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9 월
나는 1982년생이다. 한 번의 대통령 탄핵을 경험했다. 그리고 몇 시간이지만 계엄령 공포를 느꼈다.
하지만 국가의 상황으로 인해 목숨의 위협을 느낀 적은 없었다.
할머니는 1935년생이다. 태어나보니 일제강점기였고, 해방을 경험했으며, 6.25 전쟁도 겪으셨을 것이다. 그러한 이야기들을 할머니와 나눈 적이 없었다.
할머니와 추억이 별로 없었다. 초등학교 때 매주 주말마다 할머니댁에 갔었는데, 그때 방에서 밥을 먹은 기억, 아주아주 가끔 할머니댁의 좁은 방에서 사촌들과 끼여 잠들었던 기억이 전부다. 할머니와 대화를 나눈 기억도 별로 없다. 할머니는 이 땅의 많은 역사를 경험한 분이셨고, 나의 아버지의 어머니로 아버지 어릴 적 기억을 가진 유일한 분인데 말이다.
할머니와 단둘이 어딜 간 기억도 없다. 그래서 슬펐다. 오후 3시 오랫동안 요양병원에 계시다 영원한 편안함을 선택하신 할머니 마지막도 뵙지 못했다.
할머니 빈소가 차려지길 기다리면서, 두 아이 밥상을 차렸다. 살아생전에 할머니께 밥상도 차려드린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문득 혹시 하늘나라로 가시기 전이라면 우리 집에 들르셨으면 하는 마음에 저녁을 차렸다. 그리고 울고 또 울었다. 눈물이 많이 났다. 내 할머니인거 말고 할머니에 대해 아는게 있었을까.
'가족과 친밀함'을 중시 여기지 않고 살았던 건 아닐까.
오늘 장례식장에서 오랜만에 친척들을 만났다. 모두가 나를 바쁘게 살고 있는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나는 항상 사람보다 일이 우선이었다. '해야 할 일'들에 사람을 미뤄두는 편이었다. 남편은 항상 이 부분을 말했다. 18년 동안 깨닫지 못하다가, 이제야 무슨 말인지 들린다.
앞으로 나는,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 걸까.
가까이는 내 가족들 삶의 스토리도 모른 채로 살아가는 게 맞나.
지난 삶을 돌아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