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잡음과 놓아줌 사이에서
2025.9.19 금
오늘 첫째는 쉬는 날이었다. 오전에 할 일이 있었는데, 아이와 산책을 선택했다.
살아가다 보면 우리는 힘을 주기도 하고, 힘을 빼기도 한다.
예전엔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늘 반대로 해버린 것 같다.
힘을 주어야 할 때는 머뭇거리고,
힘을 빼야 할 때는 오히려 더 붙잡아버린다.
요즘은 ‘힘을 빼는 감각’에 관심이 더 많다.
나는 예전에 거절을 잘 못했다. 내 마음은 분명히 ‘싫다’고 말하고 있는데, 상대의 표정을 읽다 보면 끝내 고개를 끄덕여버렸다.
그때는 힘을 주어야 했다.
내 자리를 지키고 싶다면, 나를 위해 ‘아니요’라고 말할 용기가 필요했다.
하지만 그 용기를 내지 못한 탓에, 돌아서서 후회하는 날들이 많았다.
또 반대로, 이미 끝났음을 알아차렸으면서도
끝내 손을 놓지 못한 순간들이 있었다.
붙잡고 있으면 언젠가 괜찮아지리라 믿으며 버텼지만,
결국 남은 건 상처뿐이었다.
그때는 힘을 빼야 했다.
놓아야 자유로워질 수 있었는데,
두려움이 나를 더 무겁게 만들었다.
요즘은 놓고 있다. 다 놓고 보니,
무엇을 붙잡아야 할지 더 선명하게 보인다.
이제는 조금은 알겠다.
힘을 주는 건 내 자리를 지키는 용기이고,
힘을 빼는 건 나를 살리는 마음이라는 걸.
용기는 단단함에서 나오지만,
마음은 부드러움에서 자란다.
이 두 가지가 균형을 이루어야 비로소 내가 흔들리지 않는다.
삶의 균형은 거창한 철학에서 오는 게 아니라
이런 작은 순간들에서 완성된다.
언제는 힘을 주고, 언제는 힘을 빼야 하는지를
조금 더 잘 알아차리는 것.
그것이 결국, 내가 나답게 살아가는 길이다.