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과 통화
2024.12.11 수
가족단톡방에 셋째 글이 올라왔다. "밤사이 할머니가 다녀가신 거 같아."
동생은 할머니와 가까운 편도 아니었는데, 무슨 말일까 궁금해서 전화했다. 제부는 타 지역에서 근무 중이라 주말부부이다. 동생이 침대에서 혼자 자는데, 가위눌린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할머니가 귓가에 뭐라고 말씀하시는 거 같은데, 무슨 내용인지는 몰랐다고 했다. 4살 둘째 조카는 말을 잘하는 편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엄마, 모르는 할머니가 왔다 갔어."라고 해서 놀랐다고. 둘째 조카가 태어났을 때는 이미 할머니께서 요양병원에 계셨다. 코로나 기간이라서 더 만날 기회가 없었는데, 무슨 의미일까 궁금했다.
동생의 시댁은 철학관을 하신다. 나와 통화 후에 시댁 철학관에 다녀와야겠다고 했다. 저녁에 다시 연락이 왔다. "언니, 이모님이 49제를 해주신다고 하네."
우리 부모님, 아버지 형제분들은 49제 및 제사를 안 모시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그 내용을 나에게는 말하지 않았고 엄마는 가장 가까운 셋째 한다만 말했다. 나는 동생에게 다시 들은 격이다. 우리 집 문화가 그렇다. 엄마는 말이 잘 없고, 필요한 내용도 잘 전달하지 않으신다. 그중 셋째가 집안의 모든 소리를 듣는 편이다.
동생네 시댁 이모님께서는 제사는 3년 동안 모시는 게 나을 거 같다고 친정엄마한테 전해달라고 했다고 한다. 나에게 큰일이 있었을 때도 든든하게 버팀목이 되어주셨던 분이다. 지금까지도 고맙게 생각한다.
집안의 어른은 평소에는 있는 듯 없는 듯 계시다가 (큰 간섭 없이) 이렇게 큰일이 생기면 지켜주는 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에게 어른은 동생네 시어른들이다. 이번에도 또 한 번 느꼈다.
이모님께서는 할머니도 해줄 만한 사람을 찾아간 걸 거라고 말씀하셨다고 한다. 오늘 오전 조금 여유가 있었다. 밀린 보고서를 쓰려다, 쉬기로 마음먹고 강풀의 '조명가게'를 보려고 했었다. 1화 보는 도중에 동생과 통화하게 되었는데, 이 내용을 전달받았다.
그냥 넘기려다, 또 잊힐 거 같아서 기록해 둔다.
어떤 날 글은 기록하는데도 그 의미가 있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