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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같이함께

관계의 섬세한 결

긴장이 전해지는 사이

by 스타티스

2025.9.9 화


"선생님이 긴장하고 있다는 걸, 내가 알아차리고 있었나 봐요."


학교 다닐 때는 거의 매일 전화했었는데, 이제는 몇 달 만에 한 번씩 본다. 아주 가끔 통화를 하는데, 우리는 마음속 깊은 이야기로 쑤욱 들어가 버린다. 서로를 '편하다'라고 이야기하는 이유는 그거다. 만날 때마다 서로 살아가면서 깨달은 것들을 이야기하는데, 과거 한 장면으로 돌아가서 다시 해석하기도 한다.


오늘도 그랬다. 몇 달 전에 석사 동기 셋이 함께 만난 적이 있다. 그때 선생님은 중요한 물건을 잃어버려서 당황한 상황에서도 약속에 나왔다. 나는 그 부분이 영 신경 쓰였었나 보다. 애써 숨긴 채 모임에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 상황을 기억하고 있었나 보다. 당황했을 텐데도 관계를 먼저 지켜준 모습이 오래 남았다. 시간이 지나 두 번째 만남에서도 그 이야기가 다시 꺼내졌다. 관계의 떨림은 이렇게 과거를 소환해 새로운 의미를 남긴다.


이번에 두 번째 이야기했다. 이러한 이야기들이 반갑다. 어떤 마음인지 상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이야기를 꺼낼 수 있다는 건 서로에 대한 신뢰가 바탕이 되기에 가능하다. 긴장과 안도가 교차하는 그 자리에서 우리는 조금 더 솔직해질 수 있었다.


우리는 교육분석 선생님도 같다. 석사 때도 같은 교수님께 교육분석을 받았고, 올해도 우연히 같은 분께 받게 되었다. 각각 자신의 상담에서 어떠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지 꺼낼 놓을 수 있다는 건, 과거 쌓아둔 믿음이 보호막이 되어서 안전한 관계라고 느끼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7시에 만나서 10시까지 쉬지 않고 이야기를 나누고 왔다.


지금 현재 무엇을 느끼며 살아가는지 이야기를 했다.

가끔 과거로 갔다가, 미래로 갔다가 다시 현재로 돌아온다.


오늘 대화에서 인상적이었던 건, 나의 불안을 선생님이 알아차리고 함께 긴장한다는 거였다.


우리는 자주 만나지 않는다. 각자의 삶이 바쁘기 때문이다. 그러나 드문 만남일수록 관계의 떨림은 더 선명해진다. 흔들림 없는 고요함이 아니라, 긴장과 공명이 섞여 맑게 전해지는 떨림. 그것이야말로 관계가 살아 있다는 증거 아닐까.



긴장까지 전해지는 섬세한 관계의 결에서
우리는 서로를 다시 발견한다.












사진출처 : Pixabay로부터 입수된 Leopictures님의 이미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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