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함에서 시작된 거리
가까운 사람과 멀어진 건 늘 사소한 일에서 시작되었다.
말투 하나, 무심한 표정 하나, 내가 미처 몰랐던 상대의 다름 하나.
그 순간, 마음은 서운함으로 가득 찼고 나는 침묵을 택했다.
차라리 말하지 않는 게 덜 상처받는 길 같아서.
그런데 시간이 지나 깨달았다. 그 침묵은 나를 지켜준 게 아니라 사이를 멀어지게 한 벽이었다는 걸.
나는 벽 뒤에 있었고, 상대는 벽 앞에서 나를 이해하지 못한 채 지쳐갔다.
심리학에서는 이것을 자기은폐(self-concealment)라 부른다. 속마음을 숨기고 표현하지 않는 습관.
겉으로는 관계를 지키려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오히려 관계를 약화시킨다.
말하지 않은 마음은 오해로 변하고, 오해는 서운함으로 쌓인다.
나도 누군가에게는 어려운 사람이었다.
가까울수록 더 조심스러워지고, 그래서 더 솔직하지 못했던 사람.
마음을 드러내지 못해 결국 벽을 세워버린 사람.
그러나 친밀감은 완벽한 이해에서 오지 않는다.
연구에 따르면, 친밀감은
자기개방(self-disclosure)에서 시작된다. 모든 걸 털어놓는 게 아니라
내 마음의 조각을 조금씩 나누는 것.
“나 오늘 힘들었어.” “사실 이런 생각이 들어.”
그 작은 한마디가 관계를 이어주는 끈이 된다.
멀어진 관계를 되돌릴 순 없다.
하지만 어떤 영역에서는 조금 덜 어려운 사람이 되고 싶다.
내 마음을 조금 더 드러내고,
상대의 마음을 조금 더 들어주는 사람.
친밀함은 결국 두려움을 넘는 작은 용기에서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