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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범한사람 Nov 23. 2020

답 없는 녀석의 시작은 종잣돈부터

저는 주식을 모르는데요

저는 주식을 모르는데요

(이 자리를 빌어서 반성 절반, 아버지에 대한 죄송한 마음 절반을 남긴다. 돈에 대해 너무 무관심했고 그로 인해서 지금까지 고통을 받는다고 생각하지만, 결국은 내 탓이다. 미리 밝히지만, 주식으로 한 번에 큰 소득을 얻는 것은 할 줄 모른다. 그래서 길게 보고 꾸준히 하는 스타일이다. 게으른 내가 아버지에게 유일하게 제대로 교육 받은 내용은 '그것'이다. 마지막으로 실제로 사기를 당했던 일도 적겠다. 부끄러운 일을 나중에 적는 이유는 나처럼 어리석은 생각 안 하는 사람이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미리 밝히지만, 반말체로 적는 것은 지금도 스스로에 대한 불만이 많은 나에 대한 자책이다.)




(당시 1년짜리 모바일 뱅킹 적금 2개, 카카오뱅크 적금 1개, 총 3개로 시작했다.)


내가 적금부터 시작한 이유는 몇 가지가 있었다.


우선 이 나이를 먹어서도 내 손으로 운영할 수 있는 'Seed money(종자돈)'가 '정말' 한 푼도 없었다. 부끄럽지만, 방만하게 지냈다. 심하게 이야기 하면, 하루 벌어서 하루 먹고 사는 사람이었다. 똑같이 통장 잔고 '0원'이어도 내 돈이 무엇이든 의미있는 일을 해야 하는데 (책에서 말 하는대로 돈이 일을 하게 해야하는) 그런 것들이 '하나도' 없었다.


(여담이다. 시간이 흘렀을 때 왜 나와 사귀었던 여자가 나를 떠났는지 이해 할 수 있었다. 그 정도로 방만했다. 결혼 후 이혼을 한 것도 아닌, 그저 누구에게나 있을법한 연애지만, 결국 내가 힘들 때 서로가 우산 역할을 해야하는데 나는 전혀 그러지 못 한 것이었다. 안타깝지만 어떤 계기가 있어야 사람은 깨닫나보다.)


하나하나 나의 돈 쓰는 습관까지 따져보았다. (돈 쓰는 습관까지 공개 할 자신은 없다. 그 정도로 부끄럽게 살았으니까.) 그리고 다시 통장 잔고를 보았다. '0원'이 찍힌 통장 잔고를 보면서 심각하게 참회했다. 하지만 후회 하고 있다고 해결 할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


래서 눈 감고 1년만 견뎌보기로 했다. 처음에는 적금을 안 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중간에 자꾸 '까서' 쓰는 버릇 때문에 적금을 시작했다. 요즘에는 1년짜리 적금도 많이 나와 있어서 (무엇이 좋은가를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마음에 드는 것 골라서 아무거나 시작하자. 그게 핵심이다. 적금 이자 이제는 너무나도 적은 것. 다들 아는 사실 아닌가. 지금 중요한 것은 무엇이든 시작이다. 시작.) 스마트폰으로 검색 몇 번 하다가 가장 괜찮은 것 두 가지 골라서 시작했다. 


26주 도전을 끝냈을 때 당시 캡쳐했던 화면. '몇 천원'일 때는 괜찮았는데 만 원 단위로 가면서 부담인 것은 사실이었다.


당시 나는 카카오뱅크에서 운영하는 26주 적금도 해 보았다. 그런데 이 적금이 가장 '난이도 높은' 적금이었다. (뒤에 적겠지만, 혹시 지출 습관이 나처럼 방만한 사람이라면 도전 해 보라고 하고 싶다.) 1,000원부터 시작 할 수 있는 이 적금은 매주 1,000원씩 (설정은 시작하기 전에 마음에 드는 것으로 바꿀 수 있다.) 늘려갈 수 있다. 첫 주 1,000원 두번째 주 2,000원... 그렇게 26주차에 접어 들었을 때 26,000원을 넣는 방식. 얼마였더라? 이자까지 포함 해 35만원 정도 모였다.


처음 시작 할 때는 돈이 적어서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은데 20주차가 넘어가면 한 달에 얼마가 나갈지 계산하고 미리 돈을 준비 해 두어야 한다. (금액이 부족해 자동이체가 막히면 곤란하니까) 물론 여윳돈이 생기면 추가로 넣어두었다. 그리고 중간에 2번만 빼서 쓸 수 있다. 하지만 막상 모인 돈이 그렇게 큰 편은 아니기에 (당연히 그렇다.) 연말에 부모님에게 용돈을 드렸다. 갑자기 생겨난 '꽁돈'이니 부모님도 좋아하셨다. 나름대로 보람도 있었고 좋은 체험을 하였다 생각한다.


결정적으로 이 적금을 추천하는 이유는 나처럼 방만하게 돈을 쓰는 사람에게 좋은 '브레이크'이었다. 그러니까 적금이라도 들기 위한 '최소한의 돈'을 남겨두고 돈을 쓰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 실제로 나도 계산을 하고 돈을 썼었다. 크지는 않더라도 스스로가 이렇게 제어 할 수 있다는 것은 커다란 진보(?!)라고 생각한다.




위에서 밝힌대로 당시 30만원짜리 적금 1개, 20만원짜리 1개를 들었다. 돈 쓰는 습관을 한 번에 고치지 못 한다면 통장 잔고가 똑같이 '0원'이 찍히더라도 남는 돈은 무조건 적금이나 주식에 밀어넣자고 결심했다. 


가계부를 쓰는 습관이 있다면 진작에 썼겠지. 다만 세상의 기술은 진보한다. 차라리 그 날 그 날 카드를 사용하면 얼마나 썼는지 수시로 체크했다. 귀찮아도 그게 내게는 훨씬 편했다. 지금 생각 해 보면 어떤 책에서 이렇게 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게 안 맞으면 빨리 자신의 것을 찾는 것이 맞다. 안 그랬다면 아직도 좌절하면서 살고 있었을 것 같다. 어쨌든 해피 엔딩이 중요하니까.


물론, 다르게 조언을 해 주는 친구도 있었다. 빚을 내서 부동산 투자를 해라 등등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었지만 (버텼으면 버텼지 빚은 정말 싫었다. 나중에 이야기를 하겠지만, 반드시 빚 때문은 아니어도 죽기 직전까지 갔던 경험을 했다.), 귀를 한 번 닫기로 결심하고 느리더라도 꾸준하게 가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두 번째 이유는 아버지가 내게 해 주었던 이야기가 있었다. '참을성이 없다면 절대 주식 하지 말아라'였다. (아버지는 정말 주식에 대하여 단 한 마디도 어떤 것을 어떻게 하라고 '어느 순간에 이를 때'까지 알려주시지 않으셨다. 그런데 돌아보면 그게 맞았다. 스스로 깨닫기 시작한 후에는 어떻게 밀어붙여야 하는지 알았기 때문이다.) 다른 이야기는 모두 잊었어도 이 이야기는 희한하게 어릴 때부터 기억했다.


주식은 세상 사람들이 인정하는 '합법적인 도박'이다. 난 집 안에 이 도박을 잘못 배우고 잘못된 투자 방식을 고집하는 상태에서 손을 대 망친 경우를 보았다. 안타깝지만, 나처럼 무식하고 아무것도 모르는 녀석에게는 가장 큰 교훈이었다. 정말 순식간에 모든 것을 날리는 것을 보았다.


나중에 밝히겠지만, 내가 당했던 사기 경험도 있어 (다행이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지켜주셔서 모두 손실을 지금은 만회했고 큰 타격이 오는 수준도 아니었다.) 속에서 피눈물 흘리며 '다시는 이렇게 하지 말자'라고 다짐하고 여기까지 왔다.


그런데 이 도박, 뭔가 독특했다. '참을성이 필요한 도박', 지금도 느끼지만 주식을 시작 하려면 이 문장이 (가장 중요한 핵심이다.) 가지고 있는 성격을 빨리 파악해야 한다. 뭔가 적금과는 다른 성격의 '참을성'이지만 아무튼 '뭔지는 몰라도' (마치 학생이 처음 학원에 가면 내용도 이해 못 하지만 '그런 것이 있구나'하며 집에 돌아가는 것 처럼) 그 이야기를 염두 해 두고 적금을 시작했다. 


이 '참을성이 필요한 도박'에 필요한 '참을성'을 갖추는 과정이 상당히 까다로웠다. 농담 삼아서 아버지가 '매도 버튼 누르려는 것 수 백 번은 참아 보아야 주식이 무엇인지 조금 깨닫는다'를 알았다.


세번째는 잃어버린 습관을 다시 붙여야했다. 사실 어릴 때부터 큰 돈이든 적은 돈이든 돈을 모으는 습관이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흐지부지 사라졌다. 어쩔 수 없이 공부를 해야했던 상황에 처했던 경험이 있었다. (소위 말하는 수험생) 일정 시간, 일정한 양의 학습을 위해서는 무조건 책상에 앉는 것 부터 시작해야 한다. 내게는 그 첫 걸음이 적금이었다.


농담삼아 복권 사는 것도 습관(로또)이라고 하는데 '희한하게도' 필자는 복권을 잘 사지 않았다. 1주일간 행복한 기분이 드는 것은 맞는데 그 기분이 깨질 때 몰려오는 허무함이 싫어서 구입하지 않았던 것도 있었다. 그리고 워낙 생각없이 돈을 써서 로또 살 '현금조차도' 없었다. 지금도 그렇다. 가끔 누가 사 준다고 하면 그거 받아보고 맞춰보는 수준이다.


아무튼 이 세가지 이유로 적금을 다시 시작했다. 그러면서 가장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처음 접근하기 좋은 주식이 무엇인지 (아마 답은 다들 알고 계시리라) 찾아보았다. '예상대로' 삼성전자였다. 그래서 욕심을 부리지 말고 여유가 생기면 한 주씩 사 보기로 결심했다. 큰 돈은 아니었지만 '적금 + 주식', 나쁘지는 않은 재테크의 기본 공식을 따랐다.




그런데 예상보다 다시 습관을 붙이기가 정말 힘들었다. 누구나 그럴 수 있지만, 적금이 가장 힘든 점은 무엇일까? 단언하건데, (내 경우에는) 아무래도 돈이 불어나는 '속도'가 느리다는 점, 그리고 매번 불입 할 때 마다 겪어야 하는 '해약의 유혹'이었다. 해약의 유혹이 특히 힘들었다.


혹시 힘든 시기가 있었냐 묻는다면, 사람마다 다를텐데 나는 2~3개월차가 힘들었고 6~7개월차가 힘들었다. 사실대로 고백하자면, 당시 만기 1달 남기고 해약하였다. (이 결정에 대해 후회하지는 않았다. 당시에는 그것이 옳았다. 지금도 그 결정에 대해 잘 했다고 생각하는 주의다.)


초반 2달은 '이렇게 해서 언제 돈을 모으냐'라는 생각 때문에 급해져서 적금 해약 버튼을 몇 번이고 누를 뻔 하였다. 심한 이야기로 적금 붓는다고 하였을 때 사회생활하다 만난 녀석이 반 무시하는 태도로 '로또 사는 것이 훨씬 낫다'는 태도가 쇼크였었다. 속으로 '내가 얼마나 어리석게 살아서 어린 녀석에게 무시까지 먹어가면서 이 짓을 하나'싶었다. 그렇게 견디고 견뎌서 4개월차 200만원이 모였이고 5개월차에 250만원을 만들었을 때 꽤 뿌듯했다. 이제 무엇인가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약간 붙었다.


그런데 6~7개월에 들어 섰을 때 또 한 번의 고비, '두 번째 고비'가 왔다. 그 때는 '지겨워서'였다. (그 때 한 번 더 깨달았다. 왜 적금을 붓다가 사람들이 깨는지. 어릴 때 느끼지 못 했던 '지루함'을 처음 느껴본 시기였다.) 50만원씩 꾸준히 불입 해 꽤 묵직하게 만든 것은 좋았다. 그런데 다른 것으로 눈이 자꾸 돌아갔다. 스팸 문자로 오는 '단기간 고수익' 스팸 문자는 잊을만 하면 왔으니 눈과 귀를 닫는다고 해도 쉽지 않았다.


이 지겨움의 불길은 다행이 엉뚱한 곳에서 잦아들었다. 7개월 차에 50만원을 집어 넣어 350만원을 만들었을 때 속으로 '그래, 지금까지 견뎠는데 한 번만 더 견뎌보자'라고 스스로 이야기 하면서 해약 버튼을 누르려는 유혹에서 벗어났다. 그렇게 8개월~9개월이 넘어 가려고 하니까 자연스럽게 유혹에서 벗어났다. 500만원을 만든 10개월차도 꽤 무난하게 넘어갔다. 


그런데 그렇게 잘 견뎠는데 11개월차에 적금을 해약을 한 이유? 당시에 복합적이었다. 은행 이자보다 당시 구입을 목표로 한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이 좀 더 매력적이었다. (당시 주식 그래프를 보면서 결정했으니 후회는 거의 없었다. 지금도 그렇게 하라면 할 것 같다.) 해약 직전까지 해약을 할지 말지 몇 날 몇 일을 고민했다. 그런데 다소 무식한 결정이었는데 그 당시에는 '감'이 그랬다. 감으로 '여기서 적금과 이별해도 좋겠다'는 느낌을 받았다. (약간 목적은 다르기는 하지만 지금도 적금을 들어 놓는다.)


사실, 돈 쓰는 습관을 완전하게 고친 것은 아니다. 마치 알콜중독자 또는 담배를 끊겠다고 나선 애연가와 애주가들이 다음 날 알딸딸한 얼굴을 거울 속에서 보거나 담배 냄새에 찌들은 모습을 보는 것과 비슷하다. 나도 이처럼 잊을 만 하면 마구 쓰는 습관이 있다. 그런데 최소한의 스스로가 만든 '안전장치' 때문에 폭주기관차처럼 가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그게 어디냐' 싶어서 다행으로 생각한다.




미련없이 은행으로 가 적금을 해지를 했지만 그래도 심경이 복잡했다. '해지하지 말까?'했지만 결정했다면 아쉽지만 더 큰 돈을 위해 은행 이자를 포기하는 것도 방법이겠다 생각했다. 그렇게 받은 돈, 부모님에게 100만원씩 총 200만원을 (당시 5월 8일 어버이날이었다.) 드리고 난 뒤 그 돈 모두를 '삼성전자' 주식을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누가 그러더라. 차트도 볼 줄 모르고 경제 기사와 친하지 않다면 삼성전자 주식 눈 감고 계속 사 모으라고. 내가 그랬다.


부끄러운 이야기인데 증권사 앱을 통해 '삼성전자'라는 단어를 검색했을 때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우)' 두 종목의 차이를 모른 채 그저 싸다는 이유로 '삼성전자(우)'를 구입했다. 그렇게 주식이라는 거친 바다에 나도 뛰어들었다. 여기서부터 또 다른 차원의 (따지고 보면 결코 고차원은 아니다.) 기다림을 배워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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