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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티스 Apr 15. 2024

오늘 같은 날, 한 잔

좋아하는 술

2024.4.15 월


비 오는 월요일이다.

상담센터로 출발한 시각 오전 7시 15분, 집에 들어온 시각 오후 7시 15분이다.

꼬박 12시간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지금 속한 상담센터는 총 10회기 상담을 기본 세팅으로 하고 있다. 오늘 2명의 내담자가 9회기 차 상담을 진행했다. 두 사람 다 헤어짐을 아쉬워하고 있었다. 나 또한 그러하다. 종결상담은 힘들다. 각 케이스마다 다른 모양으로 말이다.


오늘도 그러했다. 지난주 상담을 마치고, 상담실 밖으로 나와도 그 감정이 쉬이 가라앉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그렇게 눈물이 났더랬다. 수요일, 슈퍼바이저 선생님께 상황을 말씀드렸다. 선생님의 표정이 기억난다. 어떻게 이 사례를 마무리해야 할까.


어떤 선생님이 말했다.

"시원 섭섭하시겠어요."


나는 대답했다.

"어떤 케이스는 아리기도 하고요."


그 내담자였다. 회기가 거듭될수록, 마음을 꺼내어 놓았다. 눈물과 눈물이 만났다. 서로 합의하에 연장하기로 했다.


오후 6시 퇴근 후 건물 밖을 나오는데, 아침부터 내린 비가 온 세상을 적셔놓었다.

빗물을 머금은 세상만큼, 마음의 무게가 느껴졌다.


둘째에게 저녁으로 어제 끊인 김치찌개를 데워주고, 난 냉장고 안을 들여다보았다.



둘 중 고민하다가, 추사를 먹기로 했다. 일정량을 잔에 따르고, 진로토닉도 함께 따랐다.

40도라서, 그냥 먹으면 진한감이 있었다.


하긴 인생사가 40도보다 더 도수가 높겠지만.


결혼하고 나서 반주의 맛을 알게 되었다.


오늘 같은 날에는 누군가와 대화하며 한 잔 하면 참 좋겠지만, 상황상 그럴 수 없으니, 친한 언니와 전화를 하고, 톡을 하며 마음을 나눈다.


둘째를 재우고, 나는 큰 잔에 따른 추사를 홀짝이며, 글을 쓰고 있다.


이 또한 소소한 행복이다.

하루를 마치는 시간에 달콤 씁쓸한 술 한잔.




더하기, 음악은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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