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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을 마주하는 용기

두려움 속에서도 이어지는 마음

by 스타티스

2025.9.12 금




나는 오랫동안 거절이 두려웠다.
누군가 “아니요”라고 말하는 순간, 단순히 상황이 아픈 게 아니라 내 존재가 부정당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마음속에서는 누군가와 함께 하고 싶어도 쉽게 물러서곤 했다.


오늘 아침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며칠 전 대학원 동기를 오랜만에 만났다. 우리는 가끔 만나도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2020년부터 6년째 이어진 인연에 비해 그 선생님에 대해 많이 알지는 못한다고 생각했다. 집단상담의 주제는 ‘자기개방’이라서 그 선생님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과거 나라면, 이야기도 꺼내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더 커서 집단상담 포스터를 보여주었고, 함께 하길 권했다.


선택은 선생님께 맡겼다. 거절당할까 두려운 건 여전했다. 먼저 연락하지 않고 며칠을 기다렸다. 결국 연락이 왔다. 답은 함께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순간 아쉬움이 밀려왔지만, 예전처럼 무너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이런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나는 내 마음을 표현했으니, 그걸로 충분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는 중에, 선생님은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전달 해주었다.


“집단상담 참여하기가 너무 무서워요. 다음 주 교육분석에서 이 부분을 다루어보아야 할거 같아요.”


나도 톡으로 답했다.
“사실 나도 솔직하게 말하기 연습해야겠어요. 선생님한테 말했을 때 긍정적으로 말해줘서 넘 반가웠어요.

그리고 기대했나 봐요. 같이 할 수 있다고. 그래서 지금 아쉽나 봐요. 함께 하면 좋을 텐데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쌤 지금도 존중해요. 그리고 깊게 생각해 줘서 진짜 진짜 고마워요."


두려움은 숨길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존중해야 할 감정이었다.

내가 지금 이 순간 느끼는 감정도 그대로 꺼내어 표현하였다.


선생님은 또 답했다.

“샘도 용기 내서 말해줬으니 저도 좀 더 고민해 볼까요.”


나도 또 답했다.


“나도 용기 내어보려고요.

친하다고 생각하는 분들과 더 깊어질 용기.”


그 선생님은 평소 내 모습을 보고, 나는 쉬울 거라 생각했다고 한다. 누군가 함께하자고 제안하거나, 거절을 감당하는 것.




요즘 나는 용기를 내고 있다.


깊어질 용기,

거절당할 용기,

그래도 이 인연은 이어질 거라 믿는 용기


삶에서 한 선택을 책임질 용기



그리고 용기에 대한 새로운 이해가 생겼다.


작은 용기: 망설이면서도 한 발 내딛는 순간.

따뜻한 용기: 두려움 속에서도 관계를 향해 마음을 표현하는 순간.

깊어진 용기: 선택을 끝까지 책임지고 이어가는 힘.



거절이 두려워도, 두려움이 사라지지 않아도 알게 되었다.
작은 용기를 내어 시도하는 순간, 이미 나는 용기를 살아내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작은 용기들이 쌓일 때, 언젠가는 두려움 너머를 견뎌낼 깊어진 용기로 자라난다는 것.



거절은 여전히 아프다.

두렵더라도, 내 마음을 표현한 순간 이미 나는 용기를 냈다.




그래,

그걸로 충분하다.

이미.











사진출처 : Pixabay로부터 입수된 Toshiharu Watanabe님의 이미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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