼬인 마음이 어디서 나온걸까 흠칫 놀랐다. 그러다 작년에 팀 선배님이 팀장이 너무 싫어서, '신규가 들어와도 안 알려줘야지'라는 생각을 했었다고 얘기 하셨던 게 떠올랐다. 그땐 '팀장이 싫다'는 말만 귀에 들어왔었는데 지금은 그래서 내가 그때 더 힘들었던건가? 싶어 내심 섭섭한 마음이 드는 것 보니 나는 인수인계를 또 정성껏 해주게 될 것 같다. 내 고생과 억울함은 내 선에서 끝내면 된다. 굳이 또 힘든 사람 한 명을 더 만들어서 조직 전체 분위기를 우울하게 만들 필요는 없다. 아는대로 잘 알려주면 괜찮아진 사람 1명+적응중인 사람 1명이 될 것을, 일부러 안 알려주면 마음이 꼬인 사람 1명+불행한 사람 1명이 되는거지. 아주 작은 조직이지만 내가 그 조직의 분위기를 만드는 구성원이라는 생각을 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