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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티스 May 09. 2024

하루를 살아도 행복하게

요즘 나의 도전

2024.5.9 목


"이건 연중행사지."

남편이 집에 오는 길에 말했다. 오늘은 남편님과 소맥을 마시고 왔다. 예전에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있던 일이라면, 올해는 처음이다. 아이들이 크면서 교차점보다는 접점이 늘어나고 있다. 시아버지께서 작년에 돌아가신 이후로, 남편은 시어머니댁을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 어머님께서 예전보다 훨씬 많이 정신적으로 회복하신 걸로 보인다. 하지만 남편 회사가 시댁건물로 이사하면서 주 생활공간이 그곳이 되었다. 남편은 아이들을 보러 가끔 온다. 꼭 부부가 한 공간에 생활할 필요가 있을까? 어떤 생활을 하든 그 부부에게 맞는 생활이면 괜찮은 것 아닐까?


가끔 '남들처럼 산다.'는 폭력적이라고 느껴질 때가 있다. 물론 행복한 집들은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고 불행한 집은 각자 이유로 불행하다는 안나 까레니나의 첫 문장이 생각나긴 하지만, 보부아르와 사르트르 부부처럼 각각의 모양으로 살아갈 수도 있는 것이다.


지금 나는 이 생활에 적응하고 있다. 뭐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한가.


요즘 내가 매일 떠올리는 문장은 이거다.

'하루를 살아도 행복하게!'

나는 아이들을 돌보면서, 내 일을 하고 있고, 매일 내가 행복한 것을 선택하며 살고 있으니 그걸로 됐다.


오늘 아침에는 교육지원청에 일이 있어서 들렀다가, 동료 선생님과 밥을 먹고, 오후에는 상담을 갔다. 학생과 상담하고 담임선생님과 면담을 하였다. 우리는 학생의 스토리를 알고 있다. 학생에 진심인 그 담임선생님과 나는 눈물을 글썽이며 앞으로 일을 의논했다. 가능하다면 그 아이가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내가 맡아주었으면 하는 의도를 전해주셨다. 나도 이 일을 계속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될 수 있을까. 물론 내 선택이 90% 일 것이다. 지금 하는 일은 어쩌면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의미 있고, 무거운 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나 또한 눈물을 머금고 집으로 돌아왔다.


남편의 전화. 둘째에게 줄 게 있으니 집에 들르겠다는 내용이었다. 강가로 산책을 갈까, 보고서를 쓸까 고민하던 차에 남편의 귀가를 맞이하기로 결정했다. "난 강가에 걷고 올게." 했더니 "같이 가자!"라고 하는 게 아닌가. 몇 년 전이라면, 이건 매일의 일상이었을 것이다. 지금은 주 1-2회 많아야 3회 정도 보는 상황에서는 흔한 일이 아니다. 강가로 운동 갔다가, 뭘 먹기로 했다. 남편은 저녁을 먹지 않고 귀가했기 때문이다. 뭘 먹을까 하다가 육회집에 들렀다. 그곳은 이 년 전에 우리가 크게 다툰 곳이었다. 지금 우리 상황이 만들어진 시작점이기도 하다. 당시에는 각자 상처가 훨씬 커 보였다. 그 차이가 좁혀지지 않아서 큰 갈등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그럼 지금은 그때와 뭐가 다를까.


각자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차리게 되었다. 1월부터 지금까지 몇 번 진지한 대화를 나누기도 했고, 남편이 원하는 걸 전달하기도 했다. 난 가끔 대화 맥락을 잘 못 알아차리는데, 특히 남편과 대화에서는 유독 더 그렇기도 했다. 얼어붙음 상태여서 전달하는 내용을 온전히 이해하기 힘들었던 시기도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상담을 하기도 하지만 많이 받기도 했다. 수십 회가 넘는 교육분석은 내 안의 나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내가 어떤 때에 어떤 모습인지 알아차리게 해 주었다. 지금은 나의 모습 그대로 남편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힘이 생겼다.


갈등이 생기더라도, 지금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선택을 기꺼이 할 수 있는 힘이 생겼다. 오늘 내가 행복할 수 있는 건 소맥 3잔이었다. 보고서를 쓰기보다는 남편과 소맥 3잔을 선택했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행복감을 느꼈다.


나는 요즘 종종 행복하고,

가끔 안타깝고,

아주 가끔 불행하다.


그리고 '하루를 살아도 행복하게' 살려면 매 순간 어떤 선택을 하면 될까?

고민하며 살아간다.


그것이 요즘 나의 도전이다.









남편이 나에게 원하는 건 이거다.

"우리 이렇게 친구처럼 살자."


한동안은 아렸지만, 이제는 나도 소맥 세잔을 즐겁게 나눌 수 있을 정도로 편안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한가.


오늘 하루 행복했다면, 그걸로 충분한 것 아닌가.






사진출처 : Pixabay로부터 입수된 수형 배님의 이미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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